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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권력에 순응해 온 부역자

마음은 진작에 콩밭에 가 있던 반기문이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겨 12일 입국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기문은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미국 뉴욕 공항에서부터 고개를 숙여야 했다. 23만 달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아들 SK 특혜 채용, 친동생의 '반기문 테마주' 연루 등 각종 의혹이 하나둘 불거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칭송, 세월호 외면, 한일 '위안부' 합의 환영, 전두환에 부역, 한국군 이라크 파병 찬성, 사드 배치 찬성, 각종 부패 추문에 연루 … 이런 사람이 "정치 교체?"

끄나풀

반기문은 한때 박근혜의 새마을 운동과 외교 리더십을 칭송하던 박근혜의 유력한 후계자였다. 그는 전형적인 속물근성의 출세 지향 관료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한국 땅에 내려서는 “정치 교체”니 ‘제3지대’니 하면서 이미지 세탁을 하려 한다.

입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탄핵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탄핵해야 된다, 안 해야 된다. 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며 빠져나갔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에 걸맞는 대처다.

반기문은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 한국을 방문했지만 그동안에는 세월호를 외면해 왔다. 그런 그가 이제는 ‘팽목항 방문’ 운운하고 있다.

반기문은 2016년 1월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환영한 바 있다. 그러더니 그가 입국 후에는 “완벽한 결론은 아니더라도 …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협상을 통한 합의를 환영”한 것이고, 그럼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지난해 외교부가 공개한 비밀해제 문서에는 1985년 미국 연수 중이던 반기문(당시 외교부 참사관)이 작성한 ‘김대중의 동정’도 포함돼 있다. 이 문서에는 당시 망명 중이던 김대중을 보호하려는 미국 지식인들과 미국 내 여론 동정 등 사찰 정보가 꼼꼼히 적혀 있다. 이런 공로로 전두환 정권한테서 훈장을 받기도 한다.(박정희 시절에도 훈장을 받았다.)

반기문은 전두환 정권에서 안기부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노신영을 가장 존경하는 멘토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반기문이 귀국 때마다 롯데호텔을 이용한 것도 롯데의 복지재단과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신영에 대한 예우라고 한다.

노신영은 인도 대사 등 부임지에 반기문을 데리고 다녔는데, 1985년 국무총리가 되자 그를 총리 의전비서관으로 발탁해 중앙정치 무대에 데뷔시켰다. 반기문의 김대중 동향 보고서도 노신영이 안기부장을 하던 때 작성된 것이다. 전두환 정권의 실력자였던 노신영은 지금도 반기문의 자문 실세다.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사무장

반기문은 입국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의 인권과 존엄을 보호”하고 “자기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보호자가 되려고 했다”며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전쟁에 협조한 친제국주의자였다.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전인 2004년 김선일 씨가 피랍되자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그는 “위험 지역에 가면 자기 신변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라크 파병을 밀어붙인 바 있다. 이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노무현 정부가 파병 반대 운동을 탄압하려 테러방지법 제정에 나서자, 반기문은 여기에 힘을 실었다. 레바논 파병도 적극 지지했다.

반기문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자마자 후세인 처형을 두고 “처형은 각국이 법에 따라 정하는 문제”라며 사형을 옹호했다. 유엔의 이라크 특사가 “유엔은 사형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한 다음 날이었다. 또 반기문은 사무총장 시절 내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과 억압을 방조하거나 사실상 도왔다. 그래서 2012년에 반기문이 가자지구에 방문했을 때 항의에 직면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이스라엘에 대한 편애”에 항의하며 반기문에게 신발을 던졌다.

그는 또 “한미 동맹 관계가 가장 중요한 방위의 축”이라며 사드 배치에도 찬성한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칭송한 것도 단순히 박근혜에게 잘 보이려는 제스처만은 아닌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

한편, 뉴욕 검찰은 반기문의 귀국 하루 전에 경남기업 소유의 베트남 초고층빌딩 매각과 관련해 반기문 동생 반기상과 조카 반주현을 뇌물공여,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기소장을 보면, 반주현은 2013년 초고층빌딩 매각 사업의 중개를 맡았다. 이 빌딩을 카타르 투자청이나 카타르 도하 은행에 팔겠다며 경남기업에 뇌물로 쓸 돈으로 2백50만 달러(29억 원)를 요구했다. 반주현은 경남기업의 서명을 위조해 절반은 본인 몫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뇌물로 쓰려 했지만, 전달을 맡은 브로커가 사라져 버렸고, 반기상 부자는 경남기업을 계속 속였다.

뉴욕 검찰은 반기상에게 40년, 반주현에게 72년을 구형했다. 반기문은 “가까운 친척이 연루돼 죄송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반기문도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 검찰도 범행 과정에서 ‘가족의 명성’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반기문의 아들 반우현이 카타르 도하 은행에서 임원으로 일했고, 이 은행의 대주주가 카타르 투자청이라는 사실도 보도됐다.

또한 2015년 정관계 자금 로비 리스트(“성완종 리스트”)를 남긴 채 의문의 자살을 한 경남기업 회장 성완종과 관련한 의혹도 있다. 성완종이 충청 출신 인사들을 모아 만든 ‘충청포럼’에서 반기문은 창립 때부터 운영위원이었다. 그리고 동생 부자가 사기 행각을 벌이던 때, 반기문이 성완종과 단 둘이 만난 일도 있다.

이런 그가 입국하면서 요란한 ‘서민 체험’ 이벤트를 벌이며 “사회는 부조리와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고 한탄한 것은 가증스럽다.

그는 철저히 지배 권력에 순응한 부역자이자 출세주의자로 살아 왔다. 그의 46년의 외교 관료 생활은 존경받을 경륜이 아니라, 부패한 권력의 핵심부에서 쌓은, ’쌓일 대로 쌓인’ 폐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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