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미세먼지 대책:
상징적인 조처를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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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당선 6일 뒤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일단 30년 이상 된 석탄 화력 발전소 8기를 6월 한 달 동안 ‘셧다운’(정지) 한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봄에 4개월씩 노후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때문에 각종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실제 이 발표 이후(아직 정지하기도 전인데!) 때마침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져 새 정부 입장에서 홍보 효과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6월은 원래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줄어드는 때다.(그림 2) 생색 내기에는 적기인 것이다.
문재인은 선거 운동 당시 “임기 내에 미세먼지 배출량을 30퍼센트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석탄 화력 발전소의 신규 건설은 전면 중단”, “가동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발전기 10기 조기 폐쇄”, “건설 공정률이 10퍼센트 미만인 9기는 원점 재검토” 등을 약속했다.
그런데 단비 같은 ‘느낌’과 달리 이번 조처로 줄어드는 미세먼지는 고작 “1~2퍼센트”밖에 안 될 것이다(청와대 사회수석 김수현). 먼저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 8기의 발전량이 전체의 4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2015년 기준). 지난 10여 년 사이에 실제 전력 소비량에 비해 발전 설비 용량이 크게 늘어 이 정도 발전량을 줄이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전에도 화력 발전소들은 1년 중 전력 소비량이 가장 낮은 5~6월에는 정비를 위해 가동을 일시 중단해 왔다(그림 1).
그래서 심지어 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방안이 발표됐었다.(물론 폐쇄 시기가 명시되지 않고 시행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는 발전소 가동률과 미세먼지 농도 사이의 연관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한 투자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전히 미세먼지의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중국인지 한국인지, 경유차인지 휘발유차인지 발전소인지 등) 제대로 된 진단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녹색당은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환영한다”면서도 정확한 진단을 함께 요구했다.
물론 화력 발전소가 주요 원인 중 하나고 특히 다른 연료에 견줘 석탄을 태울 때 미세먼지 발생량이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석탄은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스보다 272~2910배나 많다. 그런데 한국의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 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40퍼센트나 된다. 가스 발전은 2013년 25퍼센트였다가 2015년에는 19퍼센트도 안 될 정도로 줄었는데,(그림 3) 이는 발전 민영화 정책과 연관이 있다.
1998년부터 시작된 민영화의 일환으로 발전소들이 분할돼 각각의 발전 자회사들이 서로 수익 경쟁을 벌여야 했다. 발전 자회사들은 자연스레 원료비가 가장 적게 드는 석탄 발전 비중을 크게 늘렸다.
다른 한편, 정부가 시장을 ‘개방’해 민간 기업의 발전 사업 진출도 늘었는데, 이들은 건설비 등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들고 상대적으로 가동과 중단을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가스(LNG) 발전 분야에 진출했다. 2000년대 초 가스 가격 하락도 민간 기업들이 주로 가스 발전에 뛰어든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예측에 비해 실제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고 석탄 화력 가동률조차 떨어지자 전력거래소는 비싼 가스로 만든 전기를 구입하지 않았다. 가스 발전 기업들은 발전을 멈춰 버렸다. 그럼에도 지난 10년 사이 전체 발전량은 크게 늘었는데 결과적으로 석탄 화력 발전의 비중만 크게 늘어난 셈이 됐다. 정확한 진단이 아니더라도 미세먼지 발생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전기요금
따라서 앞으로 문제는 실질적으로 즉, 남아도는 전력량 이상으로 석탄 화력 발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 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장차 석탄 화력 발전을 줄이는 한편, 가스 발전 비중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를 민간에 맡겨 둔다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예컨대 전력거래소에서 구입되는 전기는 모두 발전 ‘원가’와 관계없이 가격이 같다. 발전 사업자들이 가격 경쟁을 벌이라는 시장 논리의 일환이다. 그런데 몇 해 전 정전사태에서 보듯 전력은 전체 사용량보다 공급량이 조금만 적어져도 시스템이 마비된다. 그래서 생산되는 전력 중 가장 비싼 전기가 기준 가격을 형성한다. 여름과 겨울 전기 소비량이 늘고 가스 발전 등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소가 가동되면 전체 전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석탄 등 원가가 적게 드는 발전소들은 폭리를 얻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가스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가스 수입 계약 시기를 미루다가 가격이 많이 오른 시점에 계약을 체결했고, 세계 경기 침체로 유가와 석탄 가격은 하락해 가스 발전과 석탄 발전의 생산 원가 차이가 더 커진 것이다.(관련기사 ‘대기업 배만 불릴 전력·가스 민영화 반대한다’) 한전이 최근 몇 해 동안 큰 수익을 거둬 온 배경이다.
이처럼 시장 논리 탓에 실제로는 전기 가격이 치솟고 발전사들만(한전 포함) 배를 불려 왔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고 가정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를 적용하는 정책 때문에 기업주들은 특혜를 받고 평범한 노동계급 가정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최근 들어 민간 기업들도 원가가 싼 석탄 발전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석탄 화력 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과 건설 중인 발전소 재검토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들의 반발에 밀려 후퇴한다면 추가 석탄화력 감축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다른 한편, 민간 가스 발전 사업자들은 석탄 화력 발전 감축 정책으로 “LNG 발전사들의 조기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석탄 화력발전 감축 계획은 일부 자본가들에게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는 다양한 발전 사업자들 사이에서 좌충우돌할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조처로 전기 공급이 부족해지면 LNG 발전소의 발전량을 늘려 보완하고 LNG 발전소 발전 확대로 생기는 생산비용 인상분은 한국전력공사가 충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상징적인 조처에서 더 나아가 석탄 화력 발전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발전 민영화를 중단하고 정부 통제를 강화해 수익이 적더라도 친환경적인 발전을 확대해 나간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값싼 전기요금 덕에 천문학적인 이윤을 거둬 온 기업주들에게서 세금을 거둬 비용을 충당한다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주들의 이익에 민감한 민주당이 이런 조처를 취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 발전 민영화 조처는 이들이 집권한 시절에 추진된 정책이다. 설사 개과천선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협치’를 강조하며 ‘박근혜 경제교사’ 출신의 김광두 같은 인물까지 중용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나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와 미세먼지 피해 둘 다를 막으려면 문재인 정부에 박수 치며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조처를 요구하는 독립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4대강 수문 6개 개방
완전한 복원을 이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5월 22일 4대강 6개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이명박 시절부터 4대강 사업에 반대해 온 수많은 사람들이 이 조처를 반겼다. 문재인은 대선 당시 16개 대형 보를 상시 개방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보 해체, 재자연화 여부도 따져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처만 떼어 놓고 보면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조처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번 조처를 크게 환영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16개의 보 중 6개만 개방된 점, 개방되는 수문도 전면 개방이 아니라는 점, ‘어도(물고기 통로) 보완’ 등 향후 전면 개방이 아니라 부분 개방을 염두에 둔 조처 실시 등. 사실상 “’상시 개방’이라는 텍스트를 따오는 수준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의 ‘수위 유지’ 기조를 연장하려는 것이다.”(환경운동연합)
이런 점들을 볼 때 4대강 반대 운동에서 적지 않은 기여를 해 온 최병성 목사가 〈노동자 연대〉의 문재인 비판을 두고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찬사 일색인 언론들을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한편, 이명박 정부 시절 대표적인 4대강 찬성론자였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국립대인 한경대 총장으로 추천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의 총장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
이 기사는 5월 26일 일부 내용(한전의 수익 증가 배경)을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