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번복, 사퇴로 끝내자!”:
이화여대 재학생·졸업생 7천여 명이 최경희 총장 퇴진 시위를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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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해! 사퇴해!”
8월 10일 저녁 8시, 전날인 9일 오후 3시까지 퇴진하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최경희 총장이 불응하자 이를 규탄하며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학교 정문으로 모인 이화여대 학생과 졸업생 7천여 명은 정말이지 기세등등했다. 임기 내내 오만하기 짝이 없었던 최경희 총장은 생전 못 느껴 본 두려움에 벌벌 떨었을 것이다. 학생들은 핸드폰 불빛을 흔들며 캠퍼스를 힘차게 행진했다. 감동적인 광경이었다.
한 차례 행진이 끝나고서 이화여대 출신의 모녀가 발언문을 낭독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학생들에게 눈을 부라리던 경찰의 섬뜩한 표정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습니다. 면담하자고 해 놓고 경찰을 부르다니, 어떻게 총장이 그럴 수 있습니까?” “우리는 등록금만 내면 되는 개돼지입니까?”
지난 7월 30일, 경찰력 1천 6백여 명이 본관에 쳐들어 왔던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난 듯, 발언을 듣던 학생들이 뜨거운 환호로 응답했다.
본관 점거를 지속하고 있는 학생들의 성명서 낭독이 이어졌다.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은 최경희 총장이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라는 제목이었다. 성명서에는 최경희 총장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가 열거됐다.
“최경희 총장은 취임 이후 [커피숍과 기념품점 등이 있는 상업 공간인] 파빌리온 건설, 프라임 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신산업융합대학(졸속적 대학 구조조정), 해외캠퍼스 설립 추진 등 사안들을 독단적으로 추진해 왔다.
“무고한 학생들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 병력을 교내까지 불러들인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초유의 사건이며,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최경희 총장에게 있다. 최경희 총장은 더 이상 이화의 총장이 아니다.”
학생들은 최경희 총장이 대규모 경찰력을 학내에 투입해 학생들을 진압하도록 한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라고 못을 박았다.
“사퇴가 사과다!”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한 지 6일 만에 이대 당국은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을 취소했다. 학생들이 애초 내건 요구를 쟁취한 것이다. 최경희 총장은 언제 학생들을 무시한 적 있었냐는 듯이 사과 공문을 보내면서 납작 엎드리는 시늉을 했지만, 경찰력 투입을 요청하고도 학생들에게 징계 협박을 일삼았던 최경희 총장이 퇴진할 때까지 학생들은 투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
며칠 전 일부 교수들이 본관에 찾아가 점거 중인 학생들을 회유하려 하고, 시위 당일인 10일에 학장단이 “학업에 집중하는 본연에 자세로 돌아가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오히려 학생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8월 3일 첫 시위에 이어 열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끊임없는 번복, 사퇴로 끝내자!”는 현수막의 슬로건 속에서 학생들의 자신감과 단호함이 느껴졌다.
다만 이처럼 뜨거운 자발성에 비해 자유 발언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쉬웠다. 시위 참가자들의 분노와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기회가 있다면 시위 참가자들이 서로를 고무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운동의 방향에 대한 민주적 토론이 활발해질 수도 있다. 앞으로 시위 주최측이 좀 더 개방적인 태도로 집회를 조직한다면 이 운동이 더한층 성장하는 데에 이로울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개혁’ 정책 중 하나를 좌절시킨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정권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어제 시작된 한국외대 총장실 점거와 동국대 학생들의 투쟁에서 보듯이 이화여대 투쟁은 다른 대학 학생들의 자신감도 고무하고 있다.
이런 당찬 투쟁 선언이 또 한번 승리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러려면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 점거 투쟁을 단호하게 지속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연대와 지지를 호소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