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차별적 귀화불허 정당화하는 국적법 합헌 결정 규탄한다
〈노동자 연대〉 구독
이 글은 8월 2일 '민수씨가족의친구들'이 발표한 성명서이다.
7월 28일 헌법재판소는 ‘품행 미단정’을 이유로 귀화를 불허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적법 제5조 제3호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놨다. 우리는 기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스스로 저버린 헌법재판소를 규탄한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 라마다와파상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품행이 단정하다’는 품성과 행실이 얌전하고 바르다는 의미로 통용된다”며 “‘품행이 단정할 것’과 같이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가치평가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품행 단정’의 구체적 기준은 국적법이나 같은 법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 법규에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이렇다보니 법원은 ‘품행 단정’의 기준에 관해 “당해 외국인의 성별, 연령, 직업, 가족, 경력, 전과관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를 우리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여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임에 있어 지장이 없는 품성과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추상적으로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품행 단정’ 규정은 그 자체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이를 구체화한 하위규정도 없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될 여지가 크므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런 이유로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도 ‘품행 단정’의 구체적인 기준을 법령 등에 마련할 것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주장과 달리 ‘품행 단정’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보니 법원 판결도 종잡을 수 없다. 민수씨의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한 1심 판사는 판결문에 “이 사건 범죄는 방어적이어서 반사회적이거나 파렴치한 것은 아니므로 비난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피고인을 위하여 지적해 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9월 5일 서울행정법원 제1부
이에 비해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 제4부
이처럼 ‘품행 단정’ 규정은 △어떤 행위가 품행의 미단정에 해당하는지 △범죄 경력이 품행의 미단정에 해당하는지 △어느 정도의 범죄 경력이 불허대상인지 △한번 불허사유가 되었던 범죄 경력은 언제까지 재귀화신청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귀화허가결정의 본질적인 요소에 관한 일체의 판단을 오로지 행정청인 법무부장관에게 맡기고 있다. 이는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은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는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법무부는 7월 초 국적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
한국인의 경우 자신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경우 적극적으로 항의할 수 있고,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형사처벌을 당하더라도 강제퇴거나 이로 인한 가족들과의 생이별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이에 비해 귀화신청자는 민수씨처럼 한국에 장기간 체류하며 이룬 생활터전이 있고 한국인 배우자와 가족을 형성하고 자녀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도 귀화신청이 불허되면 언제든지 강제퇴거 위험에 처할 수 있어 매우 불안한 위치에 있게 되고 행동의 제약을 받게 된다. 이는 귀화신청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가족과의 생이별을 걱정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는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가진 권리이다.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는 국적법의 일반귀화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귀화를 허가하면서, 민수씨와 같은 이주민은 15년 이상 가족을 이루고 살았는데도 귀화를 허가하지 않는 것은 매우 차별적이다. 우리는 이번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적법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6년 8월 2일
민수씨가족의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