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운동:
노동자들도 시위 참가와 파업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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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운동의 중요한 특징은 초기부터 조직 노동자들의 동참이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강행에 맞서 파업을 벌이던 철도 노동자들이 퇴진 운동의 선두에 섰고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서 퇴진 운동의 주력 부대를 형성하고 있다. 매일 열리는 촛불 집회와 행진에도 철도 노동자들이 절반 이상의 대열을 이루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도 해고와 임금 삭감을 강요하는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는 파업을 하고 있다. 23일에도 파업이 예정돼 있는데, 파업을 하고 구조조정 중단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참가한다. 9일에는 GM자동차 노동자들도 공장 안 집회를 마치고 수백 명이 부평역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11월 5일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4만 2천 명이 동참한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11월 12일 노동자대회에 전국에서 10만여 명 이상의 조직노동자들이 참가한다. 이 날 시위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된 후 최대 규모 집회가 될 것이다. 이처럼 민주노총 소속 조직 노동자들이 주된 대열을 이루는 집회라는 점 때문에 정부와 우파, 반박근혜 대중 모두 민중총궐기의 규모와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퇴진 입장에 거리를 둬 온 민주당 지도부도 이런 상황의 압력을 받아 이날 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회만 오면 퇴진 운동의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겠지만 말이다.
박근혜가 기만적인 두 차례 대국민사과를 통해 권력을 내려놓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십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앞장선 수도 서울에서의 집회와 행진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노동개악 폐기
12일 노동자대회와 민중총궐기 이후 이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 모두가 박근혜의 악행에 들고 일어서는 이때, 노동자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가능하면 파업이 결합되면 좋겠다.
노동개악 추진에서 보듯, 대기업과 사용자들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해 온 박근혜와 그의 세력이 마비되고 내분이 극에 달하는 상황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사용자에 맞서 싸우기에도 좋은 때다.
예컨대, 최근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으로, 그리고 고대병원·보훈병원 노조는 파업 직전에 사측의 임금 공격을 일단 막아냈다. 다른 부문에서도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 벌여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 노동개악이 전혀 폐기되지 않았다. 철도공사 사장 홍순만은 지금도 ‘정부 지침이 바뀌지 않은 상황’을 거론하며 내년에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운동에 합류해 노동개악 반대 투쟁을 힘껏 벌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거리 시위에 동참하는 것과 함께 파업을 벌이면 효과가 훨씬 커진다. 파업은 노동자들을 대거 시위에 동참시키는 데도 효과적이지만, 무엇보다 사용자들의 이윤에 타격을 가해 박근혜의 핵심 기반을 흔드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를 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고 지배계급의 분열을 더 촉진할 것이다.
11월 2일 열린 민주노총 비상시국회의에서도 민주노총의 파업이 필요하다는 공감과 촉구들이 상당했는데, 그때 지도부가 바로 파업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었다.
민주노총의 일부 지도자들이 ‘현장의 결의를 모아 오면 파업을 선언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실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라면, 이 주장은 지도부가 파업 결정을 회피하기 위한 상투적인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파업 결정을 바라면서도 과연 이것이 이루어질까 하는 회의도 품는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지도부의 결단과 의지가 진지함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지금 즉각 총파업을 선언하라고 촉구하는 서명에는 불과 열흘 만에 조합원 8천2백여 명이 동참했다. 50일 가까이 파업 중인 철도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이 대거 동참했다.
기아차 현장 제 조직 및 정당 현장위원회 11개 단체들도 민주노총 파업을 결정하고, 기아차 지부가 앞장서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철도와 건강보험노조 등의 활동가들이 포함된 ‘공공운수 현장활동가 모임’에서도 “11월 11일 민주노총 중집회의는 망설임 없이 총파업을 선언”해 철도와 공공 파업을 “민주노조의 엄호와 민주노조 운동의 연대”로 승리를 앞당기자고 호소했다.
이런 사례들은 지도부의 결단이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 내 일부 좌파가 지도부에게 파업을 선언하도록 촉구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의 결의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타기이다. 이는 오히려 노조 지도자들의 투쟁 회피를 엄호해 주고 정태적으로 사태를 추수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좌파 활동가들은 지도부가 진지하게 파업을 선언하고 조직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지도부의 파업을 결정하면, 그것을 이용해 기층 노동자들이 투쟁에 동참하도록 활동을 적극 벌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