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5·27 행동: 전교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저임금 1만 원 등:
“지금은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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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지금 당장 5·27 촛불행동”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중심으로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제기하고 6월 30일 하루 파업으로 계획된 투쟁을 알리고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이 집회로 모이기 전에 각자의 집회를 가진 노조들도 있었다. 전교조의 창립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 임단협 교섭이 결렬돼 쟁의행위를 준비하며 전국에서 조합원 80퍼센트가 모인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집회였다. 마침 이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과의 인연도 깊다. 삼성 노동자들은 이재용 구속을 누구보다 바란 사람들이다. 특히, 전교조는 박근혜 정권과 첫해부터 대결해 왔고, 가장 먼저 정권 퇴진 시국 선언을 한 퇴진 운동의 선구자다.
박근혜 퇴진의 선봉에 선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민주노총의 첫 서울 도심 대중 집회의 주역이 된 것이다. 이밖에도 5시 서울 청계광장 집회에서는 공공운수노조의 학교비정규직·청소 노동자들, 통신사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주된 참가자였다. 이날 곳곳에서 벌어진 집회들에 참석한 노동자 규모는 연인원 약 4천 명가량 됐다.
형식적이지만 새 정부가 박근혜 퇴진 촛불을 지지했기 때문에, 촛불의 주역이었던 노동자들도 새 정부와 곧바로 전투를 시작하기보다는 시간을 주고 좀 기다려 봐야 한다는 생각들이 적지 않다. 초기의 몇몇 조처들을 보면서 기대감 같은 것도 있는 듯하다. 문제는 운동 내 온건한 경향이 이런 기대감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첫 대중집회가 노동자 집회들이고 그 도합 규모가 수천 명이며, 이 집회의 주요 구호가 “지금 당장”과 ‘6·30 사회적 총파업 성사’이고, 주된 연대 단체들이 좌파들인 점은 앞으로의 전망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집회에서도 정부 비판에는 말을 다소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여러모로 봐도, 사기가 낮아서 그런 건 아니다. 출발점으로는 나쁘지 않다. 물론 앞으로 운동의 전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정치적 쟁점들이 많겠지만 말이다.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지금 당장 5·27 촛불행동 본대회 (오후 5시, 청계광장)
박혜신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노조 할 권리’를 위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꾸려진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이하 만원행동)이 27일 청계광장에서 ‘지금 당장 촛불행동’ 집회를 개최했다.
1천여 명이 참가했다. 6월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예고한 노동자들을 포함해 다수가 민주노총 노동자들이었다. 연단에서는 발언 다수가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주길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추진하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자들은 “지금 당장” 변화가 필요한 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히 폭로하며 새 정부에 요구하는 바를 밝혔다.
표정들이 밝았던 참가자들도 발언 하나하나, 발언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매우 경청했다. 이는 노동자들도 정권 초기에 기다려 보자는 말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생각이나 고민이 많다는 뜻 아닐까? 노동자들은 이 집회에서 기다리지 말고 투쟁하자는 발언에 매우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박수와 지지를 보냈다.
사회를 맡은 만원행동 최영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렇게 집회를 시작했다. “민주당 정부는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얘기한다. … 하지만 여전히 온전한 정규직화는 없다. 지금도 울산에서는 대량 해고에 맞서 싸우고 노조할 권리를 위해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한국 전체 노동자의 과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변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전교조 경기지부 박태현 조합원은 박근혜 정권의 온갖 탄압에 무릎 꿇지 않고 투쟁에 나섰듯이 새 정부 아래서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철회해야 하고, 실제로 할 권한이 있다. 해직자 복직과 전임자 인정도 당연한 조치이다. 그러나 문재인은 미적거리고 있다. 문재인은 후보 시절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비통한 마음으로 박근혜 퇴진을 선언했거나 지난 총선에서 온라인에 정치적 의견을 개진했던 조합원들에 대한 재판과 징계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다. 게다가 문재인은 교사들이 가장 실현되길 바라는 성과급과 교원평가 폐지를 약속하지 않았다. 우리가 바랐던 한상균 위원장 석방도 말이 없다. 문재인은 광화문 대통령임을 자처하며 당선됐는데 우리가 청산을 외쳤던 적폐를 외면하고 있다. … 정부의 당연한 조치들에 만족할 수 없다. … 문재인은 당선도 전부터 사드 안보, 성소수자 정책, 노동개악 등에서 나쁘게 후퇴해 왔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안명자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가리켜 “말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행동과 처우가 함께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에게 무기계약직이기 때문에 정규직이라고 한다. 우리는 무기계약직을 원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 처우 개선된 정규직을 원한다. … 누군가는 ‘문재인의 행보를 보면 조금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보다 그들이 우리의 실상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6월 30일 사회적 총파업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울산에서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이성호 조합원의 발언도 전화 통화로 들을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청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2015년부터 노동자 2만 명이 소리 소문 없이 해고됐고, 올해에는 하청 노동자 1만 명이 공장에서 쫓겨났다. 그나마 (공장 내에 있는)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에 시달리고,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 기본권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 촛불의 힘으로 문재인이 당선됐지만, 촛불의 약속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민주노총 위원장 최종진 직무대행도 이날 집회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문재인은 촛불 항쟁의 결과물로 당선했으니 촛불의 요구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촛불들과 함께 싸웠던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우리의 요구를 실현시켜 달라고 말할 자격이 있다 … 최저임금 1만원을 3년 뒤에 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적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 하라!”
집회 후 참가자들은 도심을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거리의 시민들을 향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알렸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5월 27일부터 6월 14일까지 광화문에서 농성을 할 계획이다. 스스로 싸워 목표를 쟁취한 촛불 운동의 교훈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한 투쟁이 더욱 전진해야 한다.
180만 사용자 이재용 만나자 5·27 상경투쟁(오후 2시, 인덕원역)
이재용에게 요구한다 "진짜 사장이 교섭하고 책임져라"
이정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5백여 명이 전국에서 상경해 이재용이 구속된 서울구치소로 행진하고 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삼성지회는 지금 협력사들과 임단협을 진행 중인데, 사측은 여전히 자신들은 '권한이 없다'며 버티고 있어 교섭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노조 만든 지 4년이 지났지만 이런 상황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한다.
삼성은 협력업체 사장들을 앞세워 노동자들을 쥐어 짜면서 책임은 외면해 왔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 삼성이, 삼성의 총수 이재용이 뒤에 숨지 말고 직접 교섭에 나와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180만 삼성 노동자 사용자로서 직접 교섭하고 노조 할 권리, 노동3권 보장”하라는 것이다.
협력사 사장들도 노동자 처우를 공격할 땐 사용자 지위를 적극 이용하면서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 권한이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해댄다. 최근 부천센터는 사장이 바뀌면서 노동자들의 근속을 인정하지 않고 단체협약 승계도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지역 곳곳에서 하청회사 사장들에 맞서서도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퇴진 운동에 빚을 진 문재인 정부의 등장과 이재용이 수감된 상황을 이용해 투쟁에 나서는 것은 현명한 계획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6월 30일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에 맞춰 하루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민주노총 김종인 수석부위원장은 6월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년 민주 정권 때 박수 치며 기다려 어떻게 됐는가? 비정규직이 늘고 정리해고로 노동자들이 잘려 나갔다. 가장 많은 노동자가 구속되고 자살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는 것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이다.
전교조 28주년 전국교사대회 (오후2시 서울 마로니에 공원)
“법외노조 철회, 노동3권 쟁취 등 적폐를 청산하라”
장한빛
5월 27일 대학로에서 전국교사대회가 열렸다. 전교조 교사 2천여 명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규모 노동자 집회를 열고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박근혜는 감옥 갔고, 전교조는 여전히 건재합니다”라는 자신감으로 집회를 시작한 노동자들은 법외노조 철회, 노동3권 쟁취, 성과급 폐지, 교육체제 개편 등 교육 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박근혜 하에서 법외노조로 몰렸던 전교조 교사들은 정권 교체를 너무나 기뻐했다. 그래서 행진하던 노동자는 “정권이 바뀌니 공기도 달라졌어요”라는 말로 그 기쁨을 표현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정권이 교체되었으니,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즉시 바로 잡히기를 원했다. “4일에 한번 꼴로 전교조 탄압을 회의한 정부와는 달라야 합니다.” 그 첫걸음은 당연하게도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철회일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박근혜 구속과 더불어 자동으로 폐기되고 철회되어야 할 첫번째 교육 적폐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 합법화 문제는 … 한 번도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하고, 총리 후보 지명자 이낙연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한다고 이 문제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법외노조 문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법외노조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7월 1일 또 16명의 전임자가 중징계와 해고를 당하게 된다. 그래서 전교조는 문재인 정부에게 “망설일 이유가 없다 ... 결단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박근혜 효과”, 몇 가지 개선 조처 등으로 정권의 초기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한편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일말의 기대감도 있는 듯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당면 행동 과제가 우파에 맞서 문재인 표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건지,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하며 행동하는 건지에 관해 생각들이 복잡한 것 같았다.
어찌됐든, 기다리며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오늘처럼 대중 집회를 열고 스스로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직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말고는 딱히 우파에 맞서 전교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응답을 문재인이 내놓은 것이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교조의 노동3권 요구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구의역 사고 1주기 추모 문화제 ‘너를 기억해’(오후 2시, 구의역)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재앙을 향한 질주를 멈추자
박혜신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김군이 전동차에 부딪혀 사망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 문제 해결의 길은 아직도 멀다.
그래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과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전국학생행진, 청년전태일 이하 청년·학생 단체들은 ‘생명안전주간기획회의’를 꾸려 김군의 죽음을 추모하고,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질 좋은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요구하기 위해 1주기 추모 문화제를 준비해 왔다.
구의역 사고 이후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해온 ‘지하철 비정규 노동자 사망 사고 시민대책위원회’도 문화제를 함께 주최했다.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문화제에는 서울도시철도노조, 서울지하철노조가 주요 대열로 참가했다. 젊은 노동자들의 참가가 눈에 띄었고, 햇빛이 뜨거웠는데도 참가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구호도 힘차게 외쳤다. 가던 길을 멈추고 경청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조상수 위원장은 “현장의 노동자들이 위험한 업무를 거부할 권리, 각 기업과 기관에서 장시간 노동과 위험의 외주화를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법률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만들기 공약을 지켜 온전하게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지하철노조 최병윤 위원장은 서울시의 불철저한 대처를 비판하고 새 정부에 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안전 업무직’이라고 하는 무기계약직이 도입됐지만, 임금과 근로조건에 각종 차별이 존재한다. 그래서 연내에는 용역 비정규직을 직고용하고, 기본적으로 동일한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자고 서울시와 합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서울시는 온전하게 정규직화 하는 것은 서울시 권한 밖이라고 얘기한다. 새로운 정부는 잘못된 정책, 적폐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그 중심이 돼야 할 것 중 하나는 안전이고, 또 하나는 비정규직과 잘못된 노동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의역 사고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하는 윤지영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조사 과정에서] 서울시가 업무를 중요 업무와 부수 업무로 나누었음을, 안전 업무는 부수 업무에 들어가 있었음을, 그 안전 업무를 맡는 노동자들에겐 저임금이 강요되었음을 … 시민들의 안전을 이렇게 치부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화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구의역 9-4번 승강장에 헌화하며 김군의 죽음을 애도했다.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재앙을 향한 질주를 멈춰야 한다. 한국은 OECD에서 산재사망률 1위 국가다. 매년 2천 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사망하고, 지난해에도 (공식 통계에 의하면) 1천7백77명이 사망했다. 김군 죽음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삶은 제대로 바뀌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의 대책은 진정한 ‘재발 방지’ 대책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서울시는 물론이고, 정부가 나서서 온전한 정규직화, 인력 충원, 외주화 금지 등을 시행해야 한다.
촛불들의 만원 버스킹 (오후 2시 30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하라!
연은정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청소노동자-대학생 공동행동이 공동 주최한 ‘촛불들의 만원 버스킹’에는 약 8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 다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해 당장 1만원으로 인상하고, 무기계약직 같은 반쪽짜리가 아니라 진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오늘 행사는 여러모로 최저임금 1만원이 촛불의 염원임을 보여 줬다.
또한, 촛불 운동이 박근혜를 파면시키고 진행된 대선 이후 처음으로 거리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바꾼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비록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참가자들은 표정들이 밝았고 활기찼다. 동시에 여기서 만족할 수 없고 더 나아가야 한다는 정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자 발언자들은 새 정부 아래서도 노동자들이 단결해 투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 진정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노동자들은 크게 박수를 치거나 “맞습니다”, “옳소” 소리 높여 외쳤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사진을 찍는 청년과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 이연수 분회장은 명색이 국립대 병원인 서울대병원이 메르스 사태 당시 “정규직에겐 마스크를 지급하면서 비정규직에겐 어떤 대책도 준비하지 않았다”며 현실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원청 사용자성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SK브로드밴드 김수복 활동가는 재벌 원청 사측의 무책임을 규탄했다. “회사는 우리더러 가족이라더니 2014년에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우리를 개인 사업자라며 임금 보전을 해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학생들에게도 최저임금 1만 원이 절실하다. 대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에 허덕이며 저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와 학점 경쟁에 시달린다. 노동계급 청년일수록 더더욱 그럴 것이다. 성공회대 백승목 총학생회장이 “청년들의 삶이 노동자들의 삶이고, 우리의 삶”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연세대분회 이경자 부분회장은 문재인 정권의 최저임금 공약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지금 당장”을 강조했다. “우리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우리가 일한 만큼 돈을 받아야 합니다. 관절에 병이 나게 일해도 저축은 꿈도 못 꿉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은 [너무 늦습니다], 왜 지금 당장 안 될까요? 재벌은 매년 돈잔치, 우리 노동자들은 항상 나중이고, 회사 사장이나 총장들도 나중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나중은 무의미합니다.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이] 필요합니다.”
한편, 사회를 본 은수미 전 의원의 언행은 실망스럽다. 은수미 전 의원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1만원을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한 이화여대 학생이 “국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면 된다]”고 반박해 노동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은수미 전 의원은 즉각 “지원 못 한다”고 답했다.
초빙 사회자가 주최측의 행사 취지를 부정한 것이다. 민주당 안에서도 친노동 개혁파 정치인이라는 은수미 전 의원이 노동자 행사에서 보인 이 무례함이야말로 문재인 표 ‘노동’ 개혁의 본질과 앞날을 보여 주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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