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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성과연봉제 폐기 공약 이행하라

산적한 노동 문제 중 성과연봉제 폐지는 새 정부의 노동 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이슈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성과연봉제는 노동자들의 상당한 저항에 부딪혔다. 2016년에 금융·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잇달아 파업을 벌였고, 철도 노동자들은 두 달이 넘도록 파업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노동자들의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임금 억제(또는 삭감)와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착취율을 끌어올리고, 노동자들을 더 잘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에 열을 올렸다. 저성과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까지 함께 추진해 노동자들의 반감은 더욱 컸다. 공공부문에서 성과주의 강화가 공공서비스 악화를 낳을 것이라는 점도 노동자들이 거세게 반발한 중요한 이유였다.

이런 저항 덕분에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이 널리 알려져 반대 여론이 높아졌고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은 다소 차질을 빚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들에 일방 도입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시중은행들도 2018년에 시행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올해부터 상당수 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가 시행됐다. 물론 여러 공공기관 노조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논란이 계속되고 있긴 하다. 특히 금융·공공부문 노조들은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성과연봉제 폐지를 요구해, 문재인한테서 폐기 약속을 받았다.

차일피일

보수 언론들과 사용자 단체들은 새 정부의 등장으로 성과연봉제 개편이 원점으로 되돌아갈까 봐 우려하고 있다. ‘성과연봉제 폐기 후 전면 재검토’를 약속한 문재인의 당선으로 노동자들 사이에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특히 공공기관 노조들은 상반기에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새 정부와 노정교섭을 해 성과연봉제 폐기를 끌어내야 한다고 본다. 이번 경영평가에는 성과연봉제 시행 여부가 평가 요소로 포함돼 있는 데다, 경영평가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성과연봉제를 굳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한편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노동자들을 고무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 지난해 위원장의 직권조인으로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예금보험공사에서는 성과연봉제 폐기를 내건 집행부가 당선해 번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기대감을 잘 이용해 새 정부에게 성과연봉제 즉각 폐기를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성과연봉제 확대가 사실상 중단된 것처럼 낙관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해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저항과 퇴진 운동으로 상당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중앙 공공기관뿐 아니라 공무원에 5급 전체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했고, 경찰에도 도입돼 내년에는 경장(과장급)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광범하게 시행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새 정부가 전면 폐기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 정부가 성과연봉제 폐기의 구체적 방법과 범위, 시기 등을 둘러싸고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끌 수도 있다.

박근혜 식만 안 된다?

무엇보다 문재인이 “박근혜식 성과연봉제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데서 보이는 위험성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은 일방적 추진에는 반대하지만 기존의 연공급 구조도 옳지 않다며 “새로운 직무급제 도입”을 대안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직무급제는 사용자들이 성과급제와 함께 대안으로 요구해 왔던 임금체계다.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견해가 강하게 반영될 수 있는 직무 체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제가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을 대폭 완화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양보를 요구하고, ‘공정성’을 위해 연공급 구조를 바꾸자는 문재인의 주장은 사용자들의 직무성과급제 도입 촉구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은행연합회장 하영구가 문재인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포인트는 도입 방법에 대한 것”일 뿐이라며 “호봉제 폐지, 임금체계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직무성과급제를 주장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한편, 노동운동 일각에서도 직무급제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안적 임금체계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일부 산별노조들은 직무급제에 대한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일부는 고임금 노동자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격차를 줄이는 방안으로 직무급제를 주장한다. 당연히 후자가 전자보다는 낫다. 그러나 이를 산별교섭(혹은 노정교섭)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을 경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애초에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착취율을 높이려고 지배자들이 제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공격을 저지하고 상향평준화 식으로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은 사용자와 노동자들의 힘 관계에 달려 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성과연봉제 추진에 약간이라도 차질을 빚게 한 핵심적인 동력은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이었다. 새 정부 하에서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노동자들의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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