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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노동자연대의 “〈민중의 소리〉 고희철 기자의 기사 비판, 제 논에 물 대기 식 평가”에 대한 반론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대통합에 대한 오해에 대하여

1. 〈민중의 소리〉의 기사에 대한 비판, 매우 동의합니다.(〈노동자연대〉 180호, 〈민중의 소리〉 고희철 기자의 기사 비판 제 논에 물 대기 식 평가)

〈민중의 소리〉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사의 표명, 집행부 전면교체 불가피할 듯’이란 제목의 기사는 이후에 있을 민주노총 중집에서 어떤 내용이 결의될지도 모르면서 섣부르게 판단하여 작성되었다는 것, 해당 언론의 정치적 희망사항이 섞인 것이라는 김인식 동지의 비판에 동의합니다.

지난 9월 2일 다행스럽게도 민주노총 중집은 한상균 위원장에게 사퇴 재고를 요청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결정을 매우 환영합니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서 노동개악을 저지하고 민중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민중총궐기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부당한 정치탄압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퇴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민주노총은 한상균 위원장이 "투쟁 국면에서 위원장의 부재가 장기화 되면서 지도력 공백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이 사태를 지켜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앞서 밝혔듯이 그가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민중의 소리〉처럼 정책대대에서 정치전략 안건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심각한 비약입니다. 만약 정책대대의 유회가 한상균 위원장이 사퇴를 결심한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그 역시 “위원장의 부재가 장기화 되면서 발생한 지도력 공백” 때문이라는 민주노총의 공식적 해명은 매우 적절합니다.

그런데 〈민중의 소리〉는 한상균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모든 원인을 ‘정치세력화 문제에서 위원장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집행부들’ 때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근거도 없이 모든 책임을 특정인사 몇몇에게 떠넘기는 식은 부당한 낙인찍기입니다. 진보진영에 대한 종북, 빨갱이 등의 부당한 낙인찍기를 비판하는 민중언론이 이런 태도를 가지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2. 자민통 운동 계열 내부의 진보대통합 노선은 분명한 이견이 존재합니다.

저는 노동자/농민/빈민 대중조직의 결의로 진보대통합을 추진하자는 의견이고, 관련해서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울산 동구와 북구의 김종훈, 윤종오 국회의원과 진보대통합 연대회의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음을 먼저 밝힙니다.

일단 노농빈 대중조직 중심의 진보대통합 노선이 아직 공론의 장에서 그 내용의 진의와 전략 등이 많이 전파되고 있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김인식 동지와 같은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민통 운동 계열 내부에는 진보대통합의 노선적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 있습니다. 일부가 총선 국면을 앞두고 의회 입성을 목표로 민중연합당을 창당하고, 다른 일부가 노동자/농민/빈민 대중조직의 결의를 중심으로 한 진보대통합을 하자며 진보대통합 연대회의를 구성한 차이가 있음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물론 이 차이를 놓고 결국은 한통속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말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후 실천적인 영역에서 해소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긴 설명은 드리지 않겠습니다만 “자민통 운동 계열 내부에 진보대통합 건설 노선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말씀은 꼭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3. 민주노총 중심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부재’라는 리스크를 반길 이유가 없습니다.

한상균 위원장의 사퇴로 인하여 비대위를 구성하여 중집들이 실권을 장악하면 정치세력화 논의가 갑자기 잘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만약 사퇴한다면 위원장의 임기가 10개월 이상이 남았기 때문에 비대위는 규약에 따라서 보궐선거를 준비해야 하고, 다가오는 11.12 민중총궐기를 성사해야 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이후 보궐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위원장이 다시 한 번 논의를 해볼 수는 있겠으나 그의 임기는 1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대선투쟁이 예고된 2017년에 민주노총 위원장 직선제 선거를 12월에 할 수는 없으니 2017년 여름으로 직선제를 당기게 된다면 실제 임기는 반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연대 김인식 동지의 글은 〈민중의 소리〉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정치세력화를 지지하는 입장의 민중언론이라면 대의원대회가 유회된 지금 상황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만들고 내년 초 민주노총 정기대대에서 다시 한 번 정치방침을 민주노총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한 상태에서 결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한 정책대대에 대한 조소와 현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내는 〈민중의 소리〉의 태도는 여러 동지들의 적대감만 불러일으킬 것이 뻔합니다. 이런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를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지지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더 적확합니다.

실제로 민주노총의 정책대대가 유회된 이후 가장 안도하는 곳은 이미 정당체계가 마련된 정의당, 노동당, 민중연합당 등입니다. 이미 자기 정당의 독자적인 계획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민주노총이 대중조직들을 규합하여 진보대통합을 강제한다면, 그들이 반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들은 독자대선후보 또는 이미 존재하는 진보정당끼리 먼저 통합을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진보정당을 대중투쟁의 정치적 안내자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파의 정치 또는 대리정치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4. 몇몇 말과 태도만으로 추측하여 단정적으로 표현한 부분은 공감하기가 힘듭니다.

그것은 ‘종파주의적 태도’라는 것과 ‘진보단일정당 건설론이 정의당의 지지와 위상이 크게 올라간 것에 대한 자민통계의 조바심의 발로’라는 것입니다. 종파는 진보운동의 악성 종양으로, 운동을 망쳐먹는 것으로 반드시 척결해야 할 것들입니다. 자민통 운동 계열을 그렇게 보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런 표현은 자중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만약 자민통 운동 계열이 종파주의적 태도로 정책대대에서 반드시 정치전략을 통과시키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런 식으로 허투루 준비하지 않았을 것임을 다른 동지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저는 민주노총의 정책대대라는 공간에서 정치전략을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생각하고, 이후에 민주노총 내에서 정치세력화 논의가 확산될 수 있는 계기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지 못 했기 때문에 아쉬울 따름입니다.

정의당과 관련한 태도도 근거가 없습니다. 사실 통합진보당의 분당 사태 이후 자민통 운동 계열의 대다수 활동가들이 정의당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헌법 안 진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진보정당으로 바라보지 않고 진보대통합에서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노농빈 대중조직 중심의 진보대통합당의 구성원으로, 아니 주요한 역할을 정의당이 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정의당이 이 노선에 특별히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역할이 제시되지 않는 것이지 본격화되면 진보정당 중 유일한 원내정당인 정의당이 논의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습니다.

5. 공존과 다원주의를 존중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하나의 진보정당 안에서 존재하길 바랍니다.

이 얘기는 매우 조심스러운 얘기입니다. 지난 시기 패권주의 논란으로 동지들에게 비판받았던 자민통 운동 계열이 먼저 꺼내야 하는 얘기지만, 그렇다고 쉽게 꺼낼 수 있는 얘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각자도생한다면 한국 사회 민중들의 정치적 구심이자 대중운동의 정치적 안내자로서의 진보정당은 기능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노동자, 농민, 빈민 대중조직 중심의 진보대통합을 하되 그 진보대통합 정당은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패권주의 문제, 북한에 대한 태도 문제 등을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정파연합과 공존의 정신을 강령과 규약에 명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존의 룰이 존재하는 하나의 진보대통합 정당’을 위해서 자민통 운동 계열이 할 수 있는 양보는 모두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직을 어느 수준 이상은 결코 맡아서는 안 되며, 비례대표 선출도 정파 대표의 정치적 진출로 되어서도 안 됩니다. 녹색당에서 추진했던 임기순환제 비례대표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고민들은 함께 당을 만들자고 결심한 동지들과 충분히 논의하여 같이 수립해 나가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되지만, 진보대통합 노선에 대한 너무 많은 오해들이 있어서 고민되는 일부만 말씀드립니다.

6. 자주파들은 오로지 한국 사회 진보운동의 승리를 위해서 바닥에서 헌신하는 사람들로 살 것입니다.

여러 동지들과 마찬가지로 자주파 활동가들도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자파의 생존과 득세를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로지 한국사회 진보운동의 승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사람들입니다. 동지를 구하기 위해서 천리 길도 마다치 않는 사람들이고, 해낸다고 하는 일은 반드시 결사관철 하려고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점들이 다른 동지들에게 ‘깃발의 폭력성’이 되고, 우리의 노선만 옳다고 믿는 ‘패권주의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저희를 못 믿겠으니, 정파 활동가들의 정당이 아니라 노동자/농민/도시빈민/청년/청소년/학생/여성/장애인/성소수자/영세 자영업자 등의 기본 계급대중들과 한국 사회의 진보를 꿈꾸는 모든 민중들이 당의 주인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대중조직 중심의 결심으로 진보대통합을 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7. 한 번의 말과 하나의 글로 어찌 모든 오해가 풀리겠습니까. 자민통 운동 세력의 특성상 이렇게 토론하는 것보다 실천적으로 동지들에게 증명 받는 것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간의 오해가 너무 많이 쌓여있는 것 같아서 부족하나마 의견을 피력해봅니다. 이후에도 공론의 장에서 진보대통합 노선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 곧 해당 필자의 반론이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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