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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가 말하는 세계사회포럼의 성과와 과제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이번 세계사회포럼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운동이 극복해야 하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영국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단체인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자, 《반자본주의 선언》(책갈피)의 저자이다.


Q 이번 5차 세계사회포럼의 의의와 성과는 무엇입니까? 4차 뭄바이 세계사회포럼과 비교해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 점에서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일단 규모가 매우 컸습니다. 15만 명 정도가 등록했습니다. 개막 행진에는 20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운동의 역동성과 다양성이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사상과 행동을 열망하는 브라질 젊은이들의 열정은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반전 총회와 사회운동 총회에서는 3월 19∼20일을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는 국제 행동의 날로 삼자는 제안을 지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습니다. 어떤 점에서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작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 비해 후퇴했습니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첫째, 자신의 정치 의제를 위해 세계사회포럼을 이용하려는 룰라 정부의 강력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세계사회포럼 헌장은 정치 정당의 참가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룰라는 포럼 첫 날 세계 빈곤에 관한 대규모 세미나에 참가했고, 이것은 사실상 노동자당(PT)의 집회였습니다.

이것은 단지 브라질만의 맥락은 아닙니다. 먼저 브라질 맥락에서 보면 브라질 노동자 운동과 여타 운동은 룰라 정부의 소위 신자유주의 개혁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분열해 있습니다.

둘째, 세계적 규모에서 보면 블레어 영국 총리, 슈뢰더 독일 총리, 룰라 대통령 등 제3의 길 정치인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잃은 정치적 기반을 만회하기 위해 자신들이 세계 빈곤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듯이 보이고 싶어합니다.

블레어는 이라크 전쟁으로 불신받고 있고, 이제 그것을 만회하려 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올해 7월 스코틀랜드 G8 정상회담으로 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자유주의자’들이 자신의 정치 활동을 위해 반자본주의 운동의 의제를 도용하는 것을 계속 보게 될 것입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이를 용인한 세계사회포럼 조직자들은 혹독하게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물론 그들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엄청난 압력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은 매우 심각한 후퇴였습니다.

두번째 부정적인 측면은 포럼이 대단히 파편화된 방식으로 조직된 것입니다.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은 대규모 개막식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10만여 명의 사람들이 이라크 전쟁과 점령에 초점을 맞춘 아룬다티 로이와 영국의 제레미 코빈[노동당 반전 의원] 같은 사람들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올해에는 개막 행진이 있었지만 공통의 기념식이나 행사가 없었습니다.

룰라와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를 위한 대규모 집회는 세계사회포럼 내 좌파와 우파 간 분열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단결을 위한 진정한 시도는 없었습니다.

세계사회포럼이 주제별 영역에 따라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바람에, 일례로 전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문화나 환경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만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나는 이것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운동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Q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여러 논쟁들이 있었습니다. 간략히 소개해 주십시오.

부분적으로는 앞서 말했던 이유 때문에, 그리고 부분적으로 세계사회포럼 자체의 성격 때문에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총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항의 세계화’가 조직했던 흥미로운 토론 중 하나는 나와 존 홀러웨이의 논쟁이었는데, 수백 명의 브라질 젊은이와 아르헨티나인 들이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와 자율주의자 사이의 논쟁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논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논쟁에서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가 상당히 잘 해냈다고 해서 우쭐해서는 안 됩니다. 홀러웨이는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와 함께, 룰라와 차베스의 연설을 제외하면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토론회에서 연설했기 때문입니다. 주로 젊고 매우 열정적인 1천∼2천 명의 사람들이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PT 같은 개량주의 정당의 우경화와 많은 극좌파의 종파주의를 볼 때, 매우 모호하지만 동시에 외관상 민주적인 자율주의 정치가 사람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Q 현재 라틴 아메리카에서 자율주의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또, 자율주의가 라틴아메리카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나는 이미 앞에서 대부분의 이유를 지적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사회포럼에서 사상과 행동을 바라는 많은 브라질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심지어 브라질에서 가장 훌륭한 급진좌파 단체조차 이들과 성공적으로 관계 맺고 있지는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든, 비유적으로든, 당 깃발을 흔드는 전통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브라질에서 가장 흥미로운 조직은 ‘사회주의와 자유의 당’[P-SoL]인데, P-SoL 사람들조차 세계사회포럼에서 일어나는 논쟁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왜 많은 젊은이들이 홀러웨이와 네그리 같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과거의 전통과 단절되는 새로운 정치적 언어를 제공하고,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Q 미국이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져 있음에도 반전운동 내부에는 비관주의가 존재하는 듯합니다. 모순된 상황인데, 왜 그렇습니까?

현재 반전 운동이 위기에 빠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바그다드 함락 이후 많은 나라들에서 반전 연합체들이 운동을 중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운동의 탄력을 상실했습니다.

둘째, 점령에 맞선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를 침략해서는 안 되었지만 일단 침략한 이상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미국이 철수하면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하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에는 답이 있습니다. 이라크 사회에 그런 혼란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미국·영국·한국 군대 등 외국 군대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여전히 어려운 주장입니다.

셋째, 부시의 재선, 아니 전에 정당하게 당선되지 않았으니까, 부시의 초선 때문에 특히 많은 미국인들이 사기저하됐습니다. 반전 운동의 주요 지도부인 평화정의연합(UfPJ)은 민주당의 존 케리를 지지했습니다. 케리는 부시 못지 않은 찬전 후보였기 때문에 이것은 어리석은 결정이었고, 따라서 그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런 결정은 두 가지 결과를 낳았습니다. 첫째, 그들은 몇 달 동안 실질적인 반전 운동을 조직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부시가 이겼을 때 그들은 실망하고 당황했습니다.

나는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긍정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전 세계 반전 활동가들이 어떻게 반전 운동에 더 많은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지를 두고 서로 토론을 벌인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는 PT가 주도하려는 노력이 여러모로 엿보였습니다. 그러나 모순이게도, 세계사회포럼은 정당 배제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운동과 정당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정당을 배제하는 포르투 알레그레 헌장이 항상 위선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PT는 이번뿐 아니라 과거에도 세계사회포럼에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정당 배제 원칙 아래 엄청난 위선이 저질러졌습니다. 나는 잘 알려진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이고 유럽사회포럼 프로세스에 적극 참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나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사회포럼 프로세스에는 가령 프랑스 공산당이나 이탈리아 리폰다찌오네 코무니스타[재건공산당] 같은 급진좌파 또는 중도좌파 조직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이중잣대이며 신자유주의와 전쟁 반대를 말과 행동을 통해 입증한 급진좌파 정당들이 운동에서 정당한 자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룰라와 PT가 한 구실은 포르투 알레그레 헌장을 기만적으로 위반한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급진좌파 정당이 아니라 ‘사회 자유주의적’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정당이 헌장을 위반했습니다.

따라서 단지 모순과 터무니없는 위선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이미 지적했듯이 사회자유주의 정당, 제3의 길 정당 들이 운동을 통제하려 할 수 있는 실질적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선진국의 주요 NGO들을 통해 이 과정을 촉진하려 합니다. 이들 NGO들은 서구 정부에 온건한 압력을 가해 신자유주의를 포기하도록 만든다는 대단히 유토피아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상당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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