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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한 반대 기자회견 관련 재판:
‘정부 반대 구호 외칠 때마다 구호값을 내야 하는가?’ 하고 일침을 놓다

5월 26일 서울지방중앙법원에서 김승주 씨(이하 존칭 생략)의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1심 재판부는 오바마 방한에 반대한 기자회견을 주최했다는 이유로 김승주에게 7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검찰 구형 1백만 원). 그러나 김승주는 이에 불복하여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오바마는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려고 방한한 것이었고, 한반도 군사 긴장을 불러일으킬 한미일 동맹에 반대한 기자회견은 완전히 정당했다.

변론을 맡은 김현성 변호사는 오바마 방한 반대 기자회견을 불법으로 규정한 근거가 된 집시법 20조 2항과 6조 1항이 위헌법률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요청했다. 해당 조항들은 집회 신고 의무를 지우는 것으로 김현성 변호사는 이 법률이 사실상 집회 허가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법을 위헌법률로 보지 않더라도 당일 진행된 것은 옥외집회가 아니라 기자회견이었기 때문에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해당 법률을 찾아보니, 사전 신고 규정을 두고 해당 규정을 지키지 않은 집회는 경찰이 일방적으로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었다. 경찰은 집시법의 여러 조항들을 근거로 신고한 집회들도 허가하지 않을 수 있었다. 집시법은 해석에 따라 적용 범위가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들 수 있다고 해서 고무줄 적용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이면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것이다.

김승주도 최후진술에서 이 점을 두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30분짜리 학생들의 기자회견은 저희가 사용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언론의 자유였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언론 광고주로서 직접 입김을 행사하고, 재벌들은 각자 대형 언론사들과 유착되어 있는데 저희는 기자회견에서 구호 한 번 외치려면 백만 원씩 ‘구호 값’까지 내야 합니까?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국가와 대통령이 하는 일에 평범한 사람들이 자유로이 왈가왈부하겠습니까?”

‘우리는 정부에 반대해 구호를 외칠 때마다 구호값을 내야 하는가?’ 하는 말은 오늘날 이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들춰내는 말이었다.

김승주는 “금지하고 불법으로 만들어야 할 것은 청년 학생들의 30분짜리 기자회견이 아니라 오바마와 한국 정부가 추진한 사드 배치와 MD 설치”라고 주장했다. 한미동맹 아래 배치된 이런 위험한 첨단 무기들이야말로 한반도 군사긴장의 원인이다. 그러므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한 것은 기자회견이 아니라 오바마와 박근혜 정부다.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게 만든 것도, 세월호에 침몰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은 것도, 모두 정부가 저지른 불법과 폭력이었다. 그러나 그 주된 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나는 김승주가 당당히 무죄를 주장한 최후진술을 들으면서 법이란 권력자들의 도구이며, 이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재판은 앞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 판단과 선고를 남겨놓고 있다.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제청과 무죄를 선고하길 바란다.

김승주 항소심 최후진술문

검찰은 저의 범죄 사실이 ‘기자회견을 빙자한 미신고 집회를 주최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1심 재판에서 물었습니다.

집시법에 따르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만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누구에게도 폭행, 협박, 손괴, 방화 같은 걸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심 판결문은 이상한 답변을 했습니다. 외형상 기자회견일지라도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대외적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순수한” 기자회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의아했습니다.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대외적으로 표출하는 것, 도대체 기자회견의 본래 의미와 무엇이 다른지 말입니다.

1심 재판부는 제가 구호를 선창하며 피켓을 흔들었기 때문에 순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자가 아닌 일반 공중이 들을 수 있는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에 순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기자회견 내용을 시민들이 보고 듣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

방화와 섬뜩한 인신공격, 협박 등을 자행하는 우파들의 기자회견을 저는 숱하게 봐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바로 그 집회들이 청와대와 전경련의 사주로 조직된 것임이 사실상 드러났습니다. 남한의 최고 정치 권력, 최고 경제 권력이 지폐 몇 장 쥐어주며 사주한 기자회견이야말로 비순수한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 왜 너무나 평화로웠던 30분짜리 학생들의 기자회견은 기어코 범죄여야만 하는 것입니까?

대법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고 범위를 일탈한 집회라 하더라도 평화롭게 진행된다면 금지하거나 해산해서는 안 된다.” 1심 재판부는 기자회견 당시 경찰이 자진해산 요청을 했지만 해산하지 않았다고 직접 판결문에 명시했습니다. 해산을 요청한 쪽이 문제입니까, 해산하지 않은 쪽이 문제입니까?

저는 이번 사건이 정확하게 허울뿐인 신고제,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집시법이라는 악법이 경찰, 검찰, 사법부의 유권 해석으로 인해 기자회견에까지 그 검은 손을 뻗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 전 기자회견에 참가한 8개 단체 16명의 청년 학생 참가자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강화하려 한국을 방문하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무슨 일들이 있었습니까. 사드 배치 및 MD 참여 논란과 주한미군 탄저균 반입, 지카 바이러스 실험 의혹 등이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공공의 안녕을 위협’한 것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아니라 바로 기자회견이 비판했던 이 나라의 권력자들입니다.

30분짜리 학생들의 기자회견은 저희가 사용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언론의 자유였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언론 광고주로써 직접 입김을 행사하고, 재벌들은 각자 대형 언론사들과 유착되어 있는데 저희는 기자회견에서 구호 한 번 외치려면 백 만원씩 ‘구호 값’까지 내야 합니까?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국가와 대통령이 하는 일에 평범한 사람들이 자유로이 왈가왈부하겠습니까?

현재의 시국을 보십시오. 세월호, 역사 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노동개혁, 의료민영화, 남발되는 시행령과 물대포로 70세 농민을 조준 사격에 사경에 이르게 한 경찰, 그러나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현실. 곳곳에서 정부의 범법, 불법, 폭력이 만연합니다. 어제는 세월호 과적과 증선 인가를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항만청 전 간부들과 청해진해운 전 대표에게 대법원이 이전 판결들을 뒤집고 무려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과연, 정말이지 경찰, 검찰, 사법부, 박근혜 정부는 한 명의 시민인 제 앞에서 떳떳할 수 있습니까?

판사님, 저는 완전히 무죄입니다. 반면 저 말고 이 자리에 서야 할 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