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동지 세월호 집회 참가 관련 재판 방청기:
“세월호 참사에 무책임한 박근혜 정부가 유죄이다”
〈노동자 연대〉 구독
세월호 참사 2주기를 20여 일 앞둔 2016년 3월 23일, 김상진 동지(세종호텔노조 전 위원장)의 항소심이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김상진 동지는 2014년 5월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촛불행동’에 참가한 후 신고되지 않은 도로로 행진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1심에서 검찰은 징역 6개월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벌금 2백만 원을 선고했다.(자세한 내용은 “치졸하게 교통 방해로 양심을 처벌하려는 검경에 맞설 것입니다”를 보시오.)
김상진 동지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의 정당함과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경찰의 공권력 남용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당당히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특히 당시 경찰은 겨우 10분 만에 3차례 해산명령을 하고는 곧바로 ‘검거’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시위를 한 것을 두고 일반교통방해 죄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어서 변호사 가 위헌법률심판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적반하장으로 검찰도 김상진 동지가 받은 양형이 부족하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 조사는커녕 무책임과 무관심을 넘어서 마치 참사가 언제 있었냐는 식의 기억 상실증 환자와 같은 행태를 보였던 박근혜 정부가 관련 집회 참가자들을 처벌하려고 혈안이 돼 있는 것은 명백히 부당한 일이다.
이날 김상진 동지는 최후진술에서 ‘법질서 무시’ 등을 말한 검사에게 6백만 명이 넘는 서명과 정의로운 요구를 묵살하고, 수사권·기소권도 없는 반쪽짜리 특별법을 만든 것도 모자라 특조위 마저 무력화한 시행령을 제정한 박근혜 정부의 행태야말로 엄히 처벌돼야 한다며 검사의 기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 당당함에 방청인들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상진 동지가 최후진술에서 밝힌 것처럼 생명과 안전이 우선하는 사회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당시 집회는 온전히 정당하다. 무죄 판결을 요구하는 주장을 재판부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여 일이 지나면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는다.
같은 자리에 두 번이나 꽃이 새로 피고 있음에도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 9명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은폐하려는 세력에 맞서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행동해야 한다.
더불어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의 정당성을 법정에서도 당당하게 주장한 김상진 동지의 투쟁을 응원하자.
다음은 김상진 동지의 최후진술문 전문이다.
최후진술문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가로막는 정부야말로 공공의 안녕을 위협합니다”
세월호 실종자 무사귀환과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가한 것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당하고 정의로운 행동입니다. 따라서 저에게 내려진 1심 판결은 부당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도 7백 일이 넘어, 2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참사에서 살아남은 75명을 포함해 학생 86명의 졸업식이 치러졌습니다. 안타깝게도 같은 시각 유가족들은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 진상규명의 의지를 다짐하는 추모식을 열었습니다. 희생 학생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교실을 찾아가 책상을 어루만지는 그 손길에 얼마나 큰 슬픔이 어려 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자식을 둔 아버지입니다. 저는 저와 제 가족이 이윤과 경쟁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하는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참가한 2014년 5월 17일 세월호 집회는 그런 정당한 요구를 외치는 자리였습니다. 이 집회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된 시점에 개최됐습니다. 그 한 달 동안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힘을 쏟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불법적으로 감시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고 항의하는 목소리를 억누르는 것에만 혈안이었습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유가족들을 향한 모욕적 언사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참사 희생자를 향한 추모와 애도는 자연스레 정부를 향한 비판과 항의, 요구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참사가 벌이진 지 2년이 다 돼 가도록 정부가 한 일은 무엇입니까? 여야 야합으로 만들어진 반쪽짜리 세월호 특별법의 특별조사위원회 권한조차 “쓰레기 시행령”으로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여당 추천위원들의 방해 속에 청문회가 열렸지만 여전히 진실은 가려져 있습니다. 증인들은 모르쇠와 책임 회피로 일관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정부의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유가족의 청와대 면담 요청에 차벽과 물대포, 최루액으로 대응했습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유가족과 세월호 집회 참가자를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교통용 CCTV로 참가자들을 감시하는 등 법도 무시했습니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와 경찰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정의로운 요구를 물리력까지 동원해 가로막고 방해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도 검사는 ‘법 질서 무시’와 ‘법 준수 의식’을 말하면서 저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저는 검사에게 묻고 싶습니다. 6백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참한 성역 없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무시하고, 수사권과 기소권도 없는 반쪽짜리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이 법안에 기초해 만들어진 특조위마저도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제정하는 박근혜 정부의 행태야말로 오히려 “법 준수 의식을 감안하면 엄히 처단되어야 할 사안” 아니겠습니까?
검사는 집회·시위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 다수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꼭 필요한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을 방해하는 박근혜 정부가 진정 국민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또한 검찰은 ‘도로교통 소통 장애에 따른 극심한 불편’과 ‘사회적·경제적 비용’도 운운합니다. 지난해 4월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로 행진하기 전부터 경찰병력 1만 4천여 명, 차벽 트럭 18대, 전경버스 등 차량 4백70대를 동원해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겹겹이 에워쌌다는 언론 보도가 있습니다. 게다가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도로가에 세워진 전경버스 수백 대로 인한 도로교통 장애와 매연 등 정부와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불편과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막대한 것이 진실입니다.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률가”인 검찰은 왜 박근혜 정부와 경찰에게도 공정하게 법을 적용하지 않는지, “법률가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따라서 세월호 집회에 참가해 도로교통을 방해했다는 죄로 내려진 1심 판결을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무능하고 무책임한 박근혜 정부가 유죄입니다. 또한 저는 제 양심에 따라 검찰과 경찰이 도로교통방해죄로 ‘가만히 있으라’는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정당한 요구와 행동에 계속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