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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총선 공약 분석:
노동자와 중소기업, 두 마리 토끼 좇기

총선이 한 달밖에 안 남았지만 각 정당의 공약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예년보다 매우 낮다. 기본적으로는 주류 양당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기성 정당들만 보면 언론이 보도할 만한 공약이 없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했다. 새누리당은 기업 특혜와 저질 일자리 양산을 일자리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복지 공약은 고작 일곱 쪽이고, 그마저 대부분 이미 시행중인 정책들이다. 더민주당도 지난 총선보다 크게 후퇴했다. 2월 18일까지 발표한 공약에서는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기존에 내놓았던 의미 있는 개혁 공약은 그림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비정규직 대책도 전혀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재 가장 큰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진보 염원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총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아직 모두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정의로운 경제’, ‘대한민국의 5대 기득권 해체’, ‘정의로운 주거’ 공약은 대체로 지지할 만하다.

정의당의 총선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노동 공약이다. 정의당은 오는 3월 3일 노동선거대책본부 출범을 시작으로 자당의 노동자 기반을 확대하고 노동 중심 의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정의당 당원 3만 2천여 명 중 노동자 당원은 2만여 명이고 그중 조직 노동자도 1만 명이나 된다.

2016년 2월 17일 정의당의 '정의로운 경제론' 발표 ⓒ정의당

정의당은 먼저 박근혜 정부의 양대지침 등 노동개악 저지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2020년까지 월급 3백만 원 달성 및 비정규직-여성 차별 금지, 노동인권 강화, 연차휴가 확대와 노동안전 강화,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와 대등한 노사관계 구축 등을 5대 노동공약으로 제시했다.

비정규직 대책으로는 기간제 사용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기간도 1년으로 제한, 파견법의 단계적 폐지,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비정규직 양산 규제 정책을 제시했다. 노동시간 단축, 공공 사회서비스 산업 전면 확대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대안도 내놨다.

비정규직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공약도 제시했다. 해고 규제 강화, 최저임금 1만 원, 연간 유급휴가 30일 보장, 5시 퇴근제, 1년 미만 퇴직자에게도 퇴직금 지급, 자발적 실업자에게도 실업급여 지급, 아르바이트 특수고용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확대 등.

사상 최악의 실업난에 놓여 있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디딤돌 급여’ 정책도 내놓았다. 15~34세 청년 중 필요한 사람에게 월 50만 원, 연간 최대 5백40만 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해마다 정원의 5퍼센트 이상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고 일정 비율은 고졸 이하, 전문대 졸업생, 지방대 졸업자 들에게 할당하도록 했다. 그중 30퍼센트 이상은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했다.

반값 임대주택을 늘리고 소득 하위 20퍼센트에게 매달 20만 원씩 주거비 지원을 하도록 하는 ‘서민주거안정’ 대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과 교육훈련 수당을 보장하도록 한 ‘공정임금제’를 건축 관련 정책에 포함시킨 것도 눈에 띈다.

‘대한민국의 5대 기득권 해체’ 공약에서는 국회의원 세비와 고위 공직자 보수를 최저임금의 5배 이하로 제한하도록 했다. 기업주·부자 들에 대한 세금 특혜를 대폭 줄이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쉽게 빠져나가거나 ‘황제 노역’, ‘황제 면회’ 등 특혜를 누리는 것을 원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업과 대기업 임원·CEO에게 임금상한제를 적용해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지지받을 듯하다.

다만 노동운동 내 쟁점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쉽다. 예컨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는 ‘임금 등 노동조건 후퇴 없는’이라는 단서를 붙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다면서 기존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 등 노동조건 악화를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쉬움

‘정의로운 조세개혁’도 법인세·상속세·부동산세·금융소득세 강화 등 대체로는 노동자들에게 이로운 정책들이다. 다만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정책으로 ‘보편적 증세’냐 ‘부유세’냐는 논쟁이 있는만큼 사회복지세, 탄소세 등 신규 세제의 부과 대상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점은 아쉽다.

반값 임대주택 등 주거안정 정책에 국민연금 기금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도 쟁점이다. 물론 연기금을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기업주⋅부자 들만 배불리는 것보다는 나은 대책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의 절반은 노동자들이 낸 보험료로 이뤄진 것이라 세금을 거둬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불공정하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 ‘지급 보증 명문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먹튀’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아쉬움을 넘어 다소 우려스러운 공약도 없지 않다. 예컨대 ‘재벌규제 – 중소기업 육성’ 정책은 정의당의 외연 확대와 득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의 노동·청년 정책과 모순을 일으킬 수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그곳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처지 개선에 이용될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반면, 대기업의 이윤 중 일부를 중소기업에게 나눠 주는 ‘초과이익공유제’는 자칫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보다는 ‘공공서비스 전면 확대’ 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여 양질의 공공일자리 창출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수많은 노동자·청년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의당은 ‘소득 주도 성장전략’을 채택했는데 이 점에 관해서는 정의당 내에 동상이몽이 있는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의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데 강조점을 두지만, 다른 사람들은 “시장분배의 정상화” 즉,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정당화하고 그럴듯한 성장전략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 강조점을 두는 듯 느껴진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이런 차이를 봉합하는 데에는 효과적인 구호일지 몰라도 후자, 즉 성장에 강조점을 둘 경우 다른 정책들과 모순을 일으킬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대중의 소비보다 자본가들의 투자가 경제 성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지금처럼 세계경제 전체의 이윤율이 낮은 상황에서 자본가들의 투자를 유도하려면 모종의 기업 지원 정책으로 이끌리기 쉽다. 그것이 세금 혜택이든, 규제 완화든, 임금 억제든 노동자들에게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더 자세한 분석은 본지 131호 ‘소득 주도 성장론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보시오.)

대외정책 등 정의당이 내놓을 나머지 공약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