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한중대, 대구외국어대 폐교 절차 돌입:
문재인 정부는 “부실” 대학 퇴출 말고 국공립화하라

교육부가 한중대와 대구외국어대 폐쇄를 위한 사전 절차에 들어갔다. 6월 18일까지 지적 사항을 개선하지 않으면 9월까지 학교 폐쇄 명령을 할 예정이다.

한중대와 대구외대는 부실한 재단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겪어 왔다. 한중대는 2004년 감사에서 설립자인 전 총장이 수백억 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교직원 임금 체불도 3백억 원이 넘는다. 대구외대는 대학 설립 인가를 위해 필요한 기본 수익 재산 요건조차 갖추지 못해 지적을 받아 왔다.

이 대학들의 위기가 심한 데는 정부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한중대는 2004년 설립자의 부패가 드러난 이후 관선 이사가 파견됐지만 대학의 부패와 부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대학 정원과 대학의 수를 줄이는 방향의 구조조정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고,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하위권 대학들을 퇴출시키는 방향을 강화했다. 이명박 정부는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을 발표하며 대학들을 압박했고, 박근혜 정부는 최하위 평가를 받은 대학들의 재정지원사업을 제한했다. 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도록 제재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런 정책에 따라 한중대와 대구외대는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게 됐고, 신입생 충원률이 더욱 떨어지면서 부실은 악화됐다.

정부의 구조조정 하에서 소수의 상위권 대학에는 정부의 지원이 몰린 반면 하위권 대학들의 재정난은 더욱 심해졌다. 지방 대학들은 노동계급 자녀들이 많이 갈 텐데 이런 대학들이 폐교될수록 노동계급 자녀들의 고등교육 기회는 제한될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은 교육에서 계급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인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배경에는 대학 진학률을 낮춰 청년들의 일자리 “눈높이”도 낮추려는 기업주들과 정부의 의도가 있다.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정책 때문에 죄 없는 학생과 교직원 등 노동자들만 고통받고 있다.

고통

한국 같은 학벌 사회에서 부실대학으로 찍힌 대학의 구성원들은 큰 모멸감을 겪어야 한다. 정부는 폐교된 대학의 학생들이 주변 대학에 편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 과정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믿기도 힘들다. 이전에도 교육부가 같은 대안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편입학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2011년에 폐교된 명신대와 성화대에서는 각각 31.3퍼센트, 51.6퍼센트의 학생만이 편입학을 선택했다.

한중대 손민석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고통에 아무런 고려가 없는 교육부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저희 학교는 재학생이 7백 명이 넘는데 그중 4백 명가량이 간호학과예요. 간호학과는 유사학과가 없어서 인근 대학으로 편입을 한다고 해도 온전히 편입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제가 교육부에 물어봤을 때도 확답을 주지 않았어요.

“설사 편입을 하더라도 학생들은 폐교된 학교에서 왔다는 주변 학생들의 시선 등을 감당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가 공립화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러 학생들이 공립화를 위한 걷기 대회에 참가하거나 서명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받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교수와 직원 등 노동자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폐교됐을 때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생긴다.

대학 부실의 책임은 학생과 교직원이 아니라 재단과 정부가 져야 한다. 재단 자산을 몰수하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공공적으로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 그것이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 구성원들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일 뿐 아니라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등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대학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공영형 사립대학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대로라도 한중대, 대구외대를 폐교하지 말고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부실” 대학을 폐교할 것이 아니라 국공립화해야 한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