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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의 RFID 출입 통제 시설 도입 논란
노동자 감시·통제용으로 쓰여선 안 된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엉망진창이었던 방역 관리의 책임을 떠넘기려고 ‘문병 문화’를 탓한 바 있다. 올해 3월 정부는 ‘병문안객 통제시설’을 설치하고, 보안인력을 지정·배치하는 병원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심사시 가산점 3점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 중심으로 ‘병문안객 통제시설’을 설치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료원도 지난 3월부터 전체 병동에 23개의 인증 시스템 출입문과 3백28개의 출입 통제 단말기를 설치했다. 6월부터는 직원들과 병원 이용자의 출입기록이 남기도록 각자 발급받은 RFID(무선인식)카드를 통해 병원을 출입하도록 시범 운행 중인데, 조만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번 출입관리 통제시스템 설치 비용은 서울시가 지원했다.

서울의료원의 이런 조처에 대해 노동자들은 병원 측이 이 통제시스템을 노동자 감시·통제용으로 사용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음압격리실이 병동과 분리돼 있고, 환자안심병동(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을 시행하고 있어서 굳이 많은 곳에 출입통제 단말기를 설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병문안객을 통제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비상계단과 외부인 출입이 없는 곳까지 단말기를 설치하는 것은 병원 측이 RFID를 통해 직원들의 일상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요.

“서울의료원은 공공부문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눈에 보이는 부문에는 투자를 하지만 정작 병원노동자들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오랫동안 비정규직에게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임금을 지급해 왔고,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려고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다시 비정규직을 쓰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황당한 것은 경비를 절감한다며 직원들 유니폼을 한 벌 씩만 지급해 제대로 빨아 입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예요.

“서울시도 공공부문 평가를 할 때 경영효율화만 볼 것이 아니라 공공병원으로서 기능을 잘 수행하는지 관리 점검하고 예산을 지원해야 합니다.”(김경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 분회장)

김경희 분회장의 말처럼 병원 내부 감시가 일상화 된다면 노동자들이 받는 압박이 커져서 환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RFID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04년 ‘함께하는시민행동’은 관련 보고서에서 "RFID는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 또 다른 `빅브라더'가 될 가능성이 높아 이 위험성을 알리는 측면에서 `전자태그'아닌 `전자추적표'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정보통신부는 태그 내 개인정보를 기록하는 것은 법률적 규정이 있거나 정보주체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는 경우 외에는 금지하고 있으며, 동의를 얻기 전에 개인정보의 기록목적, 이용목적 등을 고지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았다.

따라서 서울의료원은 RFID 사용을 의료 목적(감염 경로 확인 등)로만 한정해서 사용할 것을 분명히 해야 하며, 정보수집에 대한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무시할 경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는 “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자 통제와 감시를 우려하는 새서울의료원분회의 요구는 정당하다.

메르스 사태의 진정한 교훈은 감염병 예방 관리를 위해 공공의료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병원노동자들 처우 개선, 보호자 없는 병동 확대, 규격화된 음압격리병실 보급 국가지원, 응급실 및 응급실 내 감염병과 비감염병 별도 진료구역 설정, 전담인력 배치 등도 꼭 필요하다.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공공병원 기능 강화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