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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임금 삭감, 경쟁 강요, 공공서비스 악화시키는:
성과연봉제 저지하자

이 글은 5월 26일 철도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배포한 유인물이다.



정부가 금융공기업과 공공기관들에 성과연봉제 확대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가 주재하는 6월 9일 공공기관장 회의를 앞두고 각 공공기관 사측은 이사회를 열어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과시키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 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과반 이상 노조의 동의를 거치게 돼 있는 근로기준법을 대놓고 위반하는 것이다. 노동부 장관이 직접 노조가 합의를 계속 거부하면 일방적으로 도입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며 강행을 촉구했다.
5월 20일 여·야·정 제1차 민생경제 현안점검회의에서 “성과연봉제는 노사합의로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이 합의가 있던 당일 철도시설공단 사측은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통과시켰다. 이후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자원공사 등에서도 줄지어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여야 합의 파기 논란이 일었지만, 기재부는 노사합의는 “권장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돼도 ‘임금총액이 감소하지 않고 다수가 수혜 대상’이라며 노동자들에게 불이익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향 평준화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다. 일부는 임금이 오르므로, 개별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봉제가 폐지되면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던 효과가 사라져 대다수가 실질임금이 삭감되고, 하위 등급을 받은 이들은 더 크게 삭감될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전반적 임금 수준에 하향 압박을 가한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목적은 장기화하는 경제 위기에 대응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고 하향 평준화하려는 것이다.
또 성과연봉제는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 강화 효과도 있다. 정부는 “공정한” 성과 평가를 도입한다지만, 정부가 기업들에 제공한 임금 컨설팅 사례들을 보면, 근태, 충성도, 고객 만족 등 관리자의 주관적 평가가 주요 기준이기 일쑤였다. 결국 노동자들은 임금과 승진을 위해 경쟁에 내몰리고 성과평가자인 상급자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한다. 이는 작업장에서 관리자들의 통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경쟁 강화는 공공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위협한다.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0년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보험료 목표 징수율을 높이고 이를 위해 성과 경쟁을 강요했다. 이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수많은 생계형 체납자들을 쥐어짜라는 요구였다.
철도는 운전, 차량 정비, 선로 보수 등 모든 업무가 협업으로 진행되고 각 업무들이 유기적이고 협력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런 곳에서 개인별 성과 평가로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노동자들 사이에 협력을 약화시켜 철도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다.
이렇게 명백히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불이익하고 공공서비스를 위협하는 데도, 정부는 “공공부문이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선도”하기 위해 이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임금과 노동조건, 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투쟁이다.

이사회 강행 전에 저지를 위해

파업 태세를 갖춰야 한다

노사합의가 ‘권장사항’이라는 기재부의 입장에서 보듯, 정부는 불법 논란을 감수하고서도 성과연봉제 시행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정부는 상반기에 금융 공기업들과 철도 등의 대형 공기업들에 성과연봉제를 관철해 이를 동력으로 나머지 기관들과 민간 기업에도 확대해 가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직원 동의서를 받는 등 최소한의 근거를 만들어 일단 강행한 후 노조와 교섭을 진행해 사후적으로 노사 합의를 끌어내 보려는 계산인 듯 하다. 노조들이 소송을 걸어 법적 공방이 지속되는 사이 노동자들의 반발이 잦아들거라 여길 것이다.
물론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 사측이 일방 강행을 밀어 붙인 곳들에서 노조와 노동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정부의 이런 구상이 뜻대로만 되긴 어려울 수 있다.
금융노조는 9월 총파업을 선언했고 공공운수노조도 9~10월 파업 계획하고 있다. 6월 18일에는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의 대규모 집회도 열린다. 그럼에도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정부가 맹공을 펴는 상황에서 정부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공공운수노조의 주요 노조들이 상반기에 힘을 집중해 파업 등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우리측이 준비됐을 때 싸운다’며 기존 계획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5월 말, 6월 초 국면에 최대한의 힘을 결집해 싸워야 하반기까지 투쟁을 확대해 가는 데도 유리할 것이다.
6월에 개원하는 여소야대 국회를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기대들도 상당한데, 그러려면 노동자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이것이 야당과의 체계적 공조나 국회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경계도 해야 한다. 더민주당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불법 추진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반갑지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원내대표들은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일방 추진은 문제’라고만 말한 점은 우려스럽다. 이를 보건대 두 부르주아 야당은 노조들과 노동자들의 압력 때문에 정부를 비판하긴 하지만, 진지하게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19대 국회 임기 막판에 더민주당이 병원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에 동조했던 것을 봐도 이들의 불철저함을 알 수 있다. 이런 태도는 두 당의 친기업적 뿌리와 정규직 노동자들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보는 근본적 한계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따라서 20대 국회 대응과 정치권 압박이 노동자 투쟁을 대신하거나 노동자 투쟁이 그에 종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여전히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대형 작업장들에서 성과연봉제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저지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살아나는 자신감


특히 철도공사 사측도 노조가 성과연봉제 합의를 계속 거부하면 6월 중 노조를 제치고 이사회를 열어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혀 일방 강행의 위험성이 상당해 보인다.
그래서 철도노조 집행부는 사측이 이사회 강행을 추진하면 이사회 저지 투쟁을 하고 즉각 쟁의행위에 돌입할 절차를 밟고 조합원 총회 등을 6월 안에 총력 투쟁 태세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면 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천명해 사측이 일방 강행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 기재부의 지휘 하에 각 정부 부처들이 6월 9일 전까지 최대한 속도를 내 성과연봉제 강행을 밀어붙이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철도공사의 이사회 추진도 이 시기에 즈음해 추진될 위험이 적지 않다. 또 정부는 가능한 만큼 국회 개원 전에 최대한 밀어붙여 국회에서 논란도 최소화하길 원할 것이다.
따라서 성과연봉제 일방 강행을 저지하려면 이사회 강행 전에 파업 태세를 갖추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래야 사측이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해 성과연봉제 통과를 시도하려는 것에 대비할 수 있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이사회 소집 통지를 생략할 수 있게 했고, “긴급을 요하는 안건”은 서면 의결도 가능하게 해뒀다.
사측의 일방 강행 후에도 싸워서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들은 그 전에 싸워 이를 막는 것이 훨씬 승산이 있다고도 여길 것이다.
무엇보다 4월 말에 열린 철도노조 결의대회에 5천여 명이 모여 자신감이 살아나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서울지역에서 여러 지부들이 성과연봉제 반대 집회들을 개최한 데서 보듯 조합원들은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을 호소하면 이에 적극 응할 분위기가 존재한다.
따라서 철도노조 대의원들과 활동가들은 오늘 열리는 철도노조 대대에서 이사회 강행 전에 파업 태세와 준비를 갖추자는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과연봉제만큼은 저지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열망이 크고 싸워볼 의지가 있는 만큼, 철도노조의 활동가들은 지도부에게 투쟁 조직을 촉구하는 것과 동시에 기층에서 투쟁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파업 준비에 나서야 한다.
활동가들과 투사들은 노조 골간 조직에서 이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독립적인 네트워크도 구축해 기층의 투쟁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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