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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재학생이 말하는:
최경희 총장이 사퇴해야 하는 6가지 이유

이화여대 학생들이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16일째 본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이화여대 학생들이 지난 2년간 최경희 총장의 ‘불통’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런데 최경희 총장의 입장에서 불통은 불가피했을 듯하다. 총장이 추진하는 일들이 온통 학생들의 바람을 거스르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폭풍 같이 몰아친 대학 구조조정

첫째, 최경희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발맞춰 대학을 취업 사관 학교로 만들고 기업 이윤 논리가 학교 곳곳에 스며들게 하는 사업에 앞장섰다. 일찍이 〈이대학보〉에 실린 취임 인터뷰에서 최경희 총장은 “특정 학과를 산업적으로 특성화 시켜 취업 중심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라임·코어 사업은 그 정점이었다.

학교 당국은 프라임 사업 소형에 지원해 선정됐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전체 정원의 10퍼센트를 다른 학과에서 줄여 공대에 몰아주게 된다. 이공계를 제외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원 조정에 따라 교육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미 예체능계열은 전임교원 1인 당 학생 수가 40.8명으로 법정 기준(약 20명)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조형예술대는 준비물을 대부분 학생 자비로 구매하고 있다. 이공계로만 예산과 인력이 집중되면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이공계 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 기회를 누리게 된 것도 아니다. 프라임 사업으로 공대는 엘텍(ELTEC)공대로 개편됐는데, 여기서 첫 글자인 알파벳 E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뜻한다. 최경희 총장은 “알파고 시대”에 발맞추겠다며 엘텍공대에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사이버보안과,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같은 기업의 입맛에 맞는 학과를 신설했다. 이런 방향은 학문을 더욱 협소하게 만들고 기업의 이윤논리에 휘둘리게 만들 것이다.

코어 사업은 이처럼 프라임 사업 추진으로 커진 인문계열 교수·학생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인문학도 기업 입맛에 맞추려는 시도다. 프라임·코어 사업이 한 쌍으로 추진된 이유다. 다음 학기부터 인문경영, 인문예술미디어 등 인문학과 산업을 연결시키는 학과들이 새로 개설됐다. 이 수업들에선 “문화적 관심사를 실제 문화 상품으로 연결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학교 당국은 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과 저항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지난 3월 말 프라임 사업 지원을 앞두고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내 단체들이 본관 기획처를 점거하고 밤샘 농성을 벌였지만 기획처장은 강의를 하고 온다며 자리를 피한 뒤 몰래 사업 계획서를 제출해 학생들의 뒤통수를 쳤다.

심지어 프라임 사업 반대 농성을 주도한 총학생회장에게는 징계 협박을 했다. 총학생회가 대동제 축제 부스마다 프라임 사업을 비판하는 배너를 걸려고 하자, 학교 본부는 교비 지원을 제한하겠다며 총학생회를 압박했다.

둘째, 2015년 2월 신산업융합대학 신설 계획이 발표됐다. 기존 경영대학 소속의 국제사무학과, 건강과학대학 소속의 체육학과·보건관리학과·식품영양학과, 조형예술대학의 의류학과를 신산업융합대학으로 재편하고, 건강과학대학은 없앤다는 내용이었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안건을 의결하는 평의원회 하루 전날 통보했다. 신산업융합대학으로 재편된 학과들은 노골적으로 기업 이윤을 뒷받침하는 교육과 훈련을 핵심 목표로 내세웠다. 의류학과는 의류산업학과로, 체육학과는 글로벌스포츠산업전공 등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질도 하락했다. 학교와의 간담회에서 원래 건강과학대 소속이었던 한 학생은 신산업융학대학으로 재편된 뒤, 전공으로 인정되는 수업이 줄고, 학과 정원도 30명에서 21명으로 줄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신산업융합대학 학생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단과대학 건물과 강의실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 시설 상업화

셋째, 2015년 5월 초 학교 당국은 정문 박물관 앞에 ‘파빌리온’ 건설을 시작했다고 급작스레 통보했다. 학생들이 공간의 목적을 묻자 학교 당국은 ‘학생들을 위한 휴게 공간’이라고 둘러댔지만, 정작 완공된 파빌리온에는 비싼 카페와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점이 들어섰다. 1~2천 원짜리 생협 커피를 마시고, 학내 김밥 가게에서 2~3천 원짜리 김밥을 먹으려고 긴 줄도 마다 않는 평범한 학생들의 필요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곳이었다.

공간 부족 문제가 워낙 심각해서 학생들은 여러 해 동안 교육·자치공간 확충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이런 요구에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돈벌이를 위한 카페와 기념품점은 몇 달 만에 뚝딱 건설해버리는 모습을 보며 수많은 학생들이 ‘누구를 위한 학교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 것은 당연하다.

중국인의 이대역 이용건수는 2013년 1만 3천 건이었다가 2014년에는 2만 9천 건으로 갑절 넘게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수업 중인 강의실 문을 열고 사진을 찍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일들이 많아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 학교 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이화웰컴센터을 지어 아예 본격적으로 기념품 장사를 시작했다.

2014년 총학생회가 대동제 교비 지원을 요구하자 학교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 문제 비판 배너를 떼면 대동제 교비 지원이 용이할 수도 있다’며 압박했다. 이에 총학생회가 응하지 않자 학생처는 공식적 교비 지원 대신 총학생회장을 따로 불러 ‘최경희 총장의 뜻’이라며 1백 만 원을 주며 ‘그만 떼쓰라’는 식으로 모욕을 줬다.

넷째, 2015년 입학생부터 직전학기 과목낙제 없이 성적이 3.75 이상(15학점 이상 취득)인 학생에게 50만 원을 지급하는 성적장학금(“우수2”)이 폐지됐다.(〈이대학보〉 1506호 보도에 따르면 우수2 성적장학금 폐지는 2014년 3월 김선욱 총장 때 결정됐다.)

2015년 하반기에 이 사실이 학생들에게 알려지자 안 그래도 적은 장학금을 더욱 삭감한다는 것에 학생들이 크게 분노했다. 학교 당국은 가계곤란 학생을 위해 성적장학금 대신 복지 장학금을 늘리려 했다고 변명했다. 일반적으론 경쟁을 강화하는 성적 장학금보다 복지 장학금이 대폭 늘어나는 게 옳다. 그러나 복지 장학금을 찔끔 늘리며 기존에 있던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는 것은 학생들을 기만하는 것일 뿐이다. 성적 장학금이라도 받으려고 애쓰던 학생들은 이제 성적 대신 얼마나 가난한지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당시 총학생회는 성적장학금 폐지 철회를 요구하며 면담과 총장실 항의방문, 서명 운동, 단식 등을 진행했지만 최경희 총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최경희 총장은 듣기 싫다며 “쉿, 땡큐”라는 말을 남기고는 도망쳤다.

다섯째, 2015년 말 학교 당국은 학군단 유치를 신청해 2016년 2월 유치 대학으로 선정됐다. 학교 당국은 학군단 유치가 취업 기회를 마련하고, 대학 경쟁령을 높일 수 있다고 명분을 댔다. 일부 학생들도 이런 정책을 지지하기도 했다. 만연한 청년 실업이 이런 정책을 지지한 배경이 됐을 법하다. 여성이 군대에서도 고위직에 진출하면 여성 일반의 지위가 상승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학군단에 들어가 장교가 되는 극소수 학생들은 몰라도 대다수 학생들의 취업은 학군단과 무관하다. 오히려 학군단 신축 기숙사, 장학금 지원 등에 쓸 돈을 교육에 투자하는 게 대다수 학생들에게 이롭다.

게다가 학군단은 본질적으로 억압적인 군대의 일부다. 여대에 학군단을 유치하는 건 억압적 군대를 미화하기 위한 것일 뿐 여성의 지위 향상과 아무 관계가 없다. 위계질서와 폭력이 만연한 것은 물론 심심찮게 폭로되는 군대 내 성범죄는 결코 ‘여성 역량 강화’ 따위로 군대의 본질이 미화될 수도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최경희 총장은 자신이 이런 군대에 친화적이고 지배자들의 이익에 충실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려고 이화여대 학생들을 억압 기구로 유인한 셈이다.

이화여대 곳곳에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붙어있다. ⓒ이미진

무력으로 학생 저항 진압하기

여섯째, 최경희 총장 재임 중 학내에 경찰이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10월 박근혜가 이화여대에서 열린 여성단체협의회 행사에 참가할 때 학내에 수백 명의 사복 경찰이 깔렸다. 온갖 악행을 저질러 온 박근혜가 역사 교과서까지 국정화시키는 것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던 터라 이화여대 방문에 대한 항의는 더욱 거셌다. 학생들이 박근혜 방문에 항의하며 사복경찰과 대치할 때, 최경희 총장은 박근혜를 맞이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경찰투입에 대한 총장 책임을 물으며 총장실을 찾아갔지만 총장은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이 외에도 최경희 총장이 저지른 악행들은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경희 총장은 중앙도서관 24시간 이용을 폐지하려 했다. 또 취업준비생들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고 이용하는 ‘0학점’ 제도를 폐지했다. 이제 취업준비생들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최소학점을 신청해 70만 원 가량을 내야 한다.

이번 본관 농성 이후에도 최경희 총장은 경찰 투입, 징계 협박, 학생 이간질 시키기 등을 일삼으며 자신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를 거듭 입증하고 있다. 수많은 학생들에게 이런 최경희 총장의 사퇴는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 비민주적 학사 행정의 중단을 뜻한다. 최경희 총장의 퇴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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