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철도공사 자회사에 채용돼 2006년에 대량 해고된 KTX여승무원들은 긴 투쟁을 해 왔다. 전국철도노조 KTX승무지부는 2006년에 철도공사 직접고용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이후로도 농성과 항의, 법정 투쟁을 이어 왔다.

2008년 11월, KTX여승무원들은 근로자지위 확인 등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1심은 "승무원들과 철도공사는 직접 근로관계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때 법원은 철도공사에게 이들이 복직할 때까지 임금(1인당 월 1백8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1년 2심에서도 KTX여승무원들이 이겼다.

그런데 2015년 2월, 대법원은 1·2심 판결을 뒤집어 KTX여승무원이 철도공사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어 11월에 열린 파기환송심은 사측을 편드는 판결을 내렸다.

심지어 대법원과 파기환송심 가처분 결정으로 임금 지급이 시작된 때부터 임금 지급이 중단된 2012년 12월까지의 전체 임금(1인당 8천6백40만 원)을 사측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절망한 한 노동자가 세 살 난 아이와 남편을 두고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일어났다.

"사채업자"

그런데도 철도공사는 악랄하게 KTX여승무원 노동자들에게 이 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4월 15일 철도공사는 노동자들에게 “소송종결에 따른 가지급금 납부 안내”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법원 판결대로 1인당 8천6백40만 원의 돈을 철도공사 통장으로 입금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돈을 반환하지 않으면, 4월 16일부터는 연 5퍼센트의 이자를 일할 계산에 덧붙이겠다고까지 한다.

심지어 철도공사가 이 돈을 반환하라는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들려 온다. 이를 위한 채비로 노동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듯하다.

한 KTX승무지부 조합원이 철도공사를 “사채업자” 같다고 비난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한국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철도공사가 비정규 여성 해고자들을 상대로 “사채업자” 같은 횡포를 부리는 것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철도공사는 이런 작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철도공사는 KTX승무지부 노동자들을 책임져야 한다. 1심과 2심 재판부가 인정했듯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고 채용, 교육, 평가를 주도한 곳은 바로 철도공사였다.

2004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당시 공공기관 정원을 늘리지 않으려고 “비핵심업무 외주화”를 추진했다. KTX여승무원들이 당시 철도청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로 고용된 것도 공공기관 정원을 늘리지 않겠다는 정부 정책의 결과였다.

그러나 열차 승객을 책임지는 승무원 업무가 “비핵심” 업무라는 말은 터무니없다. 이런 주장은 ‘안전을 위한 필요 인력’을 간접고용이나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정당화하고자 고안된 핑계일 뿐이다.

현재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소속 외 인력”(간접고용)은 5천 명이 넘는다. 이는 철도공사 정규직 인력의 20퍼센트나 된다. 인건비를 절감해 수익성을 올리려고 안전과 편의를 뒷전으로 미룬 것이다. 따라서 열차 운행에 필요한 상시 업무가 “비핵심” 업무이고 외주화 대상이라는 정부와 철도공사는 열차 안전을 위협하는 장본인들이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자신의 실제 사용자에게 상시 지속 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KTX승무지부의 투쟁은 정당했다. 상시 지속 업무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지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적 요구이며, 원청 사용자성 인정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다.

지금 철도노조 KTX승무지부는 철도공사의 악랄한 탄압에 반대하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 때 철도노조가 든든한 지원과 지지를 적극 표명하면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외주화 확대에 반대하며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투쟁과 KTX승무지부의 투쟁은 같은 사용자에 맞선 투쟁이다. 둘 다 노동자를 쥐어짜 이윤을 늘리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철도노조의 연대는 올해 노조가 적극 추진하는 자회사 5천여 명 조직화와 투쟁들을 북돋는 효과를 낼 것이다. 철도노조가 KTX여승무원들의 투쟁을 적극 지원하고 나서면 ‘정규직은 철밥통’ 같은 정부의 위선적 비난에 맞서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