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새 대북제재 결의 채택:
제재 강화는 북한 민중만 고통에 몰아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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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섬유·의류 제품 수출을 금지하고 대북 원유·정제유 공급의 총량을 제한하는 새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그 명목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의와 기존의 유엔 대북 제재를 더하면 2016년 기준 북한 수출의 약 90퍼센트가 차단되고 북한 유류 공급의 30퍼센트가 막힐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우익 언론들은 대북 제재 강화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도움이 된 돈줄을 확실히 끊어 버리자는 얘기다.
그러나 대북 제재 강화로 인한 피해는 거의 대부분 평범한 북한 노동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당장에 섬유 수출이 막힌 기업들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생계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유류 공급 제한에 따른 물가 인상은 노동자·서민의 삶을 압박할 것이다.
유엔 대북 제재 강화로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취업길도 크게 좁아질 것이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고용 계약은 앞으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규 고용이 사실상 막히고, 기존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도 계약 연장이 어려워질 것이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북한 노동자 수만 명이 중국 노동자 임금의 절반 정도만 받고 일하며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는데, 이마저도 앞으로 어렵게 됐다.
도대체 누구를 겨냥한 제재인가? 김정은인가, 북한의 평범한 민중인가.
대북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서, 북한 핵개발 능력 향상을 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마저도 이번 유엔 대북 제재가 얼마나 영향을 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대북 결의안 초안에 경제 봉쇄 수준의 제재 계획을 제시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그 수위를 낮춰야 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한·러 정상회담에서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 달라는 문재인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주요 대북 원유 공급자다. 중국도 북한에 비핵화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북한 경제를 완전히 봉쇄하는 것은 여전히 반대한다.
테이블 위에
트럼프 정부는 중국·러시아가 북한의 석탄 밀수출을 묵인하는 등 유엔 대북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래서 트럼프는 이번 제재는 작은 진전일 뿐, 앞으로 벌어질 일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 차관보 마셜 빌링슬리는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국과 공조하겠지만, 미국이 독자적으로도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무부 장관 므누신도 중국이 제재를 준수하지 않으면 “미국과 국제 달러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을러댔다.
의회를 비롯해 미국의 일부 지배자들은 중국, 러시아의 동의 여부에 연연하지 말고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라고 트럼프 정부에 촉구한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대형 은행들을 제재하라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를 압박하며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과 군사 행동 카드를 여전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대북 제재 강화에 적극 협력한다. 오죽하면 대선 당시 문재인을 지지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히 아베처럼 돼 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을까.
청와대는 과거 중국이 일시적으로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한 덕분에 이후 북한이 협상장에 복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주장이 아니다. 정반대의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당시 북한은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 압력이 아니라 미국한테 금융제재 해제 약속을 받고 6자회담에 복귀했다. 즉, 제재 강화가 아니라 일시 긴장 완화가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한 것이었다.
반대로, 제재 강화는 북한 측의 반발을 불러 더한층 긴장을 높이는 결과를 낳은 적이 더 많았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의 발단도 그전에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북한 계좌를 막아 버린 일이었다.
이번에도 그리 될 수 있다. 제재 결의 직후 북한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만들 것”이라며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은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고 밝혀,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암시했다.
전술핵
분명 군사적 옵션은 트럼프 정부에게도 위험한 선택일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적어도 동맹국 한국이 불바다가 되고 주한 미국인들이 대거 희생될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는 제재 강화와 함께 대북 군사 압박 수위도 높여 가고 있다. 북한 핵실험 직후 한·미 국방장관들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한·미 연합 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배치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는 9월 초 미사일방어체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대북 대응 계획을 미 의회에 설명했다고 알려졌다.
미국 지배자들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일 삼각 협력을 더욱더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많다. 군사정보 공유를 넘어 한·미·일 군사훈련 강화로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미국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는 한국 우익만의 요구였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의 핵전략이 변하면서, 미국은 아시아에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백악관이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 존 매케인이 전술핵 배치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으로선 북한 핵무기에 자극받아 한국과 일본에서 독자 핵무장론이 고개를 쳐들지 못하게 단속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그에 상응하는 안전 보장 조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검토하겠다’는 수준이지만, 나중에 전술핵 배치가 진짜 추진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미국의 핵무기 전진 배치는 중국, 러시아의 반발을 부르며 핵군비 경쟁의 소용돌이를 불러올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문재인은 7일 아베를 만나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한·일]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과거사 문제는 “안정적으로 관리”하자면서 말이다. 박근혜가 남긴 적폐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은 어느새 흐지부지되고 있다.
문재인은 7일 경찰력을 대거 동원해 사드 발사대 4기를 성주에 배치했다. 문재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강변했지만, 왜 성주 주민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 타깃이 돼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성주에 배치한 후, 국방부 장관 송영무는 SM-3 요격 미사일 등을 도입해 다층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전반적인 미사일방어체계 구상에 더한층 높은 수준으로 협력하겠다는 얘기다. 그것도 고가의 미국 무기와 군사기술을 수입해서 말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이고 한·미·일의 군사력 강화와 동맹 강화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더욱더 심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이런 조처들은 모두 미국이 중국 등 경쟁 제국주의 국가들을 견제하려는 노력과 연동돼 있다.
지배자들은 “공포의 균형”으로 평화를 지키자고 하지만, 자본주의 역사에서는 그런 시도가 진짜 전쟁의 공포로 돌변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게다가 트럼프 집권 후 세계 자본주의 질서의 불확실성은 더욱더 커진 상태다.
“공포의 균형” 속 아슬아슬한 평화에 만족할 게 아니라, 불안정의 근원인 제국주의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