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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정의당 출범을 앞두고

정의당·노동정치연대·진보결집+·국민모임이 통합한 정의당이 11월 22일 출범할 예정이다. 2012년 통합진보당 분열 이후 사분오열해 ‘각개 기어가기’를 하던 진보 정치 세력들이 처음으로 (대통합이 아니라 부분적 통합일지라도) 통합한다.

정의당은 노동정치연대·진보결집+·국민모임을 통해 각각 노동조합 상근간부층, 지역 정치 활동가, 진보 지식인 기반을 보강할 수 있게 됐다.(통합 정당의 성격과 전망에 대해서는 필자가 〈노동자 연대〉 157호에 쓴 ‘현재 추진 중인 노동자 정치 세력화, 어떻게 볼 것인가?’를 참조하시오.)

11월 3일 통합 선언을 위한 국회 기자회견. ⓒ사진 출처 정의당

당명에서 드러나듯이, 정의당이 통합을 주도했다.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은 정의당 당명을 한사코 피하고자 했다. 자신들의 행보가 정의당에 ‘수혈’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래서 당명이 통합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진보정당의 당명은 흔히 그 당의 정치 노선과 지향을 표현하므로 매우 민감한 문제다. 민주노동당 창당 과정에서도 당명 제정 문제로 긴장이 날카롭게 고조됐었다. 결국 당명은 정의당으로 낙착됐다.(노동정치연대·진보결집+·국민모임이 유사 정당 당명을 아예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은 다소 강경한 자세였던 것 같다.)

모순

새누리-새정치, 기존의 자본가 정당들에 맞서 대중적 진보 정당이 등장하는 것은 전진이다. 부르주아 양당 체제에 대한 대중적 불신에 더해, 통합 효과 덕분에 내년 총선에서 통합 정의당이 진보 정치 세력 중 가장 전진할 것 같다.

선거에서 통합 정의당이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 등 노골적인 부르주아 정당과 맞붙는다면 사회주의자들은 이 정당에 투표하라고 대중에게 말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개혁주의적 환상을 경계하면서 말이다.

통합 정의당은 파업과 시위 같은 국회 밖 대중 투쟁이 결국 국회 등 기성 정치 제도들을 통한 사회 개혁에 종속돼야 한다고 믿는 개혁주의 정당이다. 그래서 피지배자들의 저항과 연대의식을 확산하는 데 어느 정도 일조하지만, 결국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

그런 만큼 그 당 안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심상정·노회찬 등 주요 리더들은 운동과 정치를 날카롭게 분리시킨다. 반면, 통합 정의당이 “제도 정당”이자 “사회운동적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력도 존재한다.

사회주의자들은 통합 정의당의 개혁주의적 전략을 놓고 논쟁을 하면서도, 특정 쟁점을 놓고 통합 정의당 내 좌파와 공동전선을 구축할 줄도 알아야 한다.(혁명가들과 좌파의 정치 전망에 대해서는 필자가 〈노동자 연대〉 157호에 쓴 ‘현재 추진 중인 노동자 정치 세력화, 어떻게 볼 것인가?’를 참조하시오.)

민주노총의 총선 대응 방침에 대해

최근 민주노총 정치위원회가 총선 대응 방침을 논의하는 중이다. 그중에 ‘선거연합 정당’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당법의 제약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하나의 정당이지만, 그 내부에서는 참여한 정치 세력들의 정치적 독자성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노동자연대’는 진보/좌파 진영의 정치적 단결을 이룰 방안으로 느슨한 ‘연합 정당’ 모델을 전부터 제안해 왔다. 진보/좌파 세력들이 각개약진을 해서는 부르주아 양당 구조 밖에서 진보적 정치 대안을 효과적으로 건설하는 게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범한 진보/좌파 세력이, 단체만이 아니라 개인들도 참여하는 되도록 광범한 연합체를 제안했다.

광범하다는 것은 또한 정치적 이질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세력과 개인 들이 단결을 이루려면 조직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느슨한 연합체, 즉 전선체적 조직 모델이 유용하다. 이런 조직 구조는 상이한 경향이 숨쉬고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반대로, 각 구성 성분의 정치적 독립성과 독자적 행동을 완전히 보장하지 않고 상이한 정치 경향들이 상대 경향들에게 자신의 강령과 노선을 따를 것을 강요하면 끊임없이 긴장이 생겨날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년 총선 전에 ‘선거연합 정당’이 성사될 가망성은 낮아 보인다. 진보대통합을 주장하는 옛 진보당 세력은 찬성하겠지만, 통합 정의당은 “과거 통합진보당의 주도 세력[과의 통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말) 여전히 남아 있는 통합진보당 분열의 감정적 앙금에 더해, 총선에서 득표에 도움이 안 될 거라는 현실적 계산 때문인 듯하다.

이 때문에 통합 정의당은 옛 진보당 세력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기층 조직력보다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몇몇 정치인들을 전면에 포진시키는 공중전에 의지해 총선을 치르려 할 것 같다. 통합 정의당이 비례대표 의석수 문제와 직결돼 있는 선거구 획정 협상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그렇다고 통합 정의당의 지역구 당선 가망이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녹록치 않을지라도 몇몇 지역에서는 당선 가능성도 있다.)

노동당은 방금 전에 진보 통합 문제를 놓고 분열했기 때문에, 그리고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는 개혁주의 정치 세력과의 분립에 주력할 것이기 때문에 ‘선거연합 정당’ 방안에 호의적이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선거연합 정당’은 온건 개혁주의 정당으로부터 좌파들의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광범한 진보성향의 정치적 단결을 이룰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민주노총 정치위에서 ‘선거연합 정당’ 논의가 잘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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