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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새로운 이름:
규제프리존 특별법 폐기하라

박근혜 정부가 규제프리존 특별법 처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재부장관 유일호는 지난 4월 19일 전국 시도지사들을 만난 데 이어 29일에는 국회를 찾아가 19대 국회 내 처리를 요청했다.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조원진도 19대 국회에서 꼭 처리하자며 5월 4일 기획재정위 회부를 제안했다. 정부는 4월 28일 정부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내 규제프리존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불과 한 달 전에 발의된 법안 처리에 정부·여당이 이토록 속도를 내는 까닭은 논란이 확산되면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의 경우 의료 민영화 추진법으로 알려지며 국회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협회가 총선을 앞두고 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8퍼센트가 ‘보건의료가 영리를 우선시하게 되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찬성 의견은 38퍼센트밖에 안 됐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런 여론을 신경 써 ‘보건의료’를 제외하지 않으면 서비스법 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렇다고 박근혜가 서비스법 통과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서비스법에서 추진하고자 한 핵심 조처들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규제프리존 특별법에 상당 부분 포함시켜 그 효력을 우선적으로 발휘하려 하는 듯하다.

서비스법과 마찬가지로 규제프리존 특별법도 다른 법령의 상위법이다. 따라서 이 법이 통과되면 국회에서 다른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해 의료 민영화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할 수 있다. 서비스법에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있었다면 규제프리존 특별법에는 ‘규제프리존특별위원회’가 있다. 둘 다 기재부 장관이 주도하고 필요할 경우 관계 법령의 제·개정 또는 폐지를 ‘권고’할 수 있다.

세월호

서비스법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문구로 규제 완화를 허용하는 방식이었다면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89개 조문에 걸쳐 해당 법률을 일일이 거론하는 방식이다. 서비스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하다. 그럼에도 포괄적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다른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열거된 제한 또는 금지사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어떤 종류의 사업에 대해서든 규제프리존을 설치할 수 있다.

박근혜가 추진해 왔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의료 민영화 조처들도 대부분 포함됐다. 원격진료를 뒷받침하려는 듯 규제프리존에서는 정보통신망과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규제들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법인은 법률에 명시된 것 외에 마음대로 부대사업 범위를 늘릴 수 있고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 또는 세포배양 의약품”도 “세균학적 지식을 가진 전문기술자”가 마음대로 제조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 규제프리존에서는 미용업자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사업자에게 “국유·공유재산을 대부 또는 매각할 수 있다.” ‘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등을 무시하고 말이다. 공공병원 민영화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규제'프리'존은 전국을 경제자유구역화 하는 법이다. 4월 28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출처 보건의료노조

이밖에도 규제프리존에서는 ‘매립지 준공검사 후 매립목적을 변경할 수 있’고 ‘민간전기공급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지역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전자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고 후자는 전력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 ‘농지 위탁 경영 허가’, ‘독점규제 완화’ 등 기업주·부자 들의 돈벌이를 돕기 위한 조처도 포함됐다.

‘자동차 관리법’,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항공법’,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건축법’,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공중위생법’, ‘자연재해대책법’ 등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법률에도 예외를 둘 수 있다. 이런 무차별한 규제 완화가 낳을 가장 끔찍한 미래는 2년 전 벌어진 세월호 참사가 보여 준 바 있다. 아직 밝혀져야 할 진상이 남아 있음에도 선박개조, 사용연한, 각종 검사 등 규제 완화가 세월호 참사를 낳은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만큼은 명백하다. 유가족들이 진상규명과 더불어 ’안전 사회’를 요구하는 까닭이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런 법률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한 걸음 물러선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에도 ‘독소’ 타령만 하고 있다. 몇몇 조항만 손질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이 법안 전체가 포괄적으로 규제 완화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몇몇 조항을 빼는 것으로는 공공서비스와 안전을 지킬 수 없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의료 민영화법이자 공공서비스 파괴, 안전 파괴법이다. 이 법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