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희망 고문’은 이제 그만!:
이번에는 반드시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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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5월 초로 예고됐던 인양 일정이 대폭 앞당겨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3월 22일 시험 인양을 실시하고, 성공하면 곧바로 실제 인양 작업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실패하면 다음 인양 시도는 4월 5일에 한다.
인양이 시작되면 몇 시간 만에 세월호가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고 반나절이면 들어 올리기 작업이 끝날 것이다. 인양을 결정한 지 꼬박 2년 만이다.
선체 인양은 미수습자 가족들의 애타는 바람이고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과 세월호 운동의 성과기도 하다. 그러나 해수부가 이제껏 인양 작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미덥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해수부는 19일 오전에 인양 장비 점검 이후 인양을 시도하겠다고 기습 발표했다가 세 시간 만에 취소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이제 ‘희망 고문’이 아니라 ‘희망’을 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 정성욱 씨, 동수 아빠). 해수부는 이번에는 인양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절단
해수부는 유가족들이 반대하는데도 인양한 선체를 수평으로 한 번, 수직으로 한 번 절단해 객실부만 떼어 내겠다고 한다. 미수습자를 수습하는 가장 신속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미수습자 수습 후에는 선체를 ‘보존’하는 게 아니라 “정리”, “처리”하겠다고 한다.
세월호 선체는 지금까지의 인양 실패 과정에서 뚫린 구멍 1백40여 개와 와이어가 끊기면서 생긴 손상 때문에 충격에 약해져 있다. 또, 선내에는 온갖 화물과 차량, 집기들이 뒤엉켜있어 절단 과정에서 화물이 쏟아지거나 객실이 붕괴할 위험이 크다. 그럴 경우 빠른 수색이 오히려 어려워지고 미수습자의 시신이나 유품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4·16가족협의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어디까지 왔나’).
핵심 증거가 파손될 수도 있다. 침몰 원인을 밝히려면 조타실, 기관실, 화물칸 등을 정밀 조사해야 한다. 이 부위들이 파손되면 선체 내 기계 고장(조타기 고장, 프로펠러 오작동 등) 여부나 화물칸에 실린 제주 해군기지행 철근 수백 톤의 고박 상태, 화물 이동 경로가 침몰에 끼친 영향 등을 조사하기 어렵다. 화물 차량 블랙박스도 중요한 증거물이다.
이미 2015년 12월 해수부는 선박의 좌우 균형을 잡아 주는 장치(스테빌라이저), 갑판 울타리(불워크), 닻(앵커) 등 세월호 특조위가 침몰 원인 조사의 주요 증거로 거론한 부분들을 절단했다.
해수부는 “작업 전 준비를 철저히 하면 문제 없다”는 식으로 일축한다. 하지만 지난 2년 가까이 일곱 차례 인양 예상 시점을 연기하고, 인양 방식을 두 번이나 변경한 해수부를 유가족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인양 후 선체 보존 대책과 조사도 중요한 문제다. 유가족들은 참사 주범인 해수부가 아닌 독립적 기구 설립을 국회에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2일 선체조사위 특별법이 통과됐다.
해수부는 3월 2일 통과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될 선체조사위가 선체 조사 방식과 보존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선체를 함부로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4월 15일 ‘세월호 참사 3년 기억 문화제’로 모이자
그런데 선체조사위 특별법은 민주당이 자유당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대폭 후퇴해 부족함이 많다. 유가족의 요구를 반영한 기존 안과 비교하면, “선체 조사”는 “선체 처리”로 왜곡됐고, 수습·조사 기간과 조사 인력 모두 절반으로 ‘반토막’이 났다. 선체 보존에 관한 내용도 “보존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모호하게 처리됐다.
따라서 온전한 선체 인양과 보존, 제대로 된 선체 조사를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박근혜 파면 후에도 세월호 참사 진실 은폐의 공범인 황교안이 여전히 정권 최고 책임자로 남아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가 남긴 적폐 중 청산 대상 제1호다. 박근혜·황교안을 비롯해 참사 책임자들을 구속·처벌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 과정은 돈보다 생명이 먼저인 사회를 건설하는 투쟁과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4월 15일에는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전야 문화제가 서울 광화문광장과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4월 16일에는 안산에서 기억식이 진행된다.
지난 다섯 달 간 감동적인 역사를 써 온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촛불을 들고 다시 모이자.
민주당으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한다
지금 안산에서는 ‘416안전공원’ 설립을 위한 세월호 유가족, 안산시, 전문가들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 ‘416안전공원’은 제주4·3평화공원처럼 추모광장, 기념 전시실, 봉안 시설 등을 갖추고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인 제종길 안산시장은 땅값 하락을 걱정하는 일부 시민들과 재건축업자들이 격렬하게 반대하자 재건축업자들을 유가족과의 협의에 참여시키고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면서 3월 31일까지로 규정된 협의 기간을 6월 말로 연장하자고 유가족들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이미 ‘416안전공원’ 건설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고자 하는 안산 시민들의 토론회가 3백여 명 규모로 두 차례나 열렸다. 민주당과 가까운 이재정 교육감의 비협조로 단원고 기억교실을 인위적인 교육지원청 공간으로 옮긴 게 불과 몇 달 전 일이다.
이것은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다 할지라도 세월호 운동의 요구가 저절로 성취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준다. 이미 민주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개정, 선체조사위 특별법에서 번번이 후퇴하며 운동의 요구를 삭감시키는 구실을 해 왔다. 세월호 운동은 민주당에 기대지 말고 건설돼야 한다.
부르주아 야당인 민주당은 때로 포퓰리즘적으로 운동의 압력에 반응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에 의존해 국가를 운영하고자 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세월호 참사의 배경인 규제 완화와 민영화에 근본에서 반대하지 않는다.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 시절 강행된 철도 민영화, 가스 민영화,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건설 결정 등에 함께했고,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민영화 촉진법’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놓고 박근혜를 만나 ‘통 큰’ 양보를 약속했다.
어느 당이 집권하든, 세월호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들려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하고, 그것은 자본가들과 국가에 정면으로 도전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