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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자유를 가로막는 체제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이혼건수는 16만 7천1백 건으로 전년보다 15퍼센트 늘었다. 반면, 혼인건수는 30만 4천9백 건으로 전년보다 1천7백 건 줄어들었다.
이혼이 늘자 가정법원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는 협의이혼을 어렵게 하는 방향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협의이혼을 원하는 부부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는 반드시 가정법원이 정한 상담위원이나 상담기관의 상담을 받고 ‘숙려기간’을 두게 하는 등 협의이혼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가정을 꾸릴 수 있어야 하고, 또 원치 않는다면 헤어질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는 이혼의 자유를 완전하게 인정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특정한 형태의 가족만을 ‘정상적’이고 ‘건강한’ 가정으로 인정한다.
이러한 형태의 가정만이 체제 유지에 필요한 노동력 재생산을 안정적으로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상적’ 형태의 가족에서 벗어나는 편부모 가정, 동성애자 가족, 이혼한 여성과 남성 등 다양한 관계가 비정상으로 취급돼 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차마 이혼하고 싶어도 이혼하지 못하고 있다. 평생 원치 않은 결혼을 억지로 유지하곤 한다.
이혼을 어렵게 하고, 가정 가치의 수호를 주장하는 것은 언제나 사회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으로 연결된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상황에서 지배자들은 아이를 버린 부모들을 비난하며 가족의 회복을 강변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새해 들어 〈조선일보〉는 ‘가족이 희망입니다’라는 기획특집을 연재하며 가정의 가치를 강조했다.
노무현도 여성계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해체 가정 복구’를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경제 정책과 빈곤이 많은 가족을 해체한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신용불량자 설문조사 결과,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후 65.9퍼센트가 가족 불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한 비율이 2.4퍼센트에서 16.4퍼센트로 경제위기 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런 조건을 개선하지 않고 해체된 가족의 구성원 개개인을 비난하며 가정의 가치를 수호하자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은 위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혼을 더 어렵게 만드는 개정안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최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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