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르크스의 생태학-유물론과 자연》:
마르크스주의의 입장에서 본 생태 위기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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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환경사회학자인 존 벨라미 포스터가 쓴 《마르크스의 생태학》이 완전히 새롭게 번역, 출판됐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유물론에 기초해 자연과 생태를 탐구한다. (사실 이 책은 2010년 번역 출판되었지만, 번역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이 때문에 책의 내용이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했고 책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존 벨라미 포스터는 마르크스 사상에 기초한 생태논의를 올바르게 발전시킨 중요한 학자이다. 이미 국내에는 환경문제를 다룬 그의 책이 여러 권 번역됐다. 《생태계의 파괴자 자본주의》, 《생태혁명》,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 등은 자본주의와 생태 위기의 연관성을 밝히고 생태운동이 노동운동과 충돌하지 말고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의 생태학》은 마르크스가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생태문제를 어떻게 탐구했는가를 추적하며 마르크스의 사상이 뿌리부터 생태친화적임을 (국내에 소개된 그의 다른 책들과 비교해도) 깊이 있게 다룬다.
다소 이론적이지만 이 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마르크스 이론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꼭 읽어봐야 할 서적이다.
책의 강점
생태 위기를 극복하려는 운동 내에서조차 마르크스주의는 종종 쓸모없거나 심지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된다. 마르크스 사상은 시종일관 생태적이지 않다거나, 마르크스는 말년에 기술 친화성을 강조해 생산주의로 경도되었다거나, 마르크스가 농업 분야의 생태 악화를 분석했지만 이것은 그가 제시한 사회 분석과는 별개라는 등의 잘못된 주장이 흔하다.
마르크스주의로 생태 문제를 설명하려는 좌파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마르크스주의를 별도의 생태주의와 결합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주류다. 포스터는 자신도 과거에는 마르크스의 사상에서 생태학적 통찰은 다소 부차적일 뿐이라 봤었다고 이 책에서 회고한다.
이러한 포스터의 생각 변화는 책 제목을 선정하는 과정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 책을 집필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책 제목을 “마르크스와 생태학”이라고 정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이론적 궤적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마르크스 사상에 강력한 생태학적 통찰이 이미 들어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포스터는 집필 중에 책 제목을 “마르크스의 생태학”으로 바꿨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생태사회주의자들”이 녹색 이론과 마르크스를 접목하려 했던 시도가 되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을 위해 포스터는 마르크스 이론의 토대가 되는 유물론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과정으로 글을 시작한다. 포스터는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자연관과 그것이 유물론적 역사관과 맺는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마르크스의 저작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책의 주요 내용
이 책은 마르크스가 유물론적 자연관과 유물론적 역사관을 형성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마르크스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인 고대 유물론, 특히 에피쿠로스의 유물론 연구, 생물학자 다윈과 토양화학자 리비히 등 당대 자연과학에 대한 마르크스의 탐구 과정, 인생 말년에 마르크스가 민족학 연구에 집중한 이유 등을 상세히 다룬다. 또한, 존 벨라미 포스터는 마르크스 당시에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자연신학과 맬서스의 인구론 등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마르크스 이론 안에서 생태학적 통찰은 바로 유물론에서 기초한다. 마르크스의 유물론(유물론적 자연관)은 고정된 기계적 결정론이 아니다. 마르크스는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유물론을 탐구하면서 유물론이 어떻게 인간의 자유를 이해할 수 있는 본질적 토대가 되는지를 밝힌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유물론을 “자연사적 과정”에 속한 것으로 정의했으며 인간 사회가 사회적 실천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유물론을 자연의 영역으로부터 분리하려고 하거나 자연 물리 과학으로부터 분리하려는 시도를 일체 거부했다. 이와 동시에 사회적 영역에서 마르크스의 유물론은 독특하고 실천적 성격을 띠었다. 이는 인간의 역사 안에서 존재하는 자유(와 소외)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1920년대 서구 마르크스주의 안에 실증주의 영향이 커지자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는 실증주의의 침투에 대항하면서 사회를 자연적 요소로 환원하는 것을 부정하려다 너무 나아가 자연과 사회 사이의 연관성을 찾는 행위 일체를 거부했다. 포스터는 이러한 흐름을 비판하면서 마르크스는 원래 유물론적 역사관과 유물론적 자연관의 결합으로 사회와 자연을 탐구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가 정립한 유물론적 자연관과 유물론적 역사관에 기초해, 《자본론》에서 비중 있게 다룬 토양 퇴화와 도시와 농촌의 적대적 노동분업을 다룬다. 마르크스는 농업 위기를 포착해서 “대규모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과 토양 사이의 물질대사에 균열”을 발생하는 기제를 분석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토지는 “영원한 공동체의 소유”로 이를 의식적이고 합리적으로 다루는 것은 “연속된 인간 세대들의 존재와 재생산을 위한 양도될 수 없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마르크스의 관점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현대적 개념의 핵심을 19세기 중반에 이미 포착한 것이다.
다른 한편, 포스터는 마르크스 사후 생태적 통찰이 어떻게 계승되고 변질했는지를 이 책의 후기에서 다룬다. 엥겔스가 마르크스 사후 마르크스의 생태학적 통찰을 발전시켰고 기계론적 유물론을 비판하면서 유물론적인 자연관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그의 업적을 재평가한다. 엥겔스 이후 마르크스주의와 생태학이 윌리엄 모리스와 베벨, 카우츠키, 레닌, 룩셈부르크, 부하린 등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설명한다. 레닌 사후 마르크스의 생태적 통찰을 계승한 사상가들이 숙청당하고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 생산을 위한 생산의 팽창이 소비에트 사회의 압도적 목표가 되면서” 마르크스의 생태학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도 상세하게 다룬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마르크스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탐구한 에피쿠로스의 비(非)결정론적 유물론을, 이후 헤겔과 정치경제학, 프랑스의 사회주의, 19세기 진화 과학 등을 통해 변증법적으로 종합한다. 마르크스는 에피쿠로스의 유물론에서 ‘자연으로부터의 인간 소외’를, 헤겔로부터 ‘노동으로부터의 인간 소외’를 발전시킨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고유한 관계로부터의 소외가 발생하고 있음을 파악한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생태학적 통찰을 리카도의 경제학, 리비히의 화학, 다윈의 진화론에서 얻은 비판적 지식과 결합시켜 혁명적 철학을 단조해 냈다. 이 혁명적 철학의 목적은 모든 측면에서 소외를 극복하는 것, 다시 말해 지상의 토대 위에 수립된 합리적 생태학과 자유로운 인간의 세계-연합된 생산자들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미 6년 전에 한 차례 출판됐던 책을 재번역 하는 일에 내가 뛰어든 것은 다음과 같은 필요성과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과 사회로부터의 인간 소외를 극복하고 노동자를 착취, 자연을 황폐화하는 자본주의를 변혁하고자 했던 마르크스의 사상은, 이상 기온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있다. 이 책이 마르크스의 생태논의에 관한 통찰을 주고, 유물론적 자연관 · 유물론적 역사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사회변혁과 지속가능한 생태 사회를 향한 투쟁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옮긴이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