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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저임금 결정:
비교적 많이 인상됐지만, 표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16.4퍼센트 인상해 시급 7천5백30원(월급 1백57만 3천7백7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시급은 1천60원, 월급은 22만 1천5백40원 인상되는 것이다. 이번 결정의 직접적 영향으로 임금이 오를 사람은 4백63만여 명이라고 한다(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기준 23.6퍼센트에 해당).

이번 결정은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이라는 보도들이 보여 주듯이 비교적 많이 인상됐다는 점, 그리고 문재인의 2020년 1만 원 공약 이행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꽤 주목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1만 원 요구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지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사용자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보수 언론은 ‘도미노 인상 우려’, ‘중소기업 도산 우려’ 등의 말을 쏟아 냈다. 이들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의 전체 이윤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직접 대상자 외의 노동자(공무원과 공공기관, 대기업 신입사원 등) 임금에도 어느 정도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겠지만, 이들의 이윤이 줄면 그 손실의 일부는 다른 자본가들에게로 전가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거나 하청을 준 대기업들은 점주나 하청 기업의 수익 감소를 나눠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지면 건물 임대업자들의 임대료 수익도 줄 수 있다.

이처럼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계급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다 보니, 대기업의 횡포에 상당한 불만을 느끼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주들이 대기업들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는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탓에 곧장 기업들이 죄다 파산하거나 일자리가 대폭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과장이다. 그래도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고용을 줄이려 할 수 있다. 일부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도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용이 줄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일부 소상공인들이 도산해 실업자가 되는 문제에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면 된다.

사용자들은 추가 비용이 발생해 이윤이 줄겠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필요에 비춰 보면 최저임금은 여전히 부족하다. 1인 가구 표준 생계비(2백15만 원)에도 못 미친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상당수는 가계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므로, 1백6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2008년 이래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억제돼 왔고,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도 6.4퍼센트에 불과했다.

사용자 단체들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대폭 인상돼 왔다고 엄살부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임금의 최저수준’인데, 한국의 최저임금은 여전히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사용자들의 반발과 부담을 완화해 줄 대책을 곧바로 내놓았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30인 미만 기업에 3조 원가량의 최저임금 초과인상분(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의 초과분인 9퍼센트)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 외에도 영세 상인들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 상가 임대 보장 기간 연장 등의 조처들도 내놨다.

한편 정부가 사용자들의 반발을 이유로 이후 주휴수당 등 급여 외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항목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거나 업종별 최저임금을 도입하는 등 제도 개악을 추진할 우려도 있다. 이런 제도 변경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대폭 줄이는 효과를 낸다. 최저임금위원회의 한 공익위원은 〈중앙일보〉에 정부가 이런 방침을 가지고 있다며 인상률 수용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아쉬운 대응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 요구가 “대통령의 공약에 가로막”혔다며 “역대 최대수준의 인상률이라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매우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최저임금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대통령의 공약 실행을 위해 노동자위원들에게 들러리가 되기를 강요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노동자위원 측이 문재인의 공약을 대폭 상회하는 액수를 고수하면 표결에서 지지하지 않겠다며 압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위원들은 사용자 측 요구안이 가결될지 모른다는 압력을 크게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양대노총의 노동자위원들이 거듭 양보안을 내놓은 것은 아쉽다. 민주노총 성명이 지적하듯, 이번 인상률은 거듭 양보한 “노동자위원의 안이 가결된 결과”다. 사실상 노동계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수용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 이보다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며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총과 좌파단체들이 문재인의 최저임금 공약이 불충분함을 비판해 왔듯이 말이다.

사실 양대노총 노동자위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탈퇴했던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를 결정했을 때, 요구 후퇴 압박만 더 커질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한편, 〈한겨레〉는 “노동자 쪽 위원이 적극적으로 소상공인·영세업체 대책을 요구”한 것을 칭찬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최저임금 운동을 재벌 대기업에 맞선 ‘을들의 연대’로 이끄는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첨예한 이해관계 충돌 속에서 중소기업과 영세 상공인 대다수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때 〈한겨레〉 같은 자유주의 언론은 노동자들에게도 지금 당장 1만 원으로 올리라는 과도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따라서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계급을 초월하는 ‘을들의 연대’를 강조하기보다 최저임금과 다른 노동자들의 중요한 요구들을 결합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행동에 나서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강력한 힘을 보여 주는 것이 노동자들의 요구 성취에도 이로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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