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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퇴진 제10차 범국민행동의 날:
1백만 명이 소리친 광화문 “송박영신”

폭죽을 쏘며 송박영신을 외치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 ⓒ조승진

2016년을 시작할 때 박근혜는 노동개악법, 친기업 규제 완화 법들을 통과시키라고 국회를 압박했다. 바로 직전인 2015년 연말의 한일 위안부 합의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 역풍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당연히 박근혜는 노동자·민중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그런 짓들을 했다.

2016년은 그렇게 짜증나게 시작됐지만, 그 마무리는 다르다. 지금 박근혜는 법으로 직무가 정지됐고 청와대에서 정치적으로 유폐된 상태로 2016년을 떠나 보내게 됐다. 그뿐인가? 청와대 코 앞까지 몰려 간 수십만 대중이 외치는 즉각 퇴진의 함성을 들어야 했다. 물론 창문 틈까지 꽁꽁 틀어막고 실내에 틀어박혀 민중의 함성을 애써 외면하겠지만 말이다.

오늘 서울 광화문광장과 종로1가 일대에는 박근혜 즉각 퇴진과 헌재 조기 탄핵, 황교안 사퇴와 적폐 청산을 요구하며 1백만 명(주최측 발표)이 모였다.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박근혜 퇴진 운동이 두 달여 만에 연인원 1천만 명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송박영신”을 제대로 한 것이다. 박근혜 당선 직후, 많은 사람들이 2013년을 ‘회피 뉴 이어’의 쓰라린 마음으로 맞이한 걸 떠올리면, 민중 스스로 움직여 끌어 낸 정치적 변화를 자축할 만하다. 자신들의 힘으로 이나마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낸 것에 자부심도 느꼈을 것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인지, 오늘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고, 기세도 좋았다. 시간을 끌려는 박근혜의 뜻과 달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가 크게 지연되지 않고 조기 탄핵설이 대두하는 등의 상황도 영향을 준 듯하다. 또한 연말연시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가족 단위로 온 참가자들이 많았다. 친구들과 온 청소년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본대회 수 시간 전부터 광화문광장을 채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여러 사전 행사들에 참여했다. 오늘 본무대에서 진행된 자유발언대와 여러 행사들에서는 이석기 전 의원 등 양심수들을 석방하라는 요구, 가습기 살균제 사건 책임자 처벌 등 다양한 쟁점이 소개됐고, 관심과 지지도 받았다.

광화문광장에서 새해 소원을 노란 종이에 적은 뒤 종이배로 접어 전시하는 행사에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박근혜 퇴진”을 써낸 사람이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사람보다도 많았다! 의료 민영화와 복지 삭감을 추진해 온 박근혜 정부의 적폐 정책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다.

열광을 이끌어 낸 신대철·전인권 공연 직후에 사회자가 연인원 1천만 명 돌파 선언을 하자 광장이 떠나갈 듯이 함성을 질렀다. 이어진 촛불 파도는 장관이었다. 사람이 워낙 많아 파도가 한 번 끝까지 가는 데에만 꽤 걸렸다.

물론 분노도 뜨거웠다.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아 이를 변경할 수 없다거나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것을 알려진 자를 문화체육부 차관으로 임명한 황교안의 작태는 사람들에게 아직 우리 운동이 현재진행형임을 환기시켜 준 사건이었다. 이 날도 황교안의 경찰들은 행진 경로와 인도를 분리하는 차벽을 잔뜩 세우고, 시청 방향에서는 우익 집회를 핑계로 사람들의 참가를 방해하는 등 신경질을 부렸다.

그래서 오늘 행진에서는 “황교안은 박근혜다, 황교안은 퇴진하라” 구호가 많이 외쳐졌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팻말이 많이 눈에 띄었고, “황교안 내각 퇴진” 팻말도 인기가 많았다. “조기 탄핵” 팻말도 여전히 인기였다.

오늘 행진은 청와대, 총리관저, 헌법재판소, 명동 네 방향으로 진행됐다. 모든 본무대 행사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각자 가려는 방향으로 정렬하면서 물밀듯이 몰려갔다. 모든 행진이 인도까지 들어차며 진행됐다. 공식 행진은 모두 보신각으로 집결 후 마무리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깃발과 팻말을 들고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가했다. 그야말로 투쟁적인 송박영신이고, 전진하는 반정부 투쟁으로 시작한 2017년이 된 것이다.

ⓒ이미진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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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행사들

본대회 시작이 꽤 남은 시간부터 광장이 차기 시작했다. 박근혜, 이재용, 정몽구를 오랏줄로 묶은 모습의 조형물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포토존이 됐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들은 대체로 세월호와 관련된 행사를 하는 곳들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가 특히 많았다. 세월호 광장의 분향소와 416연대 부스 일대는 사람을 헤치며 다녀야 할 정도로 많았다.

지난주에 이어 국정교과서 폐기 요구 서명부스도 운영됐는데 다만 더 컸다. 교과부가 1년 유예를 발표한 것에서 자신감을 얻은 듯한 분위기였다.

군의문사 진상규명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은 "우리 아들은 자살하지 않았다"며 서명을 호소했다. 박근혜·최순실 재산 몰수를 요구하는 서명, 위안부 피해자 사과를 요구하는 세계 1억 명 서명도 진행됐다. 박근혜 퇴진을 위한 5대 종단 기도회도 열렸다.

민주노총이 진행한 캠페인도 인기를 끌었다. 주로 젊은 가족들이 많이 왔는데, 이런 구성을 반영해서인지 ‘이것만은 없애자는 스티커 붙이기’에서는 “세월호 진실 은폐”와 “국정 교과서”, “위안부 굴욕 합의”, “재벌”, “비정규직” 등에 스티커가 집중됐다.

본무대 자유발언대에서는 사회자가 ‘애초 바로 오늘 해고될 위험에 처했던 GM 창원공장 비정규직 3백69명이 투쟁의 성과로 고용 연장에 성공했다’고 소개하자 큰 환호를 받았다. 바로 지난주 서울 광화문집회 마무리 집회에서 이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쥐어짜서 이득 보는 박근혜, 최순실, 재벌, 그리고 한국GM을 상대로 싸워 나가려 한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이 있으면, 우리가 이겨서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응원 부탁 드린다”고 발언해 격려와 지지를 크게 받았었다.

민중연합당도 당원 약 4백 명이 6시에 종로타워 옆에서 공작정치 규탄대회를 열고 행진해 광화문광장으로 들어왔다. 노동당은 오후 5시에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1천 일을 맞아 집중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퇴진! 사드 배치 철회! 긴급행동전

오후 4시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사드 배치 반대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번잡한 중심가라서 주목도 많이 받았다. 전체 4백여 명 규모였는데, 경북 성주와 김천에서 주민 3백여 명이 올라왔다. 여러 평화운동단체와 좌파 단체 활동가들이 연대했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는 박근혜·황교안 정부와, 그들에게 부지를 제공하며 협조한 롯데 자본을 규탄한 것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4백여 명 참가자들은 명동을 한바퀴 돌아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광화문에 들어서자 광장에 있던 많은 시민들에게서 환영과 지지의 박수를 받았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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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대회 후 행진

본대회에서는 환경운동연합 권태선 대표가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을 대표해 발언했다. 4·16연대 박래군 상임운영위원은 박근혜 정부에 비선 실세 말고 ‘비서 실세’가 있다며 공안통치와 공작정치의 수괴인 김기춘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백석근 건설연맹 위원장은 황교안 퇴출을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며 민주노총도 함께하겠다고 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조속한 인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아이들 시체조차 찾지 못한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며 시종일관 흐느끼는 발언에 참가자들은 큰 박수로 공감과 격려를 보냈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도 무대에 올라 서울시에서는 국정교과서가 발 붙이지 못하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본대회 후 콘서트에서도 사람들이 오히려 늘었다. 열광적인 콘서트 후 행진이 시작됐다.

청와대 방향 행진(청운동 길)은 방송차보다도 먼저 나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 방향 중 가장 사람들이 많았는데, 청운동 길이 청와대 앞부터 경복궁역까지 완전히 꽉 들어찼다. 특히 다른 방향보다 청년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박근혜 퇴진”보다 “박근혜 구속”을 더 선호하고 외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청운동 길 중간에서 감사의 뜻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이 준비한 심야식당(카레라이스 컵밥)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광장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이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황교안 총리 관저 앞도 삼청동 길을 완전히 메우고도 넘칠 정도였다.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출발한 헌재 앞 행진도 종로대로를 메우며 진행됐다.

청와대와 총리 관저, 헌법재판소 앞에서 약식 집회와 폭죽 행사를 마친 행진 대열은 “송박영신”의 마무리를 하려고 방송차를 돌려 타종 행사가 열리는 보신각으로 각각 향했다.

도심가를 돌며 보신각으로 향한 명동 방향 행진도 활기찼다. 타종 행사를 기다리며 근처에 있던 사람들, 청년들이 행진 대열을 보자마자 거침없이 합류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도 같이 구호를 외치다 합류했다. 한 노신사는 전광판의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이 1시간을 넘어서자 너털웃음을 지으며 행진에 합류했다.

텅 빈 차도를 사람들이 가득 채워, 방송차량이 명동에 도착해도 여전히 종로에서 돌아 들어오는 대열이 보일 정도였다. 행진 대열이 명동에서 수천 개의 폭죽을 터뜨리자 대로변의 관광호텔 커튼이 일제히 열리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종각 사거리를 네 방향에서 행진해 들어 온 깃발과 촛불이 보신각 행사 앞을 점령했다. 방송들은 현장 음향을 죽이고 화면을 거리로 돌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의 함성이 새해를 연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참가자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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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이 4160개의 컵밥을 준비해 촛불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미진
횃불을 들고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는 참가자들. ⓒ조승진

광장 곳곳의 발언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단원고 2-1 조은화 학생 아버님 조남성 님, 2-2 허다윤 학생 어머니 박은미 님)

조남성 님
은화가 너무나 보고 싶다.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았냐. 미수습자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에 돌려 주겠다고. 그 약속 어디 갔는가.
그래도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박은미 님(처음부터 끝까지 흐느끼며)
아직 세월호 속에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 9명이 있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 님, 권혁규, 이영숙 님.
이제 곧 1천 일이다. 그 1천 일 동안 내 딸이 배 안에 있다.
인양을 해야 가족을 찾을 수 있고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

도와 주시고 함께해 주십시오.

최승영(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다. 아내가 들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떠난 지 7년이 되었어. 아이들은 벌써 초등학생이 됐는데 잘 자라고 있어. 당신이 어떻게 아팠는지 이유도 몰랐어. 아이들에게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고만 말했어.

당신이 가습기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잠들었지. 아이들은 어떤지 정말 걱정이야. 효정아, 이름을 부르니 아프다. 아이들은 내가 잘 키울게.

정부와 가해 기업은 끝까지 책임져라! 가습기 참사 특별법 즉각 제정하라! 가해자 징벌제를 도입하라!

김혜진(416연대 상임운영위원)

얼마 전 해수부 장관이 ‘진상은 다 규명됐는데 뭘 더 규명하겠다는 것이냐’ 하고 말했다. 그렇다. 이미 많은 부분 진상이 규명됐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것이 규명돼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첫째,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둘째, 왜 구하지 않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셋째, 왜 감추려고 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문제를 온전히 밝히지 않는 이상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규명됐다고 할 수 없다. 세월호의 침몰에 대해 검찰은 조타 미숙과 과적을 원인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즉, 침몰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구조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밝혀졌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사람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던 그 때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박근혜를 비롯해 컨트롤 타워에 있던 많은 사람들 모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이는 이미 명백하게 밝혀졌다. 즉, 이미 책임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왜 그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저들이 기를 쓰고 진상 규명을 감추려 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밝혀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궁금한 것은 그들이 왜 그랬느냐이다.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백석근(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박근혜만이 멈춰야 할 대상이 아니다. 박근혜의 부역자들, 그 중심에 황교안이 있다. 그는 공안검사로서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국무총리가 된 자이다. 어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총괄팀장을 차관으로 임명했다. 우리가 청산해야 할 적폐의 한가운데에 황교안이 있다. 그는 퇴진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여러분과 함께 행동했다. 앞으로 행동할 것이다. 투쟁할 것이다. 황교안 퇴출, 박근혜 탄핵을 이루는 그 자리에 민주노총이 함께할 것이다. 하루에 두 명, 한 달에 60명, 1년에 7백 명이 넘게 죽는 건설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재동(1백35일째 사드 배치 반대 투쟁하고 있는 성주투쟁위원회 부위원장)

범죄자 박근혜와 그 동조자들이 추진한 불법적인 사드 배치는 원천 무효화돼야 한다. 사드는 우리의 생명과 평화를 깨뜨릴 무기다. 작은 무기라도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며칠 전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2퍼센트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데도 박근혜의 공범자인 황교안과 한민구가 계속 사드 배치를 추진한다고 한다.

성주에서는 7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추위에도 매일 촛불을 든다.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는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데서 시작된다. 부지 협상에 응한 롯데를 국민의 힘으로 심판하자!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데에 함께하고, 범죄자 박근혜와 공범들이 저지른 모든 것을 청산하자.

김영익(노동자연대 활동가)

롯데의 신동빈 회장이 청문회에 나왔지만 이걸로 끝낼 수 없다. 최순실 옆 감방으로 보내야 한다.

박근혜가 퇴진 위기에 처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사드 배치 밀어붙이기이다. 그런데 권한대행 황교안은 그만두기는커녕 조기 배치를 하겠다고 한다. 올해 여름 성주에 갔다가 망신 당했던 황교안, 그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더 혼쭐나야 한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차기 정권으로 넘기라고만 하지 말고, 사드 배치 절대 불가, 완전 폐기부터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서 일어난 촛불 집회를 보면서 '사드 배치에 차질 생기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다. 그 걱정을 현실로 만들자. 촛불의 힘으로 사드 배치 결정 다 태워 버리자!

양인우(부산에서 온 대학생)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시민들에게 한 푼 두 푼 모금을 하고, 디자인 결정부터 설치까지 부산 시민들의 힘으로 소녀상을 부산에 세우고자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부산 동구청이 교통에 방해된다며 소녀상을 철거하려 했고, 이에 저항하는 대학생들을 경찰이 폭력 진압했다.

하지만 부산 시민들이 포기하지 않았던 덕에 소녀상을 이틀 만에 반납받아 영사관 앞에 다시 설치할 수 있었다. 부산은 지금 축제 분위기다. 싸움이 끝나서가 아니라, 친일 잔재와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첫 승리이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탄핵됐지만 친일 잔재가 전혀 청산되지 않았다. 끝까지 싸우겠다.

쫌 가라 한일합의! 쫌 가라 나쁜 정책! 온나 새로운 대한민국!

윤소영(소위 '내란음모' 구속자 이상호 씨 부인)

문화체육계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이 공공연하게 드러난 이때, 아직도 수많은 양심수들이 감옥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전국적으로 60명이 넘는 양심수들이 옥살이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금기와 배제의 대상이었다. 사실 여기서 말하기 두려웠다. 그래도 언론이 사실을 날조하는 무시무시한 상황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고, 촛불 집회에 참가한 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양심수 석방을 위해 서명해 주셨고 격려해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

촛불 집회의 열기 덕분에 감옥에 있는 남편들도 감옥이 춥지 않다고 한다. 우리 남편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그 자리를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이 대신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박근혜에게 뇌물 바친 CJ를 폭로하려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해야 하지만, 그 중에도 재벌이 대표적인 문제다. 재벌들은 지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대한민국 부의 40퍼센트를 거머쥐고는 박근혜에게 뇌물을 바치면서 온갖 편법을 다 쓰고 있다. 재벌들이 노동자 탄압을 하고 ‘살인 해고’, ‘갑질 해고’를 했다. 그런데 막상 박근혜에게 바친 뇌물, 그 돈을 메운 사람들이 누구인가? 다 노동자다. 이들 때문에 노동자와 소비자가 겪은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박근혜와 함께 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다 벌 받아야 한다. 1월 8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출범할 계획이다. 노동자들도 박근혜와 재벌의 갑질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서민들이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가장 많이 먹는 게 계란이다. 그런데 그 계란이 한 판에 1만 5천 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누가 올렸나?

박근혜 정부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데 허송세월로 보내다가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회의를 열었다. 조류독감은 방역이 중요한데 [정부가 보유한] 소독약의 80퍼센트가 [조류독감에는]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박근혜의 뒤를 이은 황교안은 대통령 코스프레나 하고 사드 배치와 한일정보보호협정만 중시하더니 닭 3천만 마리가 살처분되는 동안 삼계탕 먹는 쇼나 하고 있다.

이번에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가 결국 삼성-제일모직 건으로 구속됐다. 그러나 사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발병 병원인 삼성병원을 숨겨준 죄로 훨씬 전에 구속됐어야 마땅한 자이다.

조류독감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황교안 내각이다. 박근혜-황교안 퇴진이야말로 조류독감 퇴치에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김세식(수화로 발언한 청각장애인)

촛불 집회에 수화 통역이 있어 4번째 참가한다. 그것이 없었다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됐을 것이다.

박근혜는 증세 없이 복지국가를 한다고 말했지만, 국민 없는 ‘근혜 국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근혜 국가’에서 먼저 죽어 간 사람들이 있다. 장애등급제 때문에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살려 달라 외치다 돌아가신 분들이 있다. 온몸으로 살고 싶다고 외친 것이다. 그 모든 외침들을 외면한 채 대기업의 경영 승계를 위해 뛰던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가 드디어 구속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돌아가신 분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이 감옥에 가면 그 한이 풀릴까? 다시는 그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조희연(서울시 교육감)

박근혜와 함께 가장 먼저 탄핵돼야 할 것이 국정교과서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촛불 시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국정교과서를 1년 유예한다고 했다. 그러나 꼼수를 부려 국정교과서를 2017년부터 많은 학교에서 사용하게 하려 한다. 일부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서 가산점을 주고 지원금을 주면서까지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게 하려 한다.

세계를 놀라게 한 촛불 혁명이 일어난 이 나라에 국정교과서가 발붙일 수는 결코 없다. 내가 서울시교육감으로 있는 한 서울의 학교에는 국정교과서가 발붙일 수 없다. 그렇게 하겠다. 국정 농단을 탄핵한 촛불 시민들께서 교육 농단을 탄핵해 주십시오. 교과서 농단을 탄핵해 주십시오.

이상관(노후희망유니온)

대통령이면서도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위해 집회에 나온 노인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발언한다.

우리 노인들은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서 싸웠고, 민주화를 위해 6월 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에 온몸으로 참가한 세대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수많은 노인들이 복지 혜택에서 배제당하고 있다. 박근혜의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촛불의 힘으로 탄핵 인용을 이끌어 내고, 박근혜가 양산한 악법과 쓰레기 정책을 폐기하자. 단순히 정권만 교체하는 것을 뛰어넘어, 국민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

한 자영업자

홍대 앞에서 25년째 닭매운탕 전문점을 하는 자영업자다.

너무 평범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철도 노동자의 파업 같은 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혁명, 동지 이런 말들이 나와는 상관 없는 말처럼 들렸다. 처음에는 청와대 부패와 정유라 부정 입학에 분노했지만, 집회에 참가할수록 노동자, 비정규직, 중소상인들 모두 정의롭지 않은 국가에 사는 친척들의 얘기인 것 같았다. 이곳에 나와서 사람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뿐 아니라 여러분도] 점점 깨어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가 각성하는 과정이다.

요즘 자영업자들 죽을 맛이다. 자고 나면 물가가 오른다. 임대료가 너무 높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데, 사드 배치로 중국 관광객도 줄고, 매출도 30퍼센트 줄었다. 누구를 위한 사드 배치인가. [설상가상으로] 조류독감까지 퍼지니 사람들이 닭을 안 먹는다. 대책 없는 무능한 정부 때문에 사람도 닭도 죽어 간다. 옛말에 왕이 부덕하면 전염병이 창궐한다더니, 청와대에서 주사 맞고 있는 분이 빨리 내려와야 조류독감도 끝날 것 같다.

끝이 없는 어둠 속에서 촛불을 통해 희망을 찾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를 보고 힘을 얻을 것이다. 우리가 인류에 본보기가 될 것이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자.

20대 여성(직장인)

비박계가 창당한 개혁보수신당이 지지율 3위권이라 한다. 그러나 서로 분열하더라도 결국 그들의 뿌리가 새누리당이라는 것, 그런 자들이 청문회에서 잘하는 것은 살아 남기 위한 발버둥이라는 것, 그들이 과거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자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일이라 여기고 촛불이 그들을 특검하자!

정유년에는 탄핵의 촛불이 희망 길잡이가 되기 바란다.

박근혜 성대모사 한 청소년

사드 배치는 대한민국 보호보다는 탄핵이라는 핵을 막기 위해 배치한 것 같다. 촛불 민심은 헌재 판결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운전면허도 없는 국무총리에게 대리운전을 시켜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를 배우지 않게 해 달라. 우리 힘으로 광장을 계속 채워 나가자.

진실과 정의를 외쳐도 바보가 되지 않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명령한다! 박근혜 퇴진하라!

중학교 1학년 학생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촛불을 드신 여러분께 감사하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갇혀 살아 세상의 쓴 맛을 모르지만, 그 세상이 깨끗하고 아름답기 바란다. 낙하산이 당연한 세상, 잘못을 해도 권력이 있으면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세상은 바라지 않는다. 이제 우리의 미래를 촛불로 만들어 나가자.

마지막으로, 책임지지 않는 청와대의 그 분에게 말하고 싶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촛불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낭송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이미진
ⓒ이미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 ⓒ이미진
보신각 타종 행사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요구한 집회 참가자들. ⓒ이미진
보신각 타종 행사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요구한 집회 참가자들.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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