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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금속노조 임원 선거:
임금 양보 통한 ‘일자리 연대’를 공약한 후보들이 출마하다

금속노조 임원 선거가 한창이다. 아쉽게도 좌파는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 기호 1번(남택규-강오수-김성열)은 ‘전국회의’가, 기호 2번(하상수-조성욱-강봉진)은 ‘현장실천연대’가, 기호 3번(김호규-신승민-황우찬)은 ‘전국현장노동자회’가 각각 내세운 후보 조다.

이번 선거는 금속 노동자들이 자동차·조선업의 위기 속에서 조건 후퇴를 압박 받고 있는 상황,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지 6개월째 되는 상황에서 치러진다. 노동자들 사이에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적잖이 형성돼 있지만, 최근 문재인의 지지율이 10퍼센트가량 떨어진 데서 보듯 그 기반이 튼튼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는 사드 배치, 대북 강경 노선, 정규직화 없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등으로 노동계급 대중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속노조 차기 집행부는 노동자들의 고용·임금·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에 대해 기호 1번과 기호 3번이 제시하는 공약은 제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을 내놓고, 사회적 교섭(과 산별 교섭)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 임금 삭감 등의 고통을 주는 구조조정에 대응해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각 현 금속노조 김상구 집행부와, 현대차지부 박유기 집행부를 배출한 세력으로 지난 2년간 이런 방향으로 금속노조를 이끌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는 노동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설득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것이 뻔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사회적 대타협도 바로 양보 압박의 일환이다.

그동안 금속노조가 제시한 제조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은 일방적 해고를 반대한다거나 하청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그럼에도 노조가 산업 정책을 마련하는데 매달리다 보면, 국제적 산업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들도 임금을 양보해야 한다거나 노동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등의 압력을 받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더구나 투쟁보다 협상이나 대화를 우선하게 되면, 기층 노동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계급 세력관계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가 어렵게 된다.

이런 방향에서는 기호 2번에게서도 별다른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이 주되게 내세운 경제 민주화, 산업정책 수립, 산별교섭 강화 등의 공약이 그렇다.

세 후보들은 핵심적으로 일자리 나누기, 연대임금 전략을 내세우기도 한다. 기호 1번 남택규 후보는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해서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 1년에 한 번씩 임금 인상분을 [내놓으라고] 조합원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기호 2번 하상수 후보는 사측이 강요하는 ‘신임금체계’, 이중임금제를 비판했지만, 노동시간 단축 시 임금 삭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스스로 [장시간 노동 관행을] 바꿔야 한다. 잔업·특근에 매달리지 말고 소고기 먹을 거 돼지고기로 낮춰서 먹으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기호 3번 김호규 후보도 “금속노조가 드디어 임금 인상이 아니라 임금체계 문제를 고민하게 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차이를 줄이는 것이 “산별노조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전체 임금 몫을 늘리기 위한 임금 인상을 제쳐 두는 주장은, 결국 노동자들끼리 임금을 나누자는 일자리 나누기의 일환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조차 노동자들이 그 책임을 짊어질 이유가 없다. 자동차 산업의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는 정부의 사드 배치, 자본가들이 추구해 온 끊임없는 생산 경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선업도 정부와 사용자들의 맹목적인 이윤 추구, 그 속에 뿌리 박힌 부패, 낭비, 비효율이 결합되면서 위기의 씨앗을 키워 왔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일자리 연대나 사회적 교섭보다는 노동자들이 위기에 책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임금, 노동조건, 고용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건설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한국지엠이나 중소조선소 같은 위기의 기업을 국유화해 정부가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안이 필요하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

이런 투쟁을 강화해 나가는 데서는, 노동자들의 단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올해 금속노조 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들 - 기아차 노조 분리, 판매연대노조(자동차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성한 노조)에 대한 금속노조 가입 보류 등 – 이 잇따랐기에, 진지하게 평가와 교훈을 이끌어 낼 과제가 있다.

그런데 세 후보 조의 공약에서는 하나같이 이런 평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얼마나 이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정책 토론회에서는 세 후보 조 모두 노조분리, 판매연대노조 가입 보류에 유감을 표명하기는 했다. 금속노조 규약에 의거해 판매연대노조를 즉각 끌어안아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기호 1번 남택규 후보와 기호 3번 김호규 후보가 내부적 “갈등”과 혼란을 들어 단호하게 지도부를 비판하기를 꺼려 했다. 그 자신이 배출한 집행부가 1년째 노조 가입을 유보시켜 그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준 만큼, 책임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앞서 자성적인 평가를 내놔야 마땅할 텐데 말이다.

1사1노조에 관해서는 기호 3번이 단체협약 효력 확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런 제안은 “새로운 발상”이기는커녕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얘기다. 그동안 이런 주장을 펴 온 이들이 정작 자기 사업장에서는 노조 분리를 획책하거나 비정규직에게 노조의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던 게 진정한 문제일 것이다.

지금 금속노조 지도부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일부 지도자들의 연대 파기를 분명히 비판하며 그에 합당한 징계를 내리고, 단결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 속에서 원하청 단결을 구축하기 위한 기층 활동가들의 노력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호 2번 하상수 후보는 금속노조의 1사1노조 방침이 “비정규직 단위의 주체적인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면서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노조 분리는 문제지만, 사실상 통합 자체가 과연 올바른 것이었느냐고 물음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입장으로는 기아차 노조 분리 사태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아차 노조 통합은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의식을 발전시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이런 점을 보지 않고 1사1노조 방침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가면, 기아차 노조 분리로부터 올바른 교훈을 도출하기가 요원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