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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군사협정 강행: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날개를 달아 주다

박근혜와 함께 한일군사협정도 역사의 쓰레기통에 담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기어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체결을 밀어붙일 참이다. 11월 17일 협정안이 차관회의를 통과했고, 이달 안에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 서명까지 할 기세다. 협상 개시를 선포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체결까지 완료하는 것이다. 박근혜의 추진 속도가 워낙 빨라서, 일본 정부조차 내심 놀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퇴진 운동이 부상한 시점에, 박근혜 정권은 물러서지 않고 반격을 꾀하면서 한일군사협정 같은 반동적 조처도 강행하는 것이다.

한일군사협정을 강행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도 있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한·미 2+2 외교·국방장관 회담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등에서 미국이 오바마 임기 안에 사드 배치와 한일 지소미아 체결만큼은 반드시 진전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따라서 사드 부지 협상이 진전되는 등 사드 배치 일정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과, 한일군사협정의 급속한 추진이 맞물린 건 우연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북한 핵 위협에 대처하려면 한일군사협정 체결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일본과의 군사 정보 교류를 통해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등을 미리 막거나 줄여 보자”는 것이다.

결국, MD를 위해

그러나 이런 주장은 별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많다. 북한 미사일이나 잠수함 관련 정보 수집에서 일본 자위대의 능력상 한국 정부가 기대할 만한 군사 정보를 일본한테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한일군사협정이 여타의 국가들과 맺어 온 군사정보보호협정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사기다.

지금 한·일 간에 합의된 협정안은 2012년 가서명까지 마쳤다가 중단됐던 협정안과 거의 같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12년의 협정안에는 지식재산권 보호조항이 있는데, 이 조항은 일본의 무기 개발과 수출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평화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지식재산권 보호조항이 향후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하고 생산한 SM-3 요격 미사일을 한국에 이전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이 무기를 공동 개발하고 생산할 가능성까지도 열어 놓고 있다.

따라서 한일군사협정은 일본과 한국의 군사 협력 수준을 기존과는 다른 차원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부터 예고된 수순이기도 하다. 외교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소는 ‘위안부’ 합의 후에 한·미·일 사이에 “정보·군수·기술 분야의 양자 또는 3자 협력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이 한일군사협정의 신속한 체결을 촉구하는 것은, 그게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3국의 집단방위구상을 완성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 후 향후 동북아의 MD 자산들을 통합하는 데서 한국과 일본의 직접적 군사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한일군사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의 자체 미사일방어망과 일본의 미사일방어망이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길이 열릴 것이다.

위험해지는 미래

이리 되면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우려하듯이 한·미·일 3국이 공동의 작전 상황판을 공유하면서 작전을 펼치는 모습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공산이 커진다. 따라서 한일군사협정 체결은 사드 배치와 더불어 더 위험한 조처들을 불러올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유사시 상호 군수 지원을 보장하는 한일물품용역상호제공협정이 다음 수순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일 군사동맹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일군사협정은 한반도에서 일본 자위대의 군사작전 수행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일본은 안보법제를 의회에서 통과시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공격을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미국이나 다른 우방 국가들을 지원할 수 있다.

안보법제에 따라 한국 군대가 자위대의 후방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유사시 한반도 주변 해로·영공 보호를 명분으로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는데, 심지어 한국 정부 요청과 무관하게 미국과의 집단 안보 기치 하에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다.

한반도 주변에서 중국, 북한을 상대로 작전을 펼칠 때 일본은 한국한테서 군사 정보를 공유받고 더 나아가 공동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한일군사협정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날개를 달아 주는 협정이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사드 배치, 한일군사협정 체결로 한반도를 제국주의 간 경쟁 속으로 더 깊이 밀어 넣고 있다. 위험한 미래를 수수방관할 수 없다. 박근혜 퇴진과 함께, 그가 추진해 온 각종 친제국주의 정책들도 함께 끌어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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