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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 개악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가 한국노총의 협상 결렬 선언 하루 만에, 노사정위 합의 없이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4월 9일, 노동부 장관 이기권은 ‘더는 시간을 끌지 않겠다’며 4월 임시국회 등에서 개악을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박근혜는 “대타협” 운운했지만,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를 박차고 나온 상황에서도 개악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정부는 애초부터 자신의 공격 방향에서 조금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이미 노사정위를 제치고 단독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 왔다고 한다.

이기권은 정부 방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내년 정년연장 시행에 앞서 임금피크제 등 주요 현안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시작될 (산업별)사업장별 임단협에서 실제 개악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사전 정비를 하겠다는 뜻이다. 당장 현대·기아차에서도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악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는 노사정위 내에서 의견 충돌이 컸던 일반해고 요건 문제에서도 결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노사정 합의나 국회 논의조차 없이 일방으로 쉬운 해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박근혜가 이토록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사활을 거는 것은 결코 실업 청년과 비정규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또다시 얄팍한 이간질을 시도했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저질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격의 진정한 배경은 따로 있다. 악화하는 경제 상황이 그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퍼센트로 하향 조정했고, 이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7일 IMF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속에서 정부는 어떻게든 노동자들을 쥐어짜 기업주들의 수익을 보장해 주려 한다. 따라서 노동운동도 비상한 태세를 갖추고 정부의 악랄한 공격에 맞서야 한다.

3월 31일 노동시장 구조 개악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 ⓒ이승준

무엇이 어떻게 개악되나

지금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의 쟁점들을 쪼개서 다루려 한다. 노사정위에서 타협안이 조율됐던 쟁점은 당장 강행 처리하고, 나머지는 조건에 따라 형식적 절차를 거치거나 약간 더 시간을 갖고 노사정위에서 야합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4월 국회에서 법을 개악하거나 정부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추진하려는 쟁점은 통상임금, 노동시간,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등이다.

통상임금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준해 그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복리후생비를 제한적으로만 통상임금에 포함시켰고,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이를 확대 해석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정기상여금에도 적용한 바 있다. 정부 개악안이 관철되면, 전체 사업장의 3분의 1에서 통상임금 확대가 제약될 수 있다.

정부는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말은 하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는 개악안도 내놨다. 주당 최장 52시간 노동을 명시한 현행법을 즉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오히려 법을 개악해 앞으로 적어도 4년간은 8시간 추가노동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개악안에는 추가 수당 없이 연장근로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탄력근무제 확대도 포함된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대표적 정책인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악은 정부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하려 한다. 노사합의를 위한 각종 지원책도 제공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고령자·장기근속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직무·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형성해 노동자들끼리 경쟁하게 만들며 단결을 어렵게 하려 한다.

첨예한 논란이 됐던 취업규칙 개악 요건 완화나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전문가·노사단체”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사정위에서 이른바 “전문가”들이 내놓은 공익위원안이 정부 정책의 판박이였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이는 요식절차만 거쳐 일방적으로 개악안을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 기간 연장, 파견제 확대 등은 약간 연기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향후 노사정위 논의를 거쳐 8월 정기국회에서 다루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어떻게든 다시금 야합을 추진해 비정규직을 늘리려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회에 기대지 말고 단호한 투쟁으로 저지해야 한다

정부가 단독으로 법 개악 시도 등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회 쪽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회 환노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된 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장을 맡고 있어, 만만찮은 논란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지난 2일 새정치연합과 정책협약식을 맺고 사태에 대비한 바 있다. 민주노총 내에서도 야당에 대한 기대가 고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에 기대서는 정부 공격을 막아 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새정치연합은 위험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환노위 산하 노사정 소위 논의 과정에선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수당을 삭감하는 등 정부의 개악 방향에 동의한 바 있다. 홍영표 등은 이미 탄력근무제 확대 방안이 담긴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새정치연합과 한국노총 집행부의 양보 전력을 들어, “과거와는 달리 큰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고 뻔뻔하게 말하기도 했다.

더구나 정부는 일부 공격은 국회를 피해 정부 지침·가이드라인으로 처리하려 한다. 임금피크제·임금체계 개악뿐 아니라, 일반해고나 취업규칙 개악 요건 완화도 발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에 기대기보다 조직된 노동자 투쟁의 힘으로 경제적·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고 박근혜의 질주를 저지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강행 처리 방침 직후, 4·24 총파업을 시작으로 5~6월 국회 개악 입법 저지 투쟁 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총파업 결의를 위한 총투표도 가결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제 박근혜는 팔을 걷어붙이고 본격적으로 노동자 쥐어짜기의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정부의 공격을 저지하려면 4·24 파업을 강력하게 만들고, 하루 파업 이상으로 투쟁을 더 전진시켜야 한다. 한국노총에도 공동 투쟁을 제안하며 정부에 대한 항의를 키우고, 한국노총 조합원들에게 노사정위 복귀나 국회가 아닌 진정한 투쟁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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