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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지난 10월 19일 “공무원노조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법이다. 이 법은 무엇보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업무상 “예산과 법령에 관계된 문제는” 단체교섭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무원들의 업무 중 예산과 법령에 관계되지 않은 문제가 있겠는가?
공무원 노동자들의 저항에 노무현 정부는 오로지 강경대응 방침만을 고수하고 있다. 행자부장관 허성관은 지난 10월 8일 기자회견에서도 공무원 파업과 아무 관계도 없는 “테러 위협”을 들먹이며 “불법시위 참가자”를 모두 구속하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정부는 10월 9∼10일에 열린 공무원노조 전간부결의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모이지 못하게 하려고 서울의 모든 대학에 경찰을 배치해 봉쇄했고 건국대에 집결하기 위해 모여드는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연행했다.
이 날 40여 명의 조합원이 연행됐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삽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다른 한편으로,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철밥통”이라며 특권층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공무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취업 선호도 1위를 차지할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의 뒤를 이어 노무현 정부도 공무원을 더는 안정적인 일자리로 남겨두지 않으려 한다.
IMF 이후 지금까지 15만 명의 공무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민간위탁제도로 하수처리시설은 대부분 민영화됐고 정수시설까지 팔려나갈 판이다. 그리 되면 훨씬 많은 공무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계약직 비율도 나날이 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일반 국민들에 비해 공무원들이 너무 적은 납부금을 내고 너무 많은 연금을 받는다고 말한다. 국민연금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은 같은 직급의 민간기업 노동자들에 비해서 적고 퇴직금도 없다. 공무원들은 미래에 받게 될 연금 하나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시장주의적인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악으로 공무원들이 받을 수 있는 연금은 현재의 57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연금 혜택을 온전히 받으려면 납입금을 더 많이 내고 더 오래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은 늘리지 않으면서 왜 노동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하는가? 젊은 실업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노동자들이 더 오래 일해야 하는가?
구로지부의 한 활동가는 이렇게 말한다.
“연금 삭감에 대한 분노가 높습니다. 연금 얘기만 꺼내면 너나 할 것 없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 파업기금 모금에 참가하는 걸 봅니다. 흔히들 기득권, 기득권 하는데 공무원들에게 연금은 기득권 같은 게 전혀 아니에요. 평범한 공무원 노동자들은 대부분 주택 마련 등으로 은행에 빚을 지고 있는데 퇴직 후에 받을 연금을 그 담보로 한 겁니다. 그래서 정부 계획대로 연금이 절반으로 삭감되면 지금의 빚을 당장 갚아야 하거나 아니면 이자가 오르거나 하는 거죠. ‘노후대책’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문제가 생길 겁니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복지 삭감과 시장주의 정책에 맞선 투쟁의 일부다.
1995년 프랑스의 조스팽 정부를 물러나게 했던 공공부문 파업의 핵심 요구도 복지와 연금 삭감 반대였다. 지난해에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그리스에서도 연금삭감에 맞선 투쟁이 벌어졌고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룰라가 집권한 브라질에서도 연금삭감에 맞선 공무원들의 투쟁이 있었다. 지난 10월 2일에는 “사회적 합의” 모델로 알려진 네덜란드에서 3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연금과 복지 삭감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
파업으로 노동자들이 단결된 힘을 과시한다면 정부를 물러서게 만들 수 있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선 투쟁에 소중한 승리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노조 파업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시기에 벌어진다.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11월 말에서 12월 말 사이에 처리될 예정이고 노무현의 아킬레스건인 이라크 전쟁과 파병 쟁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민주노총의 총파업도 이 시기로 계획돼 있다.
서로 다른 부문에서 벌어지는 투쟁이 공동의 적에 맞서 함께 싸울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그 첫 단추를 공무원 노동자들이 끼우게 될 수도 있다.
고무적이게도, 10월 17일 국제공동반전행동 집회에서 연설한 공무원노조 정치위원장은 반전운동에 지지를 보내며 “파병연장동의안 국회 통과에도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공무원 노동자들의 파업에 지지를 보내고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