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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기아차:
노동조합 내부의 ‘경찰정보원’, 사측 관계자 아니면 불가능하다

지난 10월 13일 〈한국일보〉 “경찰의 ‘노조 내부 정보원’ 진짜 있었다” 폭로 기사를 보면 충격적이다. 경찰이 ‘프락치’(정보원)를 이용해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기아차 화성공장 활동가 70여 명의 신원을 파악하고 이중 30여 명을 기소한 것이다.

이 사실을 접한 기아차지부와 화성지회 집행부는 강력히 규탄하는 소식지를 발행하고 화성지회는 평택 경찰서 항의 집회와 더불어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을 하는 등 항의 행동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에는 1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이들 중 기아차 화성공장 참가자 70여 명이 소환되고 30여 명이 벌금 1백50만 원에서 4백만 원의 약식기소가 됐다. 경찰이 제시한 근거는, 기아차 활동가들이 차벽이 쳐진 이후 노조 깃발 주변에 모여서 대화를 하거나 앉아 있던 사진이 전부다. 심지어 나는 동영상에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캡처한 흐릿한 사진 한 장으로 벌금 3백만 원의 약식기소가 됐다.

이런 흐릿한 사진 등으로 10만 명 중 화성공장 현직 집행부와 영향력 있는 활동가 70여 명을 선별 소환하려면 경찰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평택경찰서가 그 특별한 노력의 일환으로 ‘노조 활동을 하는 정보원’을 활용했다는 충격적인 보고 문건이 폭로된 것이다.

평택경찰서가 밝힌 ‘노조 활동을 하는 정보원’은 누구일까?

사실 경찰이 밝힌 정보원은 사측 노무관리 부서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보수적인 노조 활동가라 하더라도 경찰에 동료를 팔아 넘길 만한 명분도 필요성도 떨어진다. 그리고 화성공장엔 1만 5천 명이 1백3십만 평의 공장에서 일을 한다. 활동가들도 1천여 명이 넘는 수준이다. 이들의 신상을 전화번호부터 일일이 파악하려면 ‘프락치’ 한두 명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최소한 수십 명이 조직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활동해야 가능한 일이다. 화성공장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딱한 곳 있다. 바로 사측 노무관리 부서다.

실례로 2000년대 초중반 노무관리 직원들이 각종 집회에 참여해 경찰 대열 근처에서 또는 일반 시민인 척하며 사진 촬영을 하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활동가들이 경찰 소환에 시달렸다. 2000년 대우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17명이 화염병 투척으로 소환됐고, 2003년 경제자유구역저지 경기도청 집회로 7명이 소환돼 처벌받았다. 그 외에도 큰 집회와 시위가 열리고 나면 수 많은 화성공장 활동가들은 경찰 소환과 조사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2004년 화성경찰서는 ‘기아차 현장 조직 조직도’라는 문건을 작성해 각 현장 활동가들의 동태를 꼼꼼히 사찰하고 있었던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경찰과 사측 ‘노무관리’ 부서가 일상적으로 현장 활동가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협력해 온 정황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화성공장 조합원들은 프락치가 바로 사측이라는 점에 확정적 심증을 두고 있다. 그런 면에서 기아차지부와 화성지회의 대응은 아쉽다.

국회 기자회견과 평택경찰서 항의 집회 등을 진행하는 것은 지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항의 행동을 경찰을 향해서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자가 위에서 지적한 대로 사측 노무관리 부서의 일상적인 사찰과 경찰에 대한 협력 없이는 경찰이 이 많은 인원을 파악하고 기소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프락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사측을 압박하는 투쟁을 병행해서 전개해야 한다.

특히 조합원들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연결시켜야 경찰과 내통해 조합원 정보를 팔아 넘긴 사측에 실질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지금 기아차는 쟁의 기간이다. 사측이 국가 권력과 한통속이 돼 노조 활동가들을 탄압하는 것은 2016년 임단투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맞선 투쟁을 약화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이다. 철도와 화물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지금, 기아차지부가 임단투에 경찰 ‘프락치’ 공작 중단 요구를 결합시켜 강력한 파업 투쟁을 벌이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