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보 동맹 — 중국 감시 ‘쓰리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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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군사 정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실 도청 문제를 의제로 올리지 않겠다며, 오히려 정상회담을 한미 정보 공유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특히 여기에 일본도 참여시켜 3국 정보 동맹으로 나아가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도청까지 해 가며 한국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 자국 패권 전략에 끌어들이려 해 공분이 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군사 정보를 더 많이 주고받으며 한미일 군사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또한 이로써 윤석열은 강제동원 피해자를 짓밟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공식 정상화한 것에서 나아가, 미국 주도의 한일 군사 정보 협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려 한다.
‘파이브 아이즈’급
현재 한미 간 군사 정보 협력 수준은 상당하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는 한국군 통신감청부대나 주한미군 핵심 정보부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분석한다.
한국은 일본과도 2014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 2016년 한일 지소미아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TISA는 한일 양국이 미국을 매개로 해서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지소미아는 실시간이 아니라 사후 요청이 있을 때, 2급 이하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향후 논의될 한미일 정보동맹이 기존 수준을 뛰어넘어 ‘파이브 아이즈’급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이 냉전 시절 소련 등 동구권을 감시하려고 만든 정보 동맹체로, 오늘날에는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 최우선 영어권 동맹국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한다.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각종 방식으로 획득한 기밀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데, 이번에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 또한 ‘파이브아이즈’는 공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MD로 더욱 편입
한미일 3국의 정보동맹은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문제와 연관이 깊다.
MD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서 핵심으로 상대방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무력화시켜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무기 체계다. 미국은 MD를 고리로 일본, 한국 같은 중국과 인접한 동맹국들에 군사 기지를 세우고 자국 전략에 편입시켜 왔다.
그러나 한국의 미 MD 참여는 한반도를 위험천만한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로 끌고 들어가는 일이다.
한국의 미 MD 편입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돼 왔지만 한국 정부는 독자적 MD(KAMD)라고 변명하며 편입을 부정해 왔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이미 한미 간 MD 협력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로 확대돼 있으며, 개념 수준에서는 제주, 평택의 한국 군사 기지들이 일본 오키나와나 미국 괌까지도 방어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반발해, 중국은 MD 편입을 ‘한중 관계의 마지노선’이라고 보며 민감하게 대응해 왔다. 한국의 경북 성주 사드 배치에 보복 대응을 했던 것 또한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사드가 미국 MD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 끔찍한 야만을 드러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에도 미국의 MD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이 폴란드, 루마니아 등 러시아 인접국들에 MD 배치를 추진해 러시아가 미국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가자, 2016년 러시아가 이에 맞서 핵무기 탑재 가능한 미사일을 폴란드 접경지에 배치하며 군사적 긴장이 매우 고조됐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정보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미중 갈등으로 인한 군사적 불안정 확대에 일조하는 일이다. 대중적인 반대 운동을 건설해 그 위험한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