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원한다면:
유럽연합을 반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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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유럽연합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이에 영국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의 편집자 주디스 오어가 유럽연합에 지지 투표를 하는 것은 노동자, 이민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 안의 말은 〈노동자 연대〉 신문 편집자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첨가한 것이다.
영국은 유럽연합에 남아 있어야 할까? 이 주제는 앞으로 여러 달에 걸쳐 큰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보수당 소속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이를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에 대한 의견을 두고 보수당 내부에서는 당 분열까지 치달을 수도 있는 위기가 시작됐다. 캐머런과 자본가 계급 다수파는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기를 원한다. 그들은 찬성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주요 정당과 심지어 노동조합들까지도 이를 지지한다.
그러나 〈소셜리스트 워커〉는 사회주의자들이 유럽연합 탈퇴에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은 언제나 자본가들의 기구였고, 지금도 그렇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유럽에서 신자유주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설사 지금 가장 강력하게 탈퇴 투표를 주장하는 쪽이 나이젤 퍼라지와 그가 속한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 그리고 보수당 우파이더라도, [유럽연합이 자본가들의 기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유럽연합을 일자리를 창출하고 악랄한 자본가들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좋은 기구로 여긴다. 또 어떤 이들은 유럽연합이 일과 학업을 위한 국가 간 이동을 자유롭게 해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유럽연합에 남는 것을 뒷받침하는 이런 생각은 상식적이고 진보적인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유럽연합을 탈퇴해야 한다고 대중을 납득시키기는 힘들겠지만, 우리는 국제주의와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그렇게 주장해야 한다.
영국독립당의 퍼라지든 보수당의 캐머런이든 노동자와 이민자의 아군이 될 수 없다.
캐머런은 다문화주의 반대론을 주도했다. 그는 앞장서서 이민자들을 악마화했다. 노동당도 이민자 통제 공약을 내세우며 별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였다.
주류 정당들은 이민자 희생양 삼기[책임 전가]를 주도했다. 그들의 인종차별적 언사와 정책들은 영국독립당의 성장을 부추겼다. 그래서 1975년 국민투표 때 〈소셜리스트 워커〉는 자본가들의 기구인 유럽경제공동체(유럽연합의 전신)에 영국이 잔류하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분석이 지금은 바뀌었는가? 답은 ‘아니오’이다.
캐머런과 그의 동료들은 영국 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유럽연합에 남기를 원한다. 자본가들의 기구인 영국산업연맹은 “유럽연합에 남는 것이 기업에게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국민 대중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려고 결성된 자비로운 국가 연합이 아니다. 그들은 단 한 번도 이민자나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한 적이 없었다.
유럽연합은 1950년대에 자본의 지역 블록을 형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고 군사 안보를 보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면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구는 나토가 확장하고 세력을 얻고 전쟁을 벌이는 데 필수 요소가 됐다.
은행 파산으로 그리스의 노동자와 빈민이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유럽연합의 주장은 그들의 계획이 무자비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광범하게 퍼져 있는 인식과는 달리 유럽연합은 이민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지 않는다. 그들은 유럽연합의 경계 밖에서 들어오려는 모든 이민자들을 공동으로 차단한다.
지난 1975년의 유럽경제공동체 잔류 국민투표 당시에는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었고, 투표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상황에서 치러졌다.
보수당의 다수파는 찬성 쪽을 지지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더는 제국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미국과 동맹을 맺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국민 국가와 힘을 합쳐 영국 자본주의를 강화해야 했다. 그들은 국경 밖의 자유 시장을 원했고, 유럽연합은 당시에 “시장 공동체”였다. 그들은 또한 영국 노동자들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깎아내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당시 토니 벤이나 마이클 풋 같은 노동당의 주요 좌파 하원의원들은 탈퇴 투표를 독려했다. 대부분의 노동조합과 스코틀랜드 민족당, 웨일스 민족당, 공산당도 탈퇴 운동을 펼쳤다.
좌파의 다수는 국제 연대의 관점이 아니라 확고한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탈퇴를 지지했다.
그럼에도 좌파적 개혁주의자들이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한 덕분에 사회주의자들은 좌파에 기반한 광범한 탈퇴 운동을 건설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의 본질을 폭로하는 것도 지금보다는 쉬웠다.
그러나 1970년대에도 이것이 간단하지는 않았다. 비열한 우파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보수당 국회의원] 이녹 파울 같은 자들도 나치 정당인 국민 전선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탈퇴 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탈퇴 운동에서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우파들은 단순히 탈퇴 지지에 그치지 않는다.
영국독립당은 5월 7일 총선에서 3백8십만 표를 얻었다. 그들이 이렇게 약진했음에도 하원에서 1석밖에 얻지 못했지만, 덕분에 그들은 유럽연합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장악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퍼라지와 영국독립당은 역겨운 인종차별주의적 반(反)이민자 운동을 벌일 것이다.
반면에 노동당 좌파는 취약한 상태이다. 풋이나 벤에 비견할 만큼 인지도 높고 유럽연합 탈퇴 운동을 주도할 만한 인물이 없다.
노동당 소속의 독불장군 하원의원인 케이트 호이가 당 내에서 탈퇴 운동을 이끌고 있을 뿐이다.
패배
모든 대규모 노동조합들도 유럽연합에 남는 것을 지지한다. 대처 정부 때의 패배로 일부 조합원들은 투쟁이 아니라 유럽연합이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기구라고 생각하게 됐다.
유나이트[UNITE: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조직된 최대 일반노조] 노조의 사무총장 렌 맥클러스키는 조합원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유럽연합은 당신이 착취를 당하지 않고 직장에서 보호를 받으며 법정 휴가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유럽연합은 영국의 일자리 3백5십만 개와 관련이 있고 영국 경제에 3백억 파운드를 가져다 준다. 그러므로 유럽연합은 영국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당신에게도 좋다.”
심지어 노동조합이나 좌파에서 유럽연합 반대 주장을 하는 일부 사람들조차 이민자 수가 통제돼야 한다거나 이민자가 문제라는 생각에 빌미를 주는 식으로 주장한다.
그러므로 자본가의 도구인 유럽연합에 반대하자고만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회주의자들은 영국독립당이나 다른 모든 우파적 탈퇴 운동가들과 절대로 신념을 공유하거나 함께 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우리는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소속되든 아니든, 영국 노동자들은 영국 국가를 통제하지 못한다. 기업주가 영국인이든, 독일인이든, 중국인이든 간에 노동자들이 착취받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영국 민족 우월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가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이유 하나는 모든 이민자들을 환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유럽연합 소속국에서 왔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전쟁을 피해서 도망을 왔든 경제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 왔든 이 또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그들과 형제자매이고 그들을 방어해야 하며 그들이 영국에 와서 살아갈 권리를 보호해 줘야 한다.
우리는 모든 이민자 통제 정책을 끝장내길 원한다. 그러므로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주장은 온갖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고 이민자들을 방어하는 투쟁과 연결돼야 한다.
또,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제주의를 주장한다는 것은 유럽연합에 반대해 그리스 노동자들과 한편에 선다는 의미다.
유럽연합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과 함께 ‘트로이카’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은 그리스의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빼앗아 은행에 빚 갚기를 원한다.
유럽연합이 그리스에 공공 지출 대폭 삭감을 요구하면서 그리스 서민들의 삶은 망가졌다.
유럽연합은 은행·자본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래서 캐머런과 그의 자본가 친구들이 필사적으로 유럽연합에 남으려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패배하길 바라고 탈퇴표가 그들을 흔들어 놓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에 투표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이 운동은 국제 연대에 기반한 반자본주의적 유럽을 위한 투쟁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 말의 의미는 우리가 유럽과 세계의 인종차별주의, 신자유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노동자들과 한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