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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박근혜 퇴진 제8차 범국민행동:
“하루도 보기 싫다. 박근혜·황교안은 물러나라”

탄핵소추안 가결 뒤, 운동에 한 발 걸치던 주류 야당부터 박근혜 게이트 폭로에 일조하던 보수 언론들까지 이제 ‘거리의 정치’는 접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바람을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제도권이 수렴했으니, 이제 헌법 절차에 맡기자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지지한 사람들 대다수는 그것이 사탕발림이거나 허망한 기대임을 간파한 것 같다. 탄핵안 가결 후 2주 째 집회와 행진에도 수십만 명이 참가해 분위기가 뜨거웠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늘 연인원 서울 65만, 전국 77만 명이 집회에 나왔다고 발표했다.

오늘의 사전 집회들과 본대회, 행진은 사람들이 여전히 박근혜 즉각 퇴진을 바랄 뿐만 아니라, 황교안을 포함한 많은 적폐들이 청산되길 바라고 있음을 보여 줬다. 헌법재판소에 탄핵을 빨리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헌재 앞으로도 행진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국회 탄핵안 가결 후 일시적 안도감이나 피로감 등으로 최대치보다 규모가 줄긴 했지만 그게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청와대 바로 앞 서울 도심에서 매주 수십만 명이 집회와 행진을 벌인 것은 지금껏 없었던 일이다. 쌓여 온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고, 운동의 동력이 그리 쉽게 소진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버티는 박근혜 일당을 보며 대안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도 있다.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한 박근혜의 헌재 답변서, 국회 청문회가 준 실망과 분노,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공고히 하려 했으나 세월호 수사 외압이 들통난 황교안,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중형 선고, 기소되지 않은 재벌 기업주들 등 적폐들이 아직 제거되지 않고 있는 것이 짜증과 분노를 더 자극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정권이 정권 보위만 궁리하다가 또다시 조류독감 대응의 적기(골든타임)를 놓치고, 계란 품귀에 식료품 가격 인상까지 부추긴 상황이 오늘 집회 곳곳에서 새로운 (심판 대상으로서) 적폐 목록에 포함됐다.

이런 점에서 여전히 박근혜 퇴진에만 머물고 황교안과 국정 협의를 하려고 한 야당들은 또다시 운동보다 뒤쳐졌다. 야당들이 운동의 요구를 부분 수렴해 정국을 주도한다는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집회에 민주당 의원들이 여럿 나왔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야당들의 지지율 상승은 압도적으로 거리 투쟁이 만든 정치 지형의 좌경화 때문이다. 자신들을 부상시켜 준 운동과 거리를 두고 운동의 섟을 죽이려 할수록 호시탐탐 역전의 기회만 노리는 적폐들에게 소생 기회만 줄 것이다.(그것이 그들이 흔히 해 왔던 일이다.)

지금처럼 투쟁적이고 급진적인 목소리로 운동을 이끄는 것이 운동을 키우고 정치적으로 더 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이 강력한 거리 운동이 (역풍론 걱정을 거부하고) 처음부터 “박근혜 퇴진”을 기치로 과감하게 청와대로 행진하면서 탄생했듯이 말이다. 조직 노동운동과 좌파가 이를 용기 있게 주도했다.

오늘 집회에서 적어도 두 가지가 확인됐다. 여전히 이 운동에게는 바라는 것을 성취할 기회가 있다. 그리고 지난 두 달 간의 과정을 보건대, 이 운동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런 승리를 성취할 자격이 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들과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그렇다.

정리 집회에서 사회자인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이 이 점을 잘 정리했다.

“지난 7주 동안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고 그것이 박근혜 탄핵을 이끌었다. 더 길게는 2년반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박근혜와 싸웠다. 또한 박근혜의 온갖 개악에 맞서 싸워온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있었다. 지난 4년간 싸워 왔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광장에서 외칠 수 있다.”

바로 이 투쟁들의 목록이 광장과 거리에서 이 운동이 외쳐야 할 적폐의 목록일 것이다.


사전대회

오후 2시 박근혜 공범 재벌총수 구속 결의대회

오후 2시, 광화문광장 북단 본무대에서 퇴진행동 내 재벌구속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주된 구호는 "재벌 총수를 뇌물죄로 구속하라"였다.

엘지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에스케이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현대차비정규직,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등 재벌 기업들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일찌감치 광화문 광장에 나온 사람들 수백 명도 관심을 많이 보였다.

재벌 기업들 성장의 동력이자 그 악행의 피해자이기도 한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총수 구속을 요구하고 투쟁을 호소한 것은 의미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으로 착취해 곳간을 채운 기업주들이 박근혜-최순실에게는 군말 없이 수십 수백억 원씩 갖다 바치고, 그 대가로 노동개악 등 온갖 특혜를 보장받은 과정이 주된 규탄 대상이었다.

“재벌들은 불법파견으로 비정규직 착취하고 배를 불려 왔다. 박근혜 퇴진뿐 아니라 재벌도 구속시켜야 한다.”(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분회 김수억)

"임금 10원 올리기도 어려운데, 저들은 수십억 원을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갖다 바쳤다. 그 대가로 국민연금을 제 돈처럼 쓰고 특별사면이나 노동개악 추진 등 온갖 특혜를 받았다. 재벌 총수를 뇌물죄로 구속해야 한다.”(에스케이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오후 3시 박근혜 정권 퇴진 종강 촛불

대학생들이 무대를 이어 받아 집회를 열었다. 대학생시국회의가 주최한 이 집회에는 기말고사 시험이 아직 안 끝난 상황에서도 3백여 명이 모였다.

각 대학 총학생회 및 학생 단체 깃발들이 많이 떴다. 대학생들도 친구들과 삼삼오오 나와 자리를 지켰다. 광장에 미리 나온 사람들까지 합치면 2천여 명이 함께했다.

박근혜정권퇴진전국대학생시국회의 집행위원이자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박혜신 활동가는 “박근혜없는 박근혜 정부”를 만들려고 하는 ‘제2의 박근혜’ 황교안을 박근혜, 온갖 적폐도 표적으로 삼아 싸우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석방하고 노동 개악도 폐기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 청년 일자리, 국정 역사교과서, '위안부' 합의 등 온갖 적폐도 함께 날려 버리자, 탄핵이 결코 끝이 아니고 그조차도 민중이 거리에서 촛불 든 결과다. 끝까지 촛불을 들어 박근혜 날리고, 온갖 악행도 날려 버리자”

세월호 유가족 발언을 들으면서 희생자들의 또래로 ‘세월호 세대’를 자처하는 대학생 참가자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2반 남지현 학생의 언니 남서현 씨는 박근혜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자고 호소했다. 책임자 처벌과 온전한 인양을 위해 함께해 주길 호소했다. 당연히 위로와 공감의 큰 박수를 받았다.

“오늘은 977일째 4월 16일이다. 우리 지현이가 살아 있었으면 살아 있음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이 자리에 함께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박근혜 정권 끝장내고 싶다. 수사를 방해하고 반발하는 사람들을 좌천까지 시켰다. 황교안, 김기춘, 우병우 모두 공범이다. 새누리당도 공범이다. 국정원도 공범이다. 그들의 더러운 일 감춰 준 이들 모두 공범이다. 유가족과 특조위가 (침몰 원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부분마다 해수부가 없애고 있다. 일분일초도 자유롭지 못하게 끌어내리자. 우리 아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 했던 일분일초다. 세월호 진실을 숨기는 그 자들은 지옥에 갈 것이다. 오늘 우리 부모님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행진하신다. 동생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 구명조끼 끈을 허벅지에 칭칭 감고 나왔다.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그 낡은 조끼의 끈을 칭칭 감았을까. 오늘 우리 부모님들이 내는 용기는 쉬운 것이 아니다. 가장 강한 엄마, 아빠들의 행진에 함께하고 응원해 달라.”

대학생들은 다음주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모이자고 굳게 다짐하며 마무리했다.

오후 4시 사드 배치 반대 자유발언대

KT 사옥 앞에서는 소규모로 사드 배치 반대 발언대가 운영됐다. 매주 했는데, 오늘은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소속 주민들도 여럿 왔다.(오늘 본대회에는 성주 주민 발언이 있었다.) 성주투쟁위원회는 “사드 없는 성주 땅을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현수막을 들고 왔다.

황교안 사퇴를 촉구한 노동자연대 김어진 활동가의 발언이 호응을 받았다.

“이곳에 계신 성주, 김천 주민 여러분이야말로 지금까지 박근혜 적폐에 맞서 싸워 오신 분들이다. 김장수 안보실장은 청문회에서 세월호 7시간을 묻자 자신은 ‘안보만 생각했다’고 했다. 그 자들이 말하는 안보에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은 없다는 것이다. 황교안은 성주에 와서 허리 굽히면서도 성주 군민들에게 ‘어쩔 수 없으니 위험을 감수하라’고 말한 교활한 인간이다. 당장 사퇴시켜야 한다.”

기타 사전 행사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야3당-시민사회-교육감 비상행동’이 열렸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정치인들도 서명을 받았다. 우익 소수의 방해로 경찰들까지 몰려와 방해를 했지만, 미리 온 사람들이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서명에 많이 참가했다.(우익들은 자기들끼리도 싸웠다.)

조희연 교육감은 “일선 역사교사 99퍼센트가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 교사들과 교육감이 힘을 합치면 폐기 가능하다. 전국의 시도교육감들과 협의 중이다. 황교안 권한대행과 이준식 교육부총리가 국정교과서를 강행한다면 이들을 즉각 탄핵하는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좋은 취지였지만, 이미 권한대행 내각이 강행 방침을 밝힌 마당에 이는 늦은 대응이다. 게다가 세월호 집회 참가 교사를 현행 규정을 이유로 징계한 것은 교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음도 조희연 교육감은 알아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도 발언을 했고, 이 장소에서 정의당의 국정조사 보고대회도 연이어 열렸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야당들은 퇴진 운동과 거리를 두려고 하다가 오히려 뒤쳐지기만 했다. 민주당은 “즉각 퇴진” 팻말을 들고 나왔으나, 광장과 거리로 나온 대중의 의식과 정서는 황교안 사퇴, 헌재 탄핵 압박, 온갖 개악 정책의 철회와 관련자 처벌(적폐 청산)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퇴진 운동 초기에 운동 성장에 기여했던 정의당도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주류 야당과 이런 문제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오후 5시 본대회

“단 하루도 못 참겠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황교안도 공범이다, 황교안은 사퇴하라, 범죄자를 구속하라, 헌재는 탄핵하라” 구호를 외치며 본대회를 시작했다.(정식 명칭: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촛불문화제”)

오늘 퇴진행동을 대표해 발언한 것은 퇴진행동 공동 대표인 박석운 진보연대 대표였다. 박석운 대표는 퇴진행동 차원의 요구를 정리해 발표했다.

“어제 박근혜가 답변서를 냈다. 탄핵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말이 안 된다. 지금 박근혜는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인가. 하루라도 빨리 퇴진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조속한 탄핵 인용을 촉구한다.(박수) 그런데 박근혜 쫓아낸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퇴진과 함께 인적 청산과 적폐 청산을 위해 함께 나서 주길 호소한다.”

세월호 특조위원으로도 활동했던 서강대 이호중 교수의 헌재 발언은 호응이 매우 좋았다. 모든 발언마다 3분과 5분이 지나면 발언을 정리하도록 청중이 박수를 쳐 달라는 자막 안내가 나왔지만, 이호중 교수의 발언은 그런 박수가 나오지 않았고, 7분여 정도 발언이 끝난 뒤에는 큰 호응과 박수가 있었다. 기계적인 시간 제한이 정치적으로는 그다지 좋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는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섰다. 어제 박근혜가 탄핵 사유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기가 막히다. 이 답변서를 보면서 박근혜를 대통령직에 단 하루도 더 둘 수 없다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 헌재다. 박근혜는 범죄 사실을 부인하며 시간을 끌고 공작 정치 세력의 전열을 정비하겠다는 심산이다. 진보당 해산 때 김기춘과 헌재가 소통한 게 드러났다. 박근혜는 대법원장도 사찰했다. 박근혜는 헌재 정도는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헌재는 나약한 기구다. 두 눈 부릅뜨고 헌재를 압박해야 한다. 헌재는 주권자의 명령을 받들어 즉각 탄핵을 결정해야 한다. 박근혜 체제라는 말을 쓰고 싶다. 박근혜를 떠받친 재벌, 언론, 권력기관 등이 모두 공범이다. 이 체제가 청산되는 날이 촛불 혁명이 완수되는 날이다. 박근혜 체제 타도하자. 헌재는 즉각 탄핵하라.”

이어 성주군 초전면 소송리 주민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임순분 할머니가 올라왔다. 소개만으로도 큰 박수가 나왔다.

“우리 마을은 60가구 1백여 명이 잘 살고 있었는데 아무 말도 없이 사드가 배치된다고 했다. 사드 배치되는 곳 바로 밑에 6가구가 산다. 오늘 우리 마을 어르신들의 한과 눈물을 담고 여기 올라왔다. 전쟁 무기 사드는 절대 들어오면 안 된다. 사드 배치가 발표된 날 저녁에 마을 가니 마을 어르신들이 회관에 불도 켜지 않은 채 너무 무섭다고 울고 계셨다. 촛불 시민들께 호소한다. 서로 도우면 사드 배치 막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이완영(성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의원), 경북도지사(새누리당 김관용), 성주군수, 국방장관은 우리 주민들의 철천지 원수다. 신이 있다면 이들에게 벼락을 철퇴를 내려 주십시오.(큰 박수)”

아이들을 상징하는 구명조끼를 각자 입고 본무대 앞에 앉아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대표해 희생 학생 이재욱 군의 어머니 홍영미 씨가 발언했다.

“세월호 참사로 별이 돼서도 여기를 비추는 2학년 8반 이재욱의 엄마다.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었다. 이 순간을 응원할 아이가 있으니 오늘도 뚜벅뚜벅 걸어간다. 재욱이에게 엄마는 멈출 수 없다고 매일매일 말하며 싸운다. ‘나 여기 있어’ 하며 부르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가 세포 하나하나 느껴지는 엄마와 아빠가 있다. 세월호 인양해야 한다. 청문회 참관을 갔다. 아이들이 왜 억울하게 죽었는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거짓말하는 어른들을 보며 참담했다. 감시와 사찰, 모욕과 수치의 지난 날이 떠올랐다. 마침내 국민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가 탄핵 도마에 올랐다. 이제야 비로소 청와대 1백 미터 앞까지 갔고 청문회 생중계도 한다. ‘국민이 깨어 있으니 이런 일이 가능하구나’ 한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러나 인륜을 빼앗고 천륜을 빼앗고 양심을 버린,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자들이 있다. 박근혜는 망상에 사로잡혀 잘못 없다는 답변서를 냈다. 황교안은 가증스런 대통령 놀이 하고 있다. 그놈이 그놈이다.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들이 갈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 감옥에 갈 사람은 잘 살고 있고 나와야 할 한상균 위원장은 3년 형을 받았다. 진실 규명을 위해 함께해 준 한상균 위원장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 박근혜를 구속하고 한상균을 석방하라! 한상균을 석방하고 부역자를 처벌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언제나처럼 세월호 유가족들의 발언은 감동이었고, 사람들의 투지를 자극했다.

본대회가 끝난 후, 행진이 시작됐다.

오후 7시 행진

청와대, 총리 공관(삼청동), 헌법재판소(안국역) 세 방향으로 방송차 4대가 출발했다. 지난 몇 차례 집회들보다 다소 차분해 보이던 광장 분위기는 일순 바뀌었다. 행진이 시작하기만 기다린 것처럼 말이다. 떠들썩함과 활기가 금세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방송차마다 수만 명이 행진에 함께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이 가장 많았고, 이전과 달리 총리 공관이 있는 삼청동 방향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특히, 총리 공관 방향은 구명조끼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앞장섰다. 황교안이 세월호 수사까지 방해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대열을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뒤따랐다. 헌재 방향 행진에서는 진보당 해산 당시 청와대와 내통한 헌재를 규탄하고 이석기 전 의원 석방 등을 요구하는 구호도 많았다.

각 거점에서 집회를 마치고 대열은 다시 돌아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아쉬움 속에서 24일, 31일 집회에 또 다시 거대하게 모이자는 결의로 이날 집회는 끝이 났다.

탄핵소추안 가결 뒤에도 2주 째 연인원 60만 명이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재를 향해 진격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구호는 이제 “황교안도 물러나라”로 발전했다. “헌재는 즉각 탄핵하라” 구호도 많이 외쳐졌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춘 세월호 특별법과 책임자 처벌, 사드 배치 철회,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박근혜 정부 ‘부역자’ 처벌,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석방, 노동개악 철회 등 적폐 청산의 구호들도 널리 지지를 얻었다.

민중의 다수는 박근혜를 하루라도 빨리 제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이 극악한 통치자 한 명 제거하는 데 그치질 않기를 바란다.


곳곳의 자유발언들

박근혜가 탄핵당했다. 참으로 마음이 뜨겁다. 수많은 촛불의 힘이었다. 그런데 박근혜와 그를 비호하는 무리들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버티고 있다. 여기 있는 우리는 단 한 명도 이해 못할 일이다.

수많은 촛불들 덕분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이제야 조금씩 첫발을 떼기 시작했는데, 참사 책임자들의 실체가 드러날 때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감당하기 어려워서 고통스럽다.

하지만 괜찮다. 저희의 고통은 배 안에서 죽어간 아이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저희는 더 많은 진실을 원한다. 그러니 여러분 인정사정 없이 낱낱이 밝혀 달라.

세월호 가족들은 지금 새롭게 힘을 얻고 있다. 모두 이 자리에 계신 촛불들 덕이다. 감사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2학년 3반 24번 예은이 아빠 유경근

6년째 해고자 생활을 하고 있다. 제가 입고 있는 옷은 사람이 하직했을 때 입는 장례복이다. 이 옷을 입은 이유는 같이 20년을 일했던 한 노동자가 회사의 탄압 때문에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3백 명 남은 노동조합에서 30명이 해고 당하고 매일같이 징계 당했다. 사측은 노동조합을 무려 1천3백 건이나 고소했다.

회사는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 끊었지 자기들이 죽인 게 아니라고 한다. 법원은 회사에게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만 유죄를 선고한다. 하나만 묻자. 3백4명의 목숨이 수장되는 동안 박근혜는 뭐 했나? 이 박근혜에게 몇 년을 구형해야 하겠나? 재벌총수들에게는 몇 년이 떨어져야 하나? 우리는 피눈물로 살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놀아난 재벌놈들 감옥에 넣을 때까지 우리는 최전선에서 싸우겠다.

유성기업 노동자 조성덕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이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삶을 지키는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대란을 통해서도 이 정부가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는 것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1천 일이 다 되어 가지만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가 대처를 잘했는데 철새 때문에 AI가 확산됐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공식 통계로도 야생 조류로 인한 확산보다 사람과 차량으로 인한 확산이 세 배나 더 많다고 한다. 이런 부분만 방역을 잘했어도 피해가 훨씬 줄었을 것이다.

황교안 총리도 농가에서 처음 AI가 발생한 다음 날에도 AI에 대한 구체적 대응은 하지 않고, 박근혜에게 제기된 의혹이 유언비어라며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지금 마트에서 계란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 계란과 관련 있는 기초 식재료 가격이 동반 상승하게 될 위험도 있다. 이 정부 하루도 그냥 둘 수 없다.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학생이자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김무석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해 집회에 나왔다. 하나의 교과서로[만 배워서] 단일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보다 여러 교과서로 [배워서] 다양한 생각을 배우는 [기회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박근혜는 범죄자이기 때문에 더욱 박근혜 정부[가 만든] 교과서를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정교과서를 올해가 가기 전에 폐기했으면 좋겠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 류현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어때야 하는지] 여기 계신 분들은 아는 거 같은데 저기 [정치권에] 계신 분들은 모르는 것 같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는 것이다.

나는 13살밖에 안 되지만 저분들보다 더 정의를 잘 안다. 나는 부모님 지갑을 건드리지 않는다. [박근혜가] 보톡스나 맞으라고 [서민들이] 세금 낸 것 아니다. 국가가 국민을 무서워할 때까지 촛불을 들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장민주

황교안은 즉각 사퇴하고, 그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국민을 위한 일이다. 황교안이 누구인가? 그동안 박근혜 옆에서 용비어천가 부르고 권력을 주워먹던 최고의 부역자다. … 황교안은 위안부 합의 [결과를 옹호하며] 그 정도면 만족하라[고 말한 사람이다.] 황교안은 세월호 진상 규명도 막아 왔다.

[황교안은] 대리운전 하라고 했더니 자기 차인 줄 안다. [황교안이 말한 것 중] 국정을 차질 없이 운영하겠다고 한 것이 가장 끔찍하다. 국정교과서와 노동개악이 황교안이 말하는 ‘국정’이다. [황교안 뿐 아니라] 저들 중 누구도 국정을 운영하면 안 된다.

황교안은 사퇴하고 그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마라.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 김애란

삼성은 [백혈병으로 사망한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 씨의 유가족들에게는 5백만 원 내밀고 정유라와 최순실에게 수십억 원을 줬다. 그런데 [그런] 재벌을 찬양하는 교과서를 국정으로 채택한다는 것은 노동자 서민 피 빨아[먹고] 사는 것이 괜찮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것이며, 그런 나라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는 국민의 힘으로 폐기해야 할 것이다. 촛불이 할 수 있다!

정의당 국회의원 윤소하

박근혜가 헌법재판소에 탄핵[당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헌법재판소를 믿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 2014년 8월 25일자 메모에는 김기춘이 통합진보당 해산 관련해서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고] 되어 있다. 김기춘이 직접 ‘지하혁명조직 RO가 아니라 과거 민혁당의 주도 세력이 통합진보당을 장악하고 있다’고 변경하라고 요청한 것도 나온다.

또 김기춘이 통합진보당 [관련 판결]을 연내에 선고하라고 하고 나서 2주 후인 2014년 10월 13일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국회에서 통합진보당 [관련 판결]을 연내에 선고하겠다고 한 정황도 나온다. 이것이 내통이 아니고 무엇인가?

심지어 2014년 12월 19일에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는데, 바로 그 이틀 전에 김기춘이 19일에 선고되니까 후속 작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헌법재판소 판결 내용을 어떻게 청와대가 미리 알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내통한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시민 여러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이 무서워서라도 시급하게 조속하게 탄핵 결정을 하도록 끝까지 싸우자. 헌재는 [박근혜를] 탄핵하라! 조속히 탄핵하라!

민중연합당 공동대표 정태흥

언론이나 정치권은 탄핵이 가결되었으니 투쟁을 마쳐도 될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박근혜 즉각 퇴진이다. 2만에서 2백만이 될 때까지 언제나 우리의 요구는 즉각 퇴진이었다. 박근혜 아바타 황교안이 대행하고 있는데도 탄핵이 끝이라는 것은 기만이다. 여기서 투쟁이 멈추면 박근혜는 다시 살아날 것이고 그러면 모든 죄가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종강을 했다고 탄핵이 가결됐다고 가만히 있지 말자. 투쟁을 멈추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필 것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정의가 이뤄지는 날은 반드시 있다. 진실을 되찾는 날까지 거리로 나오자.

숙명여대 학생 김성은

우리는 박근혜 개인에게만 분노하는 게 아니다. 박근혜가 국정을 농단할 수 있게 한 시스템에 분노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주변 어디를 봐도] 부정부패가 가득하다. … 청년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학교와 일터에서 기본적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아버지가 철도 조합원[이기도 한데] 박근혜 정부 하에서 우리 집 [모두가] 너무 힘들었다. 끝까지 싸우겠다.

한 청년

오늘도 연인원 60만이 촛불을 밝혔다. 촛불의 힘으로 우리가 박근혜를 탄핵시켰는데, 뻔뻔스럽게 탄핵 사유에 반대하고 청와대에서 농성 중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나? 광화문 구치소에 당장 구속시키자. [박근혜] 퇴진시키는 성탄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없는 새해를 맞이하자.

한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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