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성교육표준안 폐기 요구 16,698명 서명 제출:
“학교성교육표준안 즉각 폐기하고 다양하고 포괄적인 성교육 실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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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월 30일)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폐기를 위한 16,698명 서명 제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초등성평등연구회, 포괄적 성교육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한국여성민우회, 장애여성공감 등이 주최했고, 기자회견문에는 주최 단체를 포함해 총 60개 단체가 연명했다. 노동자연대와 노동자연대 교사모임도 함께했다.
2015년 정부가 발표한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성교육 표준안)은 현실에도 맞지 않거니와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성소수자는 아예 없는 셈 치는 등 문제가 많아 꾸준히 비판 받아 왔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거나, 성폭력을 막기 위해 “친구들끼리 여행 가지 않”거나 “가급적 알바를 하지 않는다”는 등 누가 봐도 코웃음 칠 내용투성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은 우익들의 반발로 완전히 빠졌다. 이런 성교육 표준안을 만드는 데에 6억 원이나 들었다니 기가 찰 뿐이다.
비판이 거세자 교육부는 몇 차례 성교육 표준안을 수정하고 웹사이트에서도 내렸지만, 성교육 표준안은 크게 바뀐 것 없이 올해 3월 각 시도교육청에 '가이드라인'으로 배포됐다.
얼마 전 우익들이 위례별초등학교 교사들의 페미니즘·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을 문제 삼으며 “국가의 성교육 표준안을 따르지 않는다”고 공격한 것 자체가 성교육 표준안이 왜 폐기돼야 마땅한지 보여 준다.
김성애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성교육 표준안이 “남녀칠세부동석의 세련된 버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성교육 표준안이] 교사들에게 대체 어떤 도움을 주고 있습니까? 오히려 대구, 경기에서 우익들이 선생님들의 신상을 털고, 집단 민원을 넣고,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며 괴롭히는 데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성적 다양성을 얘기할 수 있고, 나아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워 가겠습니다.”
현재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재검토의 폭과 수준이 정해지진 않았다.
박현이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활동가는 2015년의 성교육 표준안은 즉각 폐기되고 새롭게 성교육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혐오자들이 공격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2015 성교육 표준안은 즉각 폐기해야 합니다. 인권과 성 평등에 기초한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고 성평등한 학교 환경을 구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부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포괄적 성교육을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1백 일 동안 모은 성교육 표준안 폐기 1만 6천6백98명의 서명은 교육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기자회견문]
학교성교육표준안 폐기 요구 16,398명,
정부는 인권의 요구를 들으라!
2015년 3월 교육부는 연령대별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6억 원을 들여 ‘국가수준의 학교성교육표준안’을 개발해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표준안의 내용은 차별과 반인권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자위’와 ‘야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는가 하면, 성폭력의 원인과 대처방안에 대해 피해자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여 기존 가해자 중심의 성차별적 가치관을 고착시켰다. 성적지향 용어사용을 금지하고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라는 지침은 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성소수자 학생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표준안은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인권의 기준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UN인권위원회 교육권 특별보고관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결정할 권리를 가지므로 포괄적인 성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성교육에 대한 국제기술지침에서도 교육과정에 인권, 평등, 존중, 관용의 원칙 아래 차별금지, 평등과 성역할, 성적다양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성교육표준안은 국제사회의 권고를 조금도 참고하기는커녕 자기 잣대로 성소수자 차별을 방관하고 타인의 성적고민을 모욕하는 학교문화를 만들 가능성만 제시했다.
성교육표준안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점증하는 혐오와 차별의 기류를 조장할 소지가 컸다. 표준안은 성차별과 성소수자 혐오가 점증하는 가운데 혐오와 차별선동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되었다. 반인권적이고 성차별적인 표준안이 이후 지역 학생인권조례 제정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인권과 평등을 지향하는 지역사회와 학교의 노력에 발목을 잡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빗발치는 시민사회의 반발에 교육부는 가치중립을 변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성폭력의 원인과 예방은 일반적인 인식을 따른 것이고, 성소수자는 일반적이지 않아 표준안에 넣지 않았다는 논리야말로 편협한 성적 보수주의의 논리이다. 가치중립을 내세우는 교육부의 태도는 어떤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는다는 태도이고, 어떤 것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성차별적 가치관을 인정함으로써 성폭력을 용인하는 것이고, 성소수자가 비정상이라는 입장을 전제함으로써 따돌림과 괴롭힘에 시달리는 성소수자 청소년을 성적 일탈자 취급하고 사회에서 삭제하는 것이다. 성교육 표준안이 표방하는 가치중립은 애초에 인권을 배제하고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함으로써 기존의 성적 위계와 성차별적 구조를 재생산할 뿐이었다.
학교성교육표준안을 제시한 2015년과 지금의 인권환경은 확연히 달라졌다. 새 정부는 적폐 청산과 누구의 인권도 배제되지 않는 민주주의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거대한 바람이 만든 변화였다. 적폐청산과 인권의 위상강화 과제를 안고 있는 정부에게 성교육표준안 폐기는 당장 실행해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장은 묵묵부답이다. 아니, 지금의 정부는 작년 6월 빗발치는 비난에 공개된 표준안을 삭제하고 공개 거부한 이래로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모른 척 입을 닫고 있을 것인가. 현실을 외면하고 도덕적 가치를 강요하는 성교육은 청소년들에게 하등 도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의 적폐를 승인하고 재생산할 뿐이다.
이에 학교성교육표준안 폐기를 요구해온 우리들은 올 상반기 동안 성교육표준안 폐기와 성평등 기반의 성소수자 인권친화적 교육을 요구하는 서명을 전국적으로 진행했다. 서명에 참여한 전국 16,398명의 시민들의 요구는 간명하다. 차별을 재생산하는 국가수준의 학교성교육표준안을 폐기하라. 청소년 시기 경험하는 다양한 성적고민에 귀 기울이며 진행할 수 있는 인권 기반의 성교육을 마련하라. 성교육표준안 폐기는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폭력과 차별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의 책무이다. 서명에 참여한 시민사회의 요구는 국가에 변화의 의지를 요구하는 그 시작이다.
이제 정부는 인권의 요구를 들으라. 성교육에 가치중립은 없다.
학교성교육표준안 폐기하라!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장! 인권 기반의 반차별 성교육을 실시하라!
2017년 8월 30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레주파, 무지개인권연대,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사) 신나는센터, 언니네트워크,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정의당 성소수자 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광주인권지기 활짝,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 교사모임, 녹색당,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서울인권영화제, 원불교인권위원회, 이리여고 인권동아리 마중물, 인권교육온다,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 모임 ‘샘’,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인권영화제, 장애여성공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인권연대 추진단, 초등성평등연구회,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한국다양성연구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