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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 시도 중단하라

최근 한미 간에 미국 MD(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적 무기 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논의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 이후, 미국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를 공론화해 추진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중국에 이어 러시아 정부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사드 문제가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주의 간 경쟁과 갈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3월 12일 주한미군은 사드 배치에 대비해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한 비공식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평택을 비롯해 구체적인 배치 후보지도 언론에 흘러 나오고 있다. 필시 3월 27일 미국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의 한국 방문 때 사드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다.

4월에 미국 국방장관 애슈턴 카터와 국무장관 존 케리가 잇달아 방한하고 4월 중순에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도 열리게 돼, 이때 사드 배치 논의가 크게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명분은 언제나 그랬듯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다. 미국은 사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해 “밤에 편안히 잠들기 위해 최소한도로 필요한 장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사드가 겨냥할 표적은 북한만이 아니다. 오히려 주된 표적은 중국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미 2010년에 내놓은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보고서》에서 중국의 미사일 증강을 “각별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2013년 미국 의회조사국이 내놓은 《아시아·태평양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 보고서》도 한·미·일 MD가 “유사시 중국 등 다른 국가의 미사일 요격도 시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MD본색: 은밀하게 위험하게》, 정욱식, 서해문집)

경상남도 학생들에게 18년간 무상급식을 제공할 돈(약 2조 원)을 들여야 배치 가능한 사드 1포대

오바마는 집권 초부터 경쟁 제국주의 국가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중국을 겨냥한 군사력 배치와 지역 동맹 구축·강화에 신경을 써 왔다.

평택 미군 기지

사드는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을 위한 주요 군사 수단이다. 중국은 특히 미사일 전력을 강화해 자국 연해 쪽으로 항공모함 같은 미국의 군사력이 접근하는 것을 저지하려 한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MD를 구축하는 것으로 중국의 전략에 대응하려고 한다. 미국의 사드 배치에는 유사시 중국을 향한 발진 기지 구실을 할 평택 미군 기지 등을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또한 미국은 사드를 비롯한 MD를 한·미·일 삼각 동맹을 구축·강화하는 목적에도 이용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을 이유로 내세워 “한·미·일 3자 안보 토의(DTT)” 같은 3자 군사 협력을 강화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약정을 체결해, 한·미·일 3자 MD 구축에서 주요 걸림돌 하나를 제거했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제국주의 간 갈등을 키울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논의에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응당 군사적 대응책도 마련할 것이므로, 사드 배치와 MD 구축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북한도 반발할 게 뻔하다. 미국의 전략 무기 배치에 대응해 북한도 핵과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려고 애쓸 것이다. 사드 배치를 계기로 북한이 중국한테서 최신 전투기를 수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발언들을 내뱉고 있다. 3월 17일 국방부 대변인 김민석은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를 반박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해서 협의를 요청해 오면 군사적 효용성과 국익 관점에서 우리 주도로 판단하고 결정할 계획이다.” 사드 배치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중국·러시아 같은 주변 제국주의 국가들의 반발을 의식하면서도,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사드 배치를 위한 협의를 계속해 왔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의 사드 배치 찬성 발언에 이어, 당 대표 김무성도 북한 핵 위협을 거론하며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 비용도 한국 정부가 부담할 공산이 크다. 우선,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 비용의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양보할 태세가 돼 있다.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되면 일부 운영과 관련해서는 주한미군과 같은 방식으로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김민석). 복지는 줄이면서 위험한 무기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데는 주저함이 없는 정부다.

KAMD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드 배치가 아니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잘 구축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KAMD 또한 미국의 MD와 불가분의 관계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미 미국의 MD 자산을 동원한 대북 공격 계획을 마련하는 데 합의한 바 있으며, 여러 차례 KAMD와 미국 MD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로 약속해 왔다.

이번에 방한한 미국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통합된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우산’을 구축하는 데 진전을 보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각각 개별적으로 미사일방어체계를 마련하는 데 부분적인 진전을 보고 있고, 이를 통해 한·미·일 3국 간 미사일방어체계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사드도, KAMD도 모두 반대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비롯한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으로 한반도는 미국(일본)과 중국이 벌이는 제국주의 간 경쟁의 한복판에 놓이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친미 정책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경계하고 반대해야 한다.

국익?

사드 배치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진보진영에서도 이 문제를 우려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사드 배치가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의 주된 문제점으로 한중 관계가 훼손돼 “안보가 위태로워지고 경제도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예컨대, 3월 19일 시민사회단체 1백여 곳이 연명해 발표한 사드 배치 반대 성명의 제목은 “정부는 동북아, 한반도 평화 파괴하고 한중 관계 훼손하는 사드 배치 거부하라!”였다.(물론, 노동자연대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명의 취지를 감안해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중국이 반발할 것이므로, 한중 관계가 훼손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한국 지배계급 내에도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견해가 늘어났다.

그러나 이 점에 착안해 ‘국익’을 내세워 사드 배치를 반대하자는 게 운동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똑같이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우익의 주장에 일관되게 맞설 수 있을까? 우익은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근거가 또 다른 경쟁 제국주의 국가(중국)와의 외교 관계 훼손이라면, 일관되게 반제국주의 입장에 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우파와 좌파의 차이는 국익을 위한 방법상의 차이가 돼서는 안 된다. 한국 자본주의가 경제와 안보에서 곤란한 처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국익 논리는 반전 운동의 방향을 지배계급의 한 분파에게 향하게 하거나, 계급적 이해관계를 은폐시켜 반전 운동을 반자본주의와는 분리된 평화주의로 이끌리게 할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결국 제국주의 간 경쟁의 문제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체제의 최근 국면이며, 따라서 체제를 마비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는 노동자 계급의 저항이 제국주의에 맞선 근본 대안이다. “한중 관계 훼손”은 노동자 계급의 저항을 최대치로 동원하는 데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