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현장조합원들이 야당들의 파업 종료 종용을 거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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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야 3당 원내대표가 철도 파업 철회를 제안했다.
야 3당은 철도 파업의 장기화가 “전적으로 정부와 사용자의 책임”이라면서도, 노동자들에게 파업 종료를 종용했다. 그러면서 “국정이 정상화될 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최우선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들 대부분은 야 3당의 제안에 거세게 반발했다. 거의 두 달 동안 파업을 벌였는데 이제 와서 빈손으로 복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퇴진 압박을 거세게 받으면서도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려 한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지난주에 민주당이 내놓은 꾀죄죄한 중재안(2월까지 성과연봉제 시행을 유보하고 국회 논의기구에서 합의 도출)도 거부했다.
오히려 정부는 담화문을 발표해, 철도공사 자회사 분리(분할 민영화 방안)를 앞당기고 강제전출, 인력 구조조정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철도 노동자들은 2013년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 파업 이후 계속 공격에 시달리다가 3년 만에 반격에 나섰다. 또, 지난 한 달 동안 박근혜 퇴진 운동에 누구보다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빈손으로 복귀하면 사측이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많은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험 많은 철도 노동자들은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같은 야당들도 불신하고 있다. 과거에 이들이 집권했을 때도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추진해, 철도 노동자들은 세 차례나 파업을 벌인 경험이 있다. 지금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성과연봉제 자체를 반대하지 않고 ‘불법적’, ‘일방적’ 추진만 문제 삼는다. 그래서 “파업을 끝내면 야당도 압박하기 어렵다” 하고 말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성과연봉제를 반대하고 철도 파업을 지지해 온 정의당이 야3당 공조를 이유로 파업 종료를 종용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확대쟁대위
그런데 조합원들에게 발송된 위원장 서신에 파업 종료를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에게 야 3당의 제안을 수용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철도노조 확대쟁대위 회의(전국 지부장 회의)에 앞서 서울지방본부는 확대쟁대위를 소집했고, 파업 지속 여부와 파업 전술은 민주적 절차를 밟아 결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노동자들은 특히 확대쟁대위 회의에서 야3당의 제안을 거부하고 파업 지속을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확대쟁대위 회의장 앞에 철도 노동자 1백50여 명이 모였다. 몇몇 지부들은 오전에 지부 총회를 마치고 집단으로 오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철도노조 사무실이 있는 철도회관 건물 로비에 연좌하고 즉석 집회를 열었다. 여러 지부장들이 야3당 제안 반대, 파업 지속 입장을 표명하고 회의장으로 올라갔다.
회의에서 김영훈 위원장은 안건지에 나온 “현장투쟁으로의 전환”(파업 종료를 의미함) 문구는 실수로 들어간 것이라며 삭제를 주문했다. 결국 이날 확대쟁대위 회의는 파업 지속을 결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현장 조합원들의 위대함을 보여 준 하루였다.
〈노동자 연대〉의 독자인 철도 노동자들의 제보 덕분에 본지는 김영훈 위원장에게 야당들의 제안을 거부하자고 촉구하는 신속한 입장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리플릿으로 만들어 노동자들에게 반포했는데, 이번 행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그런데 공공운수노조 집행부가 이런 ‘개입’을 문제 삼은 것은 유감이다. 이는 노동자들 바람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태도다.
지금도 상당수 노동자들은 김영훈 위원장이 야3당의 제안을 거부한다고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확대쟁대위 직후 여러 직종과 지부들에서 연이어 발표된 투쟁 결의 성명들이 보여 주듯, 기층은 투쟁 지속에 대한 열의가 매우 높다.
파업 노동자들의 사업소 농성, 필공 노동자들의 ‘안전 운행’ 투쟁, 철도공사 사장 홍순만 집 앞 농성 등 투쟁 수준을 높이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필공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시키는 전술을 논의하자는 제기도 있다.
이런 제안들이 실행되면 현장 노동자들의 투지를 배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