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농성에 돌입한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 인터뷰:
"두 야당은 여소야대로 만들며 희망 건 국민들 배신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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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부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유가족들은 “특별법 개정, 특검 의결, 세월호 선체조사 보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민의 명령을 즉시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효소 섭취도 거부하고 오직 물만을 마시며 광화문 농성장에서 단식 중이다.
바로 옆에서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단식 농성(27일차)도 함께 이어지고 있고,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는 특조위를 지키고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동조 단식 농성에 함께하고 있다. 오전이 되자 동조 단식에 참가하러 온 대학생들과 종교인, 지역시민단체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최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추경예산에 합의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백남기 청문회 등 이전에 약속해 왔던 것들을 모두 합의에서 빼버렸다. (관련기사: ‘더민주·국민의당, 세월호특별법 개정 여망을 저버리다’) 3당은 세월호 인양 후 선체 조사에 대해 추후에 논의한다고 합의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저버린 “야합”이라고 일갈했다. 폭염 속에서도 진실 규명을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한 유경근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세 번째 단식 농성입니다. 단식에 돌입하신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27일째 특조위원들이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법과 특조위는 가족들과 국민들이 만들었습니다.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같이 단식을 하는 것이고요.
20대 국회가 시작된 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개원하고 나서 많은 국회의원들을 만났고 약속을 받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이와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고 여당이 특조위를 무력화시키려 내놓은 ‘별도의 조사기구를 이용한 선체조사’를 야당이 그대로 받아들여 놓고는 “합의”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근본적인 잘못은 정부와 여당에 있지만 야당이 오히려 앞장서서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바람을 꺾고, 희망의 싹을 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권을 바꿔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말하는데 과연 이런 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심을 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국회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여소야대로 만들어 주면서까지 희망을 걸고 싶어했던 국민들을 배신하지 말고 희망이 되어달라는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총선 직후만 하더라도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개정안 발의를 말했고, 416연대는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특별법 개정을 위한 ‘약속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야당의 태도는 어떻게 변했습니까?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개인적 차원에서는 의지를 표명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법 문제는 개인의 의지나 지지를 넘어서 당 차원의 집단적인 시도와 전략적인 행동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더민주당은 의원 전원이 특별법 개정 발의자로 참여했고, 국민의당 의원들도 대부분 발의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더민주당은 의원 전원이 개정안 발의자로 참여하면서 ‘[특별법 개정은] 당론이나 마찬가지’라는 표현도 해 놓고는 정작 집단적인 행동과 시도가 전무하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검은 당연히 직권상정을 해야 하는 거죠. 2년 전에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국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수사권·기소권을 두고 여야 모두 ‘그건 어려우니 대신해서 특검으로 하겠다’며 특검이 포함된 안을 받으라고 우리에게 요구했습니다. 특검이 한계가 많은 제도임을 알면서도 여야 둘 다 요구했기 때문에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지고 특조위에는 조사권을 부여하고, 특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특별법에 들어갔습니다.
특검 여부는 국회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특조위가 요구하면 의결해야 하는 겁니다. [2014년 특별법 제정 당시에] 특별검사 후보 추천 방식까지 합의해서 발표했어요. 그런데 막상 특검을 하려고 하니 ‘정치공세 말라’며 무시합니다. 그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야당이 그것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어요. 특검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서 만장일치로 의결해야 합니다.
9월 30일이면 특조위 보고서 작성 기간이라고 정부가 못박은 기간도 끝이 나고, 참사 9백 일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특별법 개정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또 온전한 인양을 할 수 있도록 싸우고 선체 조사를 특조위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싸움 하나밖에 없습니다. 유가족들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들 개개인에게 직접 [개정 촉구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고 유가족들도 오늘부터 국회의원 전원에게 의견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전화도 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애쓰고 있습니다.
세월호 인양이 예상보다 진척이 느리고 선체에 구멍을 뚫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인양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솔직히 유가족들은 잘 모릅니다. 해수부가 우리한테 설명하거나 전달·통보하는 수준 이상으로 알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해수부가 일방적으로 통보·진행하는 것의 문제점에 대해서 얘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며 온전한 인양이 되도록 촉구할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그러면 인양 못 한다’, ‘인양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미수습자 수습에 관심은 있냐?’입니다. 거꾸로 협박이 돌아오는 상황이죠.
정부와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습’이라는 누구나 바랄 수밖에 없는 목표를 앞세워서 진실을 절단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마저도 정치적으로 판단하면서 인양할 시기, 작업할 시기까지 조율하고 있습니다. 말로는 해상 상황이나 날씨 등 불가항력적 요소 탓으로 돌리면서 말입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할지가 지난 2년 동안 고민했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조속하고 온전한 인양이 돼야 합니다.
지난주 '기억 교실'이 이전됐습니다. 씁쓸하고 비통하셨을 것 같습니다.
교실 이전은 분명 슬픈 일이고 아픈 일이고 분통터지는 일입니다. 그런데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전을 했지만 그 교실을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지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후에 진정한 의미에서 교실을 어떻게 보존, 활용할 것인지, 어떤 의미를 던질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교실을 박물관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점에 집중해서 ‘아프지만 힘내라’, ‘지키진 못했지만 교실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가기 위한 일을 하자’ 이렇게 서로를 위로하면서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최근 갑을오토텍 투쟁 현장을 방문하셨습니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 요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여러 투쟁에 함께해 온 것이 인상적입니다.
저희는 백남기 농민 문제[2015년 민중총궐기에 참가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이다]가 세월호 참사와 별개의 사건이라고 보지 않아요. 한 명과 3백4명이라는 숫자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은 국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정부와 사회가 저지른 만행이고 범죄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를 바라고 있어요.
갑을오토텍과 유성기업, 사드 배치 등도 있죠. 사드 배치도 본질은 같아요. 사드 배치로 받을 피해, 국민들의 생명에 대한 위협은 고려되지 않고 정치적인 이유로 진행되고 있어요. 이미 여러 곳에서 사드 배치가 우리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을 위한 것임이 드러났어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정부가 우리를 위한 것으로 거짓으로 포장하면서 결국 희생되는 것은 우리 국민입니다. 강정 해군기지 등 이런 사건은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용산참사도 이미 지난 일로 치부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결국에는 정부와 사회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일련의 사건들입니다.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이런 관심과 참여에 대해] 한 쪽에서는 비판도 하고 처음에는 이런 비판 때문에 [참여를] 꺼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권력에 의해 생명을 빼앗겼든 재산권을 침해 받든 어떤 경우든 기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이 연대해서 목소리를 내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연대하는 것을 차단하려고 정부는 늘 우리를 갈라놓고 갈등을 조장하려 합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연대하는 게 맞으니까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함께 목소리와 힘을 모아 함께 행동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