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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이제 더 이상 숨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에는 두 부류의 희생자가 있다. 하나는 하늘의 별이 돼 우리 곁을 떠난 3백4명의 희생자들이고, 나머지는 죽을 때까지 그들을 그리워해야 할 ‘살아 있는’ 희생자들이다.

그중에서도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는 단원고등학교 생존 학생들과 유가족 형제자매들의 첫 번째 인터뷰집이 책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유가족 어머니, 아버지의 목소리를 담아 세월호 관련 도서 중 가장 많이 판매됐던 《금요일엔 돌아오렴: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창비)의 후속작이다.

트라우마

“얼굴 한쪽 눈썹 위부터 반대편 광대뼈까지 사선 모양으로 껍데기가 벗겨졌어요. 어디에 쓸린 것 같아요. 얘가, 얘가 죽었는데 딴 게 보이는 게 아니고. 그래서 지현이가 살아 있을 때 다친 게 아니고 차라리 숨이 멎고 난 후 쓸렸으면… 살았을 때 다쳤으면 너무 그냥 상상도 하기 싫고.”(남서현,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남지현의 언니)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창비, 1만 5천 원.

“옛날에는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 엄마 아빠 나이 안 먹었으면 좋겠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나이 먹으면 오빠한테 가는 시간이 가까워지는 거니까 … 두려움보다는 오빠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김채영, 희생 학생 김동영의 동생)

“영화 보면 소원 들어주는 거 있잖아요. 딱 하나만 들어주겠다고 하면, 저는 왜 한 개만 바랄까, 세 개 네 개 백 개가 아니고 왜. 그런데 이제 왜 하나만 말하는지 알게 됐어요. 너무 간절하니까. 딱 한 번만이라도 이뤄졌으면 하는 거.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거.”(반세윤, 생존 학생)

알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사랑하는 친구와 형제자매를 왜 하루아침에 잃어야 했는지, 책임지는 사람은 왜 아무도 없는지, 왜 피해자들이 오히려 삭발을 하고 도보행진을 하고 최루액을 맞아야 하는지. 알려 달라고 소리치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가만히 있으라”였다.

‘싸이코패스’ 같은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틈만 나면 “시체 장사” 같은 망언을 흘리며 진상 조사를 방해했고, ‘무개념’ 언론들은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 밀었고, ‘아직도 우냐?’, ‘어떻게 웃냐?’ 하는 시선들을 의식해야 했다. 올해 대학교 새내기가 된 생존 학생들은 ‘특례입학’ 논란 속에, ‘친구 팔아 대학 갔다’는 끔찍한 험담도 견뎌야 했다. 그런 고통과 상처 속에서 지난 2년이 흘렀다.

“구조된 게 아니라 살아나온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생존 학생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안타까움과 분노로 읽는 사람의 가슴을 치게 만든다. 참사 당일 해경과 정부의 무능, 무책임함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제 발 밑에서 애들이 손을 허우적대는 게 다 느껴졌어요. 50인실에 물이 차는 데 10초도 안 걸렸어요. 애들이 틈 사이로 와 가지고 살려 달라고 소리 지르면서 손 뻗는 걸 다 봤고, 다 느꼈고…”(이시우, 생존 학생)

“헬기에 있던 해경은 헬기 탈 자신 있는 사람 먼저 손들고 나오라고 얘길 했어요. 애들 한 명씩 배에서 나오는 거 보고만 있다가 구명보트에서 “어 나왔다” 이러는 해경도 있고.”

“구명보트에 탈 자리가 없으니까 보트를 잡고 오래요. 무서우니까 절대 보트를 안 놓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보트를 배에 붙일 때 제가 구명보트랑 해경 배 사이에 낀 거예요. 결국 친구들이 배 밀면서 여기 사람 끼었다고 같이 외쳐 주고 어른들이 도와줘서 빠져 나왔어요. 그때도 해경은 안 도와줬어요.”(김희은, 생존 학생)

“정부가 지켜주지 못한 내 친구가 보고 싶습니다”

그런 생존 학생, 형제자매들의 죄책감과 상처가 조금이나마 아무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다른 생존 학생, 형제자매들과 뜻을 모아 행동에 나섰을 때였다. 희생 학생 남지현 양의 언니인 남서현 씨는 이렇게 말한다. “엉터리 시행령이 나오고 부모님들이 삭발하는 순간 우리(형제자매들)가 모였어요. 각 대학 총학생회에서도 성명서가 나오고 청년들도 내는데 우리 형제자매는 뭐하는 거지? 우리도 뭐라도 해야 한다. 가만히 있을 순 없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생존 학생들도 생애 처음 도보행진에 나서고, 기자회견을 하고, 법정 증인석에 섰다.

“기사랑 악플 보면서 계속 화가 나 있었어요. 그런데 안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하면서 화가 조금씩 사그라졌던 것 같아요. 거의 마지막 코스에 진짜 천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양쪽에 서서 계속 박수 쳐주고 같이 울어 주시고. 가족만큼 울어 주는 분들이 신기했어요. 그때 이후로 악플도 예전보다 신경을 덜 써요. 그게 좀 버틴 계기가 아닌가 싶어요.”(김채영, 희생학생 김동영의 동생)

“도보행진이나 시청 가서 추모제 할 때는 제가 애들을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고 그때만큼은 죄책감이 좀 사라졌어요.”(반세윤, 생존 학생)

이제 4월은 이들에게 따뜻하고 향기로운 봄이 아니다. 시신이 수습됐던 시간이 다가올수록 끔찍했던 팽목항의 악몽이 긴 터널처럼 펼쳐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시 ‘봄’을 얘기한다. “정치인들의 임기는 몇 년이지만, 우리의 임기는 죽을 때까지”이기 때문에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할 ‘그날’은 꼭 온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우리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합니다”이다.

“부모님이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부모님 세대가 갈 때까지 이 일이 해결이 안 돼도 형제자매들이 할 거라고. 계속 이어질 거라고…”(김채영, 희생 학생 김동영의 동생)

대학생으로서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주변에 있는 친구, 언니, 동생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고, 어떤 부분에선 친근한 마음이 들어 빙그레 웃기도 했다. 특히 영어 학원을 다니고 싶다던 동생에게 ‘집안 사정도 모르냐’며 혼을 냈다가 그만 울리고 말았었다는 한 언니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비행기 표가 비싸서 낡은 배에 아이들을 태워야 했던 것, 수학여행에 입고 갈 옷 하나 제대로 못 사준 것이 일생의 한으로 남아 있는 유가족들, 믿고 의지할 데라곤 가족밖에 없었던 이 평범한 노동계급의 심정을 참사의 주범들인 이 나라 권력자들은 감히 털끝만큼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엄마, 아빠’ 못지 않게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생존 학생, 형제자매들이 더는 상처받지 않고 숨죽이지 않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들이 널리 읽히고 알려져 더 많은 지지와 응원들이 그들에게 쏟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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