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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재벌 총수들은 박근혜와 공범이다

ⓒ이미진

1월 둘째 주는 지난해 말 박근혜와 최순실의 비리 행태가 터져 나오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양상은 다르다. 박근혜와 기업주들의 뇌물죄 혐의 수사에 진전이 있어 삼성 이재용, SK 최태원 등도 위기에 몰렸다.

배임과 횡령죄로 수감돼 있던 SK의 최태원(회장)·최재원(부회장) 형제를 석방시키려고 SK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1백11억 원을 냈다는 정황 증거들이 나왔다. 지난해 최태원과 최재원은 각각 광복절 특사와 7월 말 가석방으로 감옥에서 풀려났다.

삼성 이재용도 곤경을 겪고 있다. 8년 만에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는데, 특검이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이 진작부터 정유라에게 투자해 왔고, 박근혜와 이재용의 독대 자리에서 정유라 지원 등의 구체적 대화가 오갔으리라는 것이다. 삼성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에게도 투자했다.

이재용은 박근혜의 강요로 돈을 낸 것이라며 줄곧 뇌물죄를 부인해 왔는데, 반대 증거들이 나오면서, 뇌물죄를 계속 부인하면 구속 가능성이 높아지고, 뇌물죄를 인정하면 구속은 피해도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다. 뇌물죄면 박근혜도 불리해진다. 게다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자체의 배임죄 혐의가 추가될 거라는 보도도 나온다.

이런 뇌물의 대가로 삼성은 정권의 보호와 지원을 받았다. 회장 이건희가 쓰러져 그룹 승계 문제가 고민이었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실행된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해 줬다. 그 덕분에 합병안은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메르스 늑장 대응도 삼성병원을 보호하려는 것 때문이라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박근혜가 자기 주치의 서창석을 서울대병원장에 임명한 것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서창석의 서울대병원은 최근 나온 청와대 불법시술 의혹 연루 병·의원들에 납품 허가 등 도움을 줘 왔다. 서울대병원은 경찰 물대포 살인진압에 희생된 백남기 농민 사인 조작 스캔들에도 연루됐다.

박근혜의 비리 수사와 폭로가 기업주들에게까지 옮겨 간 것은 나머지 지배계급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불쾌한 일일 것이다. 특검이 롯데, CJ로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박근혜가 시간을 끌수록 나머지 지배계급은 시간을 잃는 것이라는 관측이 정말로 옳았다. 만일 박근혜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로 자진 사퇴했다면, 박근혜 개인은 구속을 면치 못했더라도 곧바로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서 기업주들에게까지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지배계급은 가령 찰떡 궁합처럼 여겨지던 1년 전 만큼 단결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은 둘로 쪼개졌고, 친박 본당인 새누리당도 자중지란 속에 있다. 언론들이 여전히 박근혜 일당의 비리를 경쟁적으로 폭로하고 특검이 연일 압박을 강화하는 것도 그런 사례다.(실제로 뇌물죄가 기소까지 갈지, 법원에서 유죄를 받을지는 앞으로의 쟁투에 달려 있겠지만 말이다.)

궁지

이런 점에 비춰 봐도, 오만방자한 박근혜 정권이 궁지에 몰리고 그에게 협력한 지배자들 일부가 대단히 불편한 상황에 처한 것은 연인원 1천만 명이 넘게 참가한 퇴진 운동 덕분이다.

그러므로 (비록 이 운동이 지금 당장은 혁명 수준으로 도약하지는 않겠지만) 운동을 대선(정권 교체) 등 공식정치의 보조 수단으로 치환해 잠재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은 옳지 않다.

운동 내 일부는 대선에서 지지할 야당의 보조자 구실로 운동을 제한하고 싶어 한다. 또 다른 일부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거나, 반기문 지지율이 높은 걸 보면서 이솝 우화의 ‘신 포도’ 얘기처럼 운동의 잠재력을 무시한다.

그것은 주객을 전도시키는 것이다. 그런 접근법을 강화할수록 오히려 운동의 잠재력을 훼손해 공식정치에서도 성과가 줄게 마련이다. 지배계급이 왼쪽으로 밀린 정치지형을 돌려 놓으려고 반격을 꾀할 것이고 그것을 막을 힘은 지금 거리 운동에 있기 때문이다. 운동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황교안이 권한대행 한 달 동안 한 일을 보자. 각종 노동 개악 같은 친기업 정책, 사드 배치나 한일 ‘위안부’ 합의 같은 친제국주의 정책의 유지를 공언했다.

일종의 인터넷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를 구속했다. 11일에도 “헌법 가치 부정 세력과 안보 저해 세력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의 경찰은 매주 촛불집회에도 무장한 진압 경찰을 전진 배치하고, 박사모 집회가 박근혜 퇴진 집회보다 많이 왔다는 턱없는 거짓말을 한다.

이 모두 단기 세력균형 회복만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우파의 재활을 위한 포석들이다. 박근혜의 버티기도 마찬가지다. 탄핵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항전하는 모습을 지지층에게 보임으로써 바뀐 정권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우파 대오를 유지하는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안보 위기라는 악조건은 다음 정권 아래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활의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전망에 타격을 주려면, 거리 운동의 폭과 깊이가 더 확대돼야 한다. 정치가 중요하다. 섣불리 전선을 옮기지 말고, 대선이 끝날 때까지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 청와대와 헌재를 압박하는 것 못지 않게 황교안 내각과의 대결이 중요하다. 노동계급 대중의 자기 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좌파는 이를 위해 끈기 있게 개입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을 궁지로 내몬 힘은 주류 야당이 아니라 대중 운동에서 나왔다. ⓒ사진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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