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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일본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 강행 통과:
아베의 폭주를 막기 위한 진보진영의 항의 행동

7월 15일 일본의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광범위하게 용인하는 ‘안전보장관련법안(이하 안보법안)’을 중의원 안보법제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하더니, 다음 날인 7월 16일에는 아예 중의원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켜버렸다. 민주당·일본공산당·사회민주당 등 주요 야당 의원들은 자민당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표결 직전에 전원 퇴장했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지난해 7월에 각의(내각회의)에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용인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린 후, 1년 동안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7월 15일과 16일에 걸쳐 단 하루 만에 수많은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의회에서 법안을 강행 통과시켜 버렸다.

일본의 의회 제도는 양원제라 중의원과 참의원으로 나눠져 있다. 하지만 중의원이 참의원보다 실질적인 정치적 권한이 훨씬 더 많고, 특히 입법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중의원이 모든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중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된다고 하더라도, 중의원에서 재적 의원의 3분의 2가 입법안에 다시 찬성하면 법안이 제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민당과 공명당은 2013년 참의원 선거와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모두 압승을 거두었다. 현재 자민당과 공명당은 참의원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의원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용인과 군사대국화에 대한 아베 정권의 폭주가 심각하게 우려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본을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들려는 자민당의 독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자민당은 자위대의 해외 파견을 허용하는 PKO 협력법과, 일본의 주변 지역에서 ‘일본의 평화에 영향을 끼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자위대의 군사적 대응을 허용하는 주변사태법을 모두 강행 처리했다.

제2차세계대전 전범이자 아베의 외조부였던 기시 노부스케 정부는 1960년에 일본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일안보조약을 의회에서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 때문에 기시는 일본 전후 사상 가장 거대한 투쟁이었던 안보투쟁에 직면했고, 결국 퇴진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7월 15일은 55년 전에 기시가 퇴진한 날이라, 일본에서는 이번 사태와 안보투쟁이 같이 회자되고 있다.

자민당이 이처럼 집단적자위권의 법제화에 서두르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경제적인 요인이다. 아베 정권의 경기부양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에, 아베 정권은 군수산업의 활성화로 경기부양을 꾀해 보려고 한다.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에서의 제국주의적 갈등이다. 아베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과 발 맞춰 중국에 맞선 선봉장으로 자임하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일본의 군사행동을 제한하고 있는 법적인 빗장을 없애려고 한다.

노골적인 법안

이번에 자민당과 공명당이 의회에서 강행 통과시킨 안보법안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노골적이고 전격적으로 용인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질이 매우 나쁘다.

안보법안은 자위대의 해외 파병과 군사적 행동과 관련이 있는 주요 법안들의 개정안들을 한데 일컫는 말이다. 이 개정안들은 일본 정부와 자위대의 군사적 실천을 매우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용인하고 있다.

가장 노골적인 부분은 기존의 주변사태법을 개정한 “중요영향사태법”과, 기존의 자위대법의 개정안과, 기존의 무력공격사태법의 개정안이다.

기존의 주변사태법은 자위대의 군사행동의 범위를 일본 주변 지역으로 한정해 놓았다. 그런데 그 개정안인 중요영향사태법은 지역의 제한을 아예 삭제해버렸다. 즉 이대로라면 자위대가 “일본의 평화와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세계의 어느 지역에서는 미국을 위시로 한 우방국 군대와 합동 군사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위대법 개정안에는 자위대의 출동 요건에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새로 추가되었고, 자위대와 연계해 “일본의 방위에 이바지하는 미국 군대 및 기타 외국 군대의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자위대가 사실상 자율적으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 놓았다.

한편 원래의 무력공격사태법에는 일본 정부가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발생했을 때만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해 놓았었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해 일본이 위협받는 사태”라는 이른바 ‘존립 위기 사태’가 추가되었다. 이 말대로라면 미국이나 한국이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경우, 자위대가 얼마든지 여기에 군사적인 개입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집단적자위권이 전면적으로 용인되는 셈이다.

원안도 그 내용이 너무 모호하고 두루뭉술한데, 안보법안은 거기에서도 완전히 ‘막 나가는’ 셈이다. 또한 원안이나 안보법안이나 일본의 군사행동과 전쟁수행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평화헌법을 완전히 위반한다. 물론 지금까지 자민당은 평화헌법에 대한 해석을 개정하면서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추진해 왔지만, 이번 법안은 평화헌법의 근간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노골적이다.

그래서 중의원 특별위원회에서 아베 정권은 일본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반대측이 “헌법 위반”이라는 카드를 꺼내면 항상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어찌나 답답했는지 아베 정권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안보법안 통과 직후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가 아베 정권의 독선과 폭주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비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정부의 지지율은 37퍼센트로 떨어졌으며, 안보법안 강행처리가 잘못되었다는 응답도 73퍼센트에 달했고, 안보법안이 위헌이라는 응답도 53퍼센트에 달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공산당 시이 가즈오 위원장이 “(안보법안의 통과는) 헌법 9조와 국민 주권을 유린한 역사적 폭거”라고 비판한 점은 정당하다.

항의

물론 일본의 시민들과 진보·좌파단체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주요 진보 야당인 일본공산당·사회민주당은 즉각 항의 행동과 집회를 조직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정치적인 항의행동에 돌입했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과 보통국가화를 반대하는 단체들과 인사들이 모인 ‘전쟁을 하게 하지 말라, 9조를 부수지 말라, 총궐기 행동실행위원회’는 긴급 항의 행동을 펼쳐 도쿄와 국회 앞에서 집회를 주최했다. 7월 15일에는 시민 3만 명이 국회 앞에 모였으며, 7월 16일에는 시민 6만 명이 국회 앞에 모였다.

7월 18일에는 시민 5천 명이 국회 앞에서 “아베 정치를 용서치 않겠다”라는 피켓을 들고 공동행동을 벌였다. 일본 전역의 약 1천 여 곳에서 같은 방식의 시위와 항의 행동이 이어졌다.

특히 이례적으로 대학생들의 조직적인 참가가 두드러졌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EALDs)’은 자민당이 추진한 특정비밀보호법의 반민주주의적인 특성에 항의하며 결성된 조직으로, 현재 약 2백6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조직은 7월 16일 국회 앞 집회에서 1백명 넘는 대학생들을 조직했다. 집회에 모인 대학생들은 “전쟁에 반대한다”, “헌법을 지켜라”라는 구호를 힘 있게 외쳤다.

삿포로에서는 한 청년의 호소로 대학생·청년들과 시민들 7백여 명이 항의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이나 청년들은 일본의 전통적인 학생운동 조직인 전학련(전일본학생자치회총연합)과는 관계가 없고, 정치적으로 결속력 있게 조직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면 전쟁으로 내몰리는 세대가 청년이라는 점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공동행동에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의 사회주의 단체들의 행동은 크게 두드러지지가 않았다. 일본의 사회주의 단체인 ‘중핵파(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는 7월 15일 핵심 활동가들과 지지자들 3백50명을 조직해 국회 앞에서 시위를 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향한 자민당의 독선과 폭주가 굉장히 강력하기 때문에, 현재 일본의 진보운동진영은 더 분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의 제국주의적 갈등이 만들어 내는 파국을 막으려면 한·중·일의 민중들과 진보진영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일본의 보통국가화에 반대하는 대중운동에 주목하고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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