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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위원장 첫 재판 소식과 모두 진술

4월 18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해 총파업과 총궐기 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오전 10시, 한상균 위원장이 법정에 들어서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를 응원하러 모여 든 민주노총 조합원과 간부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 노동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법정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반가움에 너도나도 일어서 박수를 보냈다. 한상균 위원장은 주먹을 불끈 쥔 팔을 올리며 화답했다.

한상균은 무죄다 18일 오전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자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진

검사는 한상균 위원장을 기소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피고인은 쌍용차 점거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3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석방된 후에도 2012년 고공 농성을 벌였다. 그리고 2014년 말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로 출마해 ‘내가 위원장으로 당선하면 숨지 않을 것이다. 쌍용차 옥쇄파업 하는 마음으로 민주노총을 총파업 투쟁 사령부로 만들겠다’며 2015년 투쟁 방향을 제시했다. 당선된 직후에는 ‘구속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권에 맞서겠다. 지도부를 믿고 싸워 달라’면서 총파업을 기획하고 주도했다.”

검찰은 지난해 각종 집회에서 특수공무방해, 특수공무방해치상, 도로교통방해 등을 벌인 혐의로 한상균 위원장을 구속 수감했지만, 이는 비단 집회 과정상의 “불법성”을 처벌하려는 것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검사는 아주 분명하게 한상균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한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실제로 검사 측은 지난해 4월 16~18일 세월호 집회,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5월 1일 노동절 집회, 5월 국회 정문 앞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집회, 8월 민주노총 집중행동, 9월 23일 총파업 집회,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 등을 이유로 한 위원장을 기소했다. 박근혜 정부는 민주노총이 지난해 총파업을 벌이고 민중총궐기, 세월호 집회에 조합원들을 대거 동원했던 것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모두진술에서 이런 정부와 검사 측에 단호하게 맞서며, 노동개악 저지 투쟁의 정당성을 당당히 주장했다.

“[검찰은 저더러] 왜 파업을 선동했냐고 합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파업을 했습니다. 해고가 일상인 사회를 막고자 했습니다. 사실상 노동조합을 하지 말라는 노동개악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노동조합은 존재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고용부가 임금,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악화시키려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한다면 이것이 바로 악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의 투쟁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실질 청년실업이 20퍼센트가 넘는데 제1의 대기업 삼성재벌은 1만명의 해고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고학력 실업자가 한 해에 39만 명입니다. 국가가 재벌을 규제하지 않고서는 일자리 문제와 불평등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저는 감옥에 갇혀 있지만 저만을 가두고 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와 짓밟힌 노동자의 권리도 함께 갇혀 있습니다. 모두를 가둘 수 있으나 진실은 가둘 수 없을 것입니다.”

18일 오전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자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진

한상균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가 심판을 당했다며, 민주노총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견업종을 늘리고 기간을 연장하고자 하는 것은 전 국민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현대판 노예제도입니다. 쉬운 해고는 이 땅에서 노동조합을 아예 없애겠다는 계엄령입니다. 이는 결국 총선에 핵심 쟁점이 되었고 민생파탄의 책임을 노동자 탓으로 돌렸던 정부를 민심은 분명히 심판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국민을 무시해도 그렇게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가 심판이었다 생각합니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도 민주노총은 정당하게 요구하고 투쟁할 것입니다. 가는 길이 험하고 어려울지라도 역사의 숙명을 다할 것입니다.”

이날 서울 뿐 아니라 전국의 법원, 경찰청 등 곳곳에서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행동이 열렸다. ⓒ이미진

또다시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상균 위원장은 비록 수감돼 있지만, 법정에서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노동자들의 고통과 분노와 투지를 대변했다.

한상균 위원장의 변호인은 당시 민주노총과 단체들이 낸 모든 집회 신고가 불허돼 집회의 자유가 원천 차단 당했고, 법적 근거도 없이 차벽으로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했으며, 경찰이 물대포로 집회 참가자들을 조준 사격해 백남기 농민을 의식 불명 상태로 만드는 등 과도한 폭력을 사용했다는 것을 조목조목 폭로했다. 특히,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백남기 농민 외에도 경찰의 물대포 조준 사격 만행을 담은 영상은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한편, 민주노총은 재판이 열리기 전에 법원 앞에서 한상균 위원장과 구속된 노동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노동당, 전농, 노동자연대 등의 단체들도 함께했다. 이날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법원, 경찰청 등 곳곳에서 한상균을 비롯해 민중총궐기를 이유로 구속된 노동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행동이 진행됐다.

기자회견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한상균 위원장 석방을 강력히 촉구했다.
"세월호 투쟁에 연대하고, 노동개악 중단을 요구하고, 민중들의 생존권을 요구했던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는 정당했다. 노동자들이 노동개악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이것은 총선 결과가 보여 주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권은 민주노총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수십 명 구속한 것도 부족한지 천여 명 이상을 소환·조사하고, 민주노총을 침탈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정당한 투쟁이기에 무죄이며, 즉각 석방을 요구한다."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자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인 최영준 동지도 민주노총 파업과 한상균 위원장의 정당성을 힘주어 말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문화제는 노동자·시민 1만 2천여 명이 참석해 지난 2년간 진상규명을 방해한 정부의 참패를 자축했다. 또한 총선 결과는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동개악에 대한 분명한 반대를 보여 줬다. 이 중심에 민주노총과 한상균 위원장이 있었다.

당선 전부터 “박근혜 정부와 맞짱 뜨는 총파업”을 주장한 한상균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지지를 받았을 뿐 아니라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시민단체 천여 곳의 지지를 받았다. 한상균 위원장은 정당하다.”

정말이지 한상균 위원장은 무죄다. 민주노총의 노동개악 저지 투쟁은 완전히 정당하다. 한상균을 즉각 석방하라.

한상균 위원장 모두진술

"노동개악 저지 위한 민주노총의 투쟁은 계속될 것"

존경하는 재판장님,

모두 진술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소사실 구체적 사실은 변호인이 진술하였고, 이후에도 이에 대해 진술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피고인의 위치에서 본 재판이 열리기까지 정부와 경찰, 검찰, 정치권, 언론을 통해 난도질당했던 노동자의 절박함은 무엇이었고, 본 재판의 이유가 된 파업과 집회는 왜 이루어졌는지 그 진실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95년 민주노총이 설립되었습니다. 20년동안 9명의 위원장 중 6명 위원장이 구속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모두 같습니다. 파업을 했다고, 비정규 악법을 반대했다고, 정리해고 막으려 했다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집시법, 도로교통법을 어겼다는 이유였습니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노동자 구속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굴하지 않고 노동자, 민중을 대변해야 할 이유가 너무나 많았고 지금도 많습니다. 노예적인 노동을 넘어 정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주5일 근무제를 쟁취해서 전 국민의 삶의 질도 바꾸는 책무를 다하는 것. 지금도 재앙이라 말하는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쟁취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동시간 단축, 재벌개혁과 조세개혁,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쟁해 오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 투쟁의 앞자리에 섰었고 그 이유로 본 법정에 서있습니다.
왜 파업을 선동했냐고 합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파업을 했습니다. 해고가 일상인 사회를 막고자 했습니다. 사실상 노동조합을 하지 말라는 노동개악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노동조합은 존재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살자’를 외치면서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한 죄로 3년의 구속 생활을 마치고 2012년 대선 전에 출소하였습니다. 돌아보면, 3년의 감옥생활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해고된 동지들의 연이은 죽음이었습니다. 왜 해고가 됐는지 납득이 안 가고, 그렇기 때문에 남는 것은 해고자들의 절망뿐이었습니다. 사회 안전망도 없는데, 이 사회는 해고자라는 낙인이 찍힌 사람들을 받아안지 않았습니다. 수백 군데 이력서를 내면서 살아보려고 악다구니를 써봤지만 허사였습니다. 가정은 파탄났고 모든 인간관계는 단절 되었으며, 이 절망을 받아주는 곳은 오직 한 군데, 지옥의 문뿐이었습니다. 대선이 다가오자 정치인들은 분향소를 방문했고 정리해고 문제는 대선 주요 이슈가 되었습니다. 여야 모든 후보들은 정리해고를 막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공약이란 오직 당선만을 위한 것임을 알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리해고 막는 방지법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을 사장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불법적 정부행정지침이 강행되고 있습니다. 경영상의 심각한 어려움이 없더라도 회사가 마음대로 노동자들을 평가해서 언제든지 해고시키라고, 180쪽에 달하는 시행령과 참고서까지 정부가 직접 나눠주면서 말입니다. 해고는 사장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그 빗장을 재벌에게 풀었습니다. 물론 정부는 많은 노동자와 국민들의 비판 앞에 ‘공정 인사지침’이니, 합리적 기준의 ‘저상과자 퇴출’일뿐이니, 쉬운해고가 아니라 ‘일반해고’니 등등, 스스로도 무안해하면서 면면하기 바쁠 뿐입니다.
노동법을 뿌리채 흔드는 초헌법적 행정독재에 맞서기 위해 민주노총의 파업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도 노동조합조차 없어서 아무 것도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무방비로 당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말의 양심으로 보였던 명예퇴직금, 희망퇴직금, 위로금까지도 안 내게 생겼습니다. 자본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또 있습니다. 아마도 2016년 1월 21일 이후 직장에서 쫓겨낸 노동자가 다시 또 직장을 구하는 것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입니다. 저성과자로 낙인찍혀 해고된 사람을 뽑을 사장은 없을 것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너 내일부터 출근하지마!’ 민주노총은 이것을 막기 위해서 투쟁을 멈출 수 없습니다.

사회 정의

저는 가장 선두에서 투쟁을 이끌었기에 1급 수배자가 됐으며, 민생파탄의 책임까지 뒤집어써야 했습니다. 악법이자 전국민적 재앙을 사회에 알리고 막아내기 위해서 했던 투쟁은 법과 질서의 틀 안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프랑스 중·고등학생들이 수만 명씩 학교를 가지 않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노동개악을 막아내기 위해서, 미래의 내 일자리를 위해서 청년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프랑스 정부가 그들을 쫓아내지 않았습니다. 질서보다 사회 정의가 우선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고용부가 임금,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악화시키려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한다면 이것이 바로 악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악법에 맞선 투쟁이 죄가 된다면 그 죗값은 달게 받겠습니다.
왜, 민주노총은 왜,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대화와 교섭, 파업과 투쟁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한 줄기라 생각합니다. 파업과 집회를 좋아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ILO, OECD, 유엔 등 국제기구들은 한국사회의 노동기본권과 민주주의 자유, 언론의 억압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줄지어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탄압으로 일관하는데, 우리사회 대화가 온전히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결국 절박한 노동자, 민중들은 집회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불평등을 해결하겠다고,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고,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겠다고 너무나 많은 불평등과 부정의를 넘어서기 위한 요구를 들고 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역사를 대화없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민주노총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화를 요청하고, 기자회견을 수없이 했습니다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재벌 총수도 나오고 노동자 대표도 나와서 대통령도 나와서 한국사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국민들 앞에서 토론하고 논쟁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좋아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우리 국민들은 빼앗겼습니다. 미국처럼 대통령이 티비에 나와서 논쟁하고, 토론하는 그런 모습도 이 사회에서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일방통행식 대화로는 어떤 타협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타협을 했다는 노사정 합의는 합의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파탄 났습니다. 급기야 한국노총은 그 기구에서조차 탈퇴하고 말았습니다. ‘쉬운해고’, ‘취업규칙 맘대로 변경하는 것’과 ‘노동조합을 무력화’가 재벌과 정부의 목적이고 합의서는 그 합작품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투쟁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실질 청년실업이 20퍼센트가 넘는데 제1의 대기업 삼성재벌은 1만명의 해고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고학력 실업자가 한 해에 39만 명입니다. 국가가 재벌을 규제하지 않고서는 일자리 문제와 불평등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도 민주노총은 정당하게 요구하고 투쟁할 것입니다.

경찰 폭력

왜 민주노총은 시위를 주도했냐고 합니다. 작년 11.14 민중총궐기 단 하루의 집회로 민주노총에서만 25명의 구속이 있었고, 지금도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날 집회가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집회를 불허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차벽을 설치해 시민들의 통행권을 박탈하고 불편하게 한 것은 경찰이었습니다.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민중총궐기 대회를 시작조차 할 수 없게 했습니다. 불구하고 법에 따라 해산하라고만 했습니다. 왜 해산하지 않았는지, 경찰이 쏘는 물대포에 쓰러져 지금까지도 사경을 헤매고 계신 백남기 농민에게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노동자, 농민, 민중에게는 질서보다 절박함이 우선일 때가 많습니다. 바로 생존입니다. 대선 공약만 잘 지켰어도 차디찬 물대포를 맞지 않았을겁니다. 사람은 없고 형식적인 법과 질서만을 앞세워 우리를 죽이려는 것 아닙니까. 노동자의 희생으로 언제까지 재벌 곳간을 채워야 합니까. 재벌을 위한 노동개악으로 노동자의 권리가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는데, 공권력을 국민을 위한 공권력이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모이고, 외치고, 떠들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배웠습니다. 경찰은 그 외침을 가두려고 했습니다. 시위대를 둘러싼 경찰 버스는 귀를 닫고 입을 막게 하는 우리 시대의 추악한 상징물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이땅 노동자의 대표입니다. 이땅 모든 노동자가 비정규직 차별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고, 일상적인 해고를 막아내야 하며, 모든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찾게 해야하는 민주노총 위원장이기도 합니다. 감옥에 갇혀 있지만 저만을 가두고 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와 짓밟힌 노동자의 권리도 함께 갇혀있습니다. 모두를 가둘 수 있으나 진실은 가둘 수 없을 것입니다.
파견업종을 늘리고 기간을 연장하고자 하는 것은 전국민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현대판 노예제도입니다. 쉬운해고는 이 땅에서 노동조합을 아예 없애겠다는 계엄령입니다. 이는 결국 총선에 핵심 쟁점이 되었고 민생파탄의 책임을 노동자 탓으로 돌렸던 정부를 민심은 분명히 심판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국민을 무시해도 그렇게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가 심판이었다 생각합니다.
최근 민주노조를 파괴할 목적으로 설립된 어용노조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법원은 그나마 아직 이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노동자와 서민들의 집회와 시위가 공권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시민을 억압해서는 안되고 할 수 없다는 것을 본 피고는 주장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며칠 전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평생을 뼈빠지게 일만 했는데, 내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곤 절망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나쁜 아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50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어서야 이런 생각을 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적혀있었습니다. 노동자의 ‘노' 자도 모르고 살았던 내가 이제사 다 늙어서 조합원이 됐다는 말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이 희망이 되는 걸 이제사 알아서 너무나 기쁘다고 적혀있었습니다.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왔지만 지금 이 순간이 최고로 행복하다 적혀있었습니다. 힘들지만 민주노총을, 민주노조를 잘 지킬테니 위원장 동지도 힘내라고 했습니다. 그 동지가 바라는 세상,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아마도 이 땅 모든 엄마, 아빠의 바람이기도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도 그 길을 뚜벅뚜벅 가고 있습니다. 가는 길이 험하고 어려울지라도 역사의 숙명을 다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긴 시간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