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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노동자대투쟁 30년 기념 정의당 토론회:
민주노총에 쏟아진 우경화 압력, 그러나 설득력은 없었다

9월 2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1987년 7·8·9 노동자 대투쟁 기획토론회-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무엇을 할 것인가” 제하의 토론회가 열렸다. 정의당과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미래정치센터가 주최했다.

1부에서는 최근 정의당에 입당해 “노동이 당당한 나라” 본부장을 맡은 김영훈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정의당의 노동 비전을 발표했다. 2부에서는 노중기 한신대 교수와 장석준 미래정치센터 부소장이 발표하고 노동운동 내 여러 활동가들과 지식인들이 토론자로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김영훈 본부장은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활동들을 강조했다. 향후 개헌 정국에 대응할 노동헌법쟁취공동행동(가)을 제안했고, 비정규직 대상 사업(상담과 조직화)을 강화하자고 했다.

김영훈 본부장은 노동자 당원들이 이런 활동에 앞장서 “노동 중심성을 실현”하자고도 했다. 민주노총이 “노조 할 권리”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건설하려는 시점에서 이런 입장은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비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의당의 행보가 대선 때 노동자들에게서 받은 지지에 비춰 여러 가지로 아쉬웠던 점을 고려하면 반가운 입장이다.

물론 경제 상황에 비춰 보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장밋빛이기만 할 리가 없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비전은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친자본주의 개혁 정부로 분명히 규정하고 노동운동의 정치적 독자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2부 토론이 이 부족한 점을 채워 주길 바랐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보다는 발표자 2명(노중기, 장석준)과 토론자들 다수가 주로 민주노총 현 집행부의 상대적 좌파성 비판에 집중했다. 이는 발표자와 토론자 총 9명 중 좌파 활동가가 2명 밖에 없었다는 패널 구성상의 불균형 탓도 있었을 것이다.

노중기 교수는 민주노조 운동이 조합주의(경제주의를 가리키는 듯)에 빠져 있고, 이 때문에 사회적 영향력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할 산별노조가 투쟁을 미루니 별 수 없이 민주노총이 이를 받아안아 “뻥 파업”만 남발한다고 비판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었지만, 노 교수의 대안은 투쟁성 강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민주노총이 투쟁 조직화 그만하고 노동운동의 ‘내셔널 센터’(전국적인 지휘부)로서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 교수(노무현 정부 시절에 노사정위원회 참가에 부정적이었던)는 문재인 정부 아래서는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민주노총 현 집행부를 비판했다.

노 교수의 근거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고 있고 “촛불 항쟁”의 여파라는 것이다. 노 교수는 2000년대 중반에 (사회적 대화를 추진한) “민주노동당 다수파의 민주대연합” 노선을 “2중대 노선”, “개량주의”라고 비판했는데, 지금의 노사정위원회 노선과 어떻게 다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노 교수가 비전으로 내놓은 “비정규노동 중심의 사회연대체제 구축”이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가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충분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노동귀족”론

장석준 부소장은 노동시간/소득/자산의 “재분배”를 통한 계급 내부 격차 줄이기를 노동의 과제로 내놓았다. 장 부소장은 임금총액 감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조건을 달지 않았다. 장 부소장이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가 임금을 양보하는) 사회연대전략을 지지해 온 점에 비춰 보면, 이는 사실상 임금 총액이 줄어드는 노동시간 단축과 보편 증세(노동자 증세) 등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셈이다.

장 부소장은 “[한국 노동 운동/정치가] 성숙의 시간을 허용받지 못했다”며 후발 주자인 한국 노동정치가 후진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후발 자본주의 나라의 노동자 운동은 서유럽 노동운동이 걸어간 뒤를 그대로 좇아야 한다는 얘기다. 혁명이나 급진적 개혁은 미래의 일이고, 초보적인 복지국가(“사회국가”) 이루기나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서도 불균등·결합 발전이 적용된다는 것은 20세기 전반부에 러시아 혁명이 독일 등 더 선진적인 나라들의 혁명을 고무한 것으로 이미 입증됐다.

장 부소장의 단계주의 발전 개념은 그가 현실의 노동운동과 계급정치에 10년 전보다 더 냉소적으로 된 것을 반영하는 개념인 듯했다. 그는 또한, “민주노총이 발의[해도] 민주노총이 아닌 사람들이 참가했을 때 힘이 발휘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동운동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뿐더러, 싸워 봐야 독자적으로는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토론자인 양동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지난해 박근혜 퇴진 운동의 도화선이 된 노동개악 저지 철도노조 파업 등을 예로 들어 장 부소장의 견해를 반박했다. 그러자 장 부소장은 “철도노조 파업은 안녕들하십니까 자보 운동을 통해서[야] 사회운동이 됐다”고 냉소적으로 답했다.

양동규 위원장은 2016년의 74일간의 파업을 예로 든 것인데, 2013년 사례로 답한 것은 지난해 파업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듯 취급한 것으로, 노동자 투쟁에 별 관심이 없음을 드러낸 답변이었다. 게다가 문제의 2013년 파업만 놓고 봐도 인과관계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철도 파업이 (박근혜 초기에 주눅들어있던 청년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지 않았다면, 대자보 운동이 벌어졌을까? 반대로 대자보 운동이 먼저 벌어졌다면, 그것이 철도 파업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또는 그런 사회적 파급력을 낳을 수 있었을까?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장 부소장의 견해는 본말전도에 불과하다.

장 부소장은 발표에서 청년·여성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승호 사이버노동대학 대표는 계급 정체성이 더 근본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도 장 부소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19세기, 20세기에는 노동계급이란 말이 효과를 나타냈는데, 우리 시대에도 계속 그렇게 될까 의문이 있[다].”

사실상 현실의 노동계급이 분절화돼 계급으로 단결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기대도 걸지 않겠다고 말한 셈이다. 그렇다면, 그가 왜 ‘계급’ 내 재분배를 주장하는지 궁금하다.

그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지해 온 민주노총 중앙파 상층 간부들 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민주노총의 상층 기구를 차지해 왔다. 그중 일부는 지금 정의당의 노동 측 기반이다. 그가 노동운동이 실패했다고 한 것에 이들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계급투쟁적 좌파

이날 토론자들은 통상의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발표자들의 발표문에 논평을 하기로 섭외된 것일 텐데, 정작 토론자들은 그보다는 민주노총 비판에 (의아할 정도로) 집중했다.

물론 노동운동은 성역이 아니고, 비판자들이 인용한 사례들에는 뼈아프게 새겨 들어야 할 지적들이 있었다. 노조 비리나 최근 기아차, 전교조 등에서 드러난 비정규직 배제 행태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비판들은 (다양한 소재들을 꺼내 놨지만) 하나같이 민주노총의 “전투적 조합주의”를 비정치성이나 집단 이기주의 정도로 취급했다. 계급 내부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임금 양보 등을 기피하면서 계급 대표성도, 사회적 영향력도 잃었다는 것이다. 뻥 파업이나 하면서 새 정부의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화 기구에 불참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날 이런 목소리를 가장 높인 건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였다. 토론회 내내 그는 민주노총 현 집행부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액이 (목표치로 제시한) 1만 원에 미달한 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성명을 낸 것을 문제 삼았다. 이남신 활동가는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약화됐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단체의 A4 한 장짜리 최저임금 결정 비판 성명서가 운동의 대중적 발전에 해를 끼쳤다는 비판은 모순되어 앞뒤가 안 맞는다.

이남신 활동가는 문재인의 1만 원 공약과 민주노총의 올해 당장 1만 원 요구는 불과 2년 차인데, 그걸 문제 삼을 필요가 있냐고도 비판했다. 하지만 이 비판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올해 인상액으로도 기뻐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눈높이”를 강조하며 민주노총의 반성적 평가를 관념적인 듯 비판해 놓고는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시점의 2년 차이가 별 것 아니라는 식(“빨라야 2년 앞당기는 것”)으로 얘기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폭이 예년보다 높았지만(그래서 성과의 폭에 대한 논쟁의 여지는 있겠지만), 공식 요구가 “지금 당장 1만 원”이었고, 대다수 운동 주체들이 6·30 파업에서도 “지금 당장 1만 원”을 요구한 점에 비춰 보면, 민주노총이 먼저 1만 원보다 낮은 양보안을 내는 등 기대치에 충분히 부합하게 행동하지 못한 것에 사과한 것이 그토록 문제 삼을 일은 아닌 듯하다. ‘원래 교섭 목표와 투쟁 목표는 다른 것’이라는 이남신 씨의 비판은 그 자신이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측 위원이었다는 점에서 변명조로 들린다.

그는 교육부의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에도 민주노총 추천 전문가로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비정규직 교사들의 정규직화를 주장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국기간제교사연합 대표단에게 ‘전원 정규직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차선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는 식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는 이날 자기가 그렇게 못한 것이 전교조 중집의 결정과 조합원들의 ‘기간제 정규직화 반대 투서’(심의위원회에 연서명해 보냈다고 한다) 때문인 것처럼 주장했다. 전교조가 잘못한 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가 심의위원회 안에서 제대로 노동운동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한 것을 모두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해 보였다. 국회에서 열리는 이런 공개 토론회에서 전교조를 성토할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는 왜 전교조 입장을 비판하며 기간제 등 비정규직 교·강사의 정규직화를 주장하지 못했을까?

최저임금 관련한 이남신 씨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근 민주노총이 가장 열심히 한 투쟁이 통상임금 투쟁이었다”는 식으로 사실과도 다른 비판을 했다(알면서 그러는지, 정말 모르는 건지).

통상임금이나 공무원연금 같은 정규직 조직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에서 오히려 문제였던 것은 ‘노동귀족’ 운운하는 비판에 위축돼 노동조합들 스스로 투쟁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었다. 오히려 그런 소심함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성과연봉제 등 새로운 공격을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한상균 집행부를 '전투적 노동조합주의'라고 비판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기대하고 약속한 만큼 전투적인 노동조합 투쟁을 이끌어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건파 참가자들이 논리나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설득력 없는 비판을 이어가니, 이날의 민주노총 비판은 유감스럽게도 노동운동 이기주의(노동귀족론) 담론과 그다지 구별되지 않았다.

특히,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정규직 양보론에 대한 양동규 위원장의 반박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차별 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무슨 자본의 수탈 운운? … 민주노총 같은 집단, 권력을 가지고 있는 그 집단들이 너무 성찰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노동자들이 모아지지 않는 거예요. 중요한 책임은 그쪽에서 지셔야 [합니다.]”

민주노총을 싸잡아 차별 문제에 무지하다고 비판한 것은 참말도 아니고 특히, 근본적 페미니즘이 무리한 실천으로 노동운동 내 단결을 해치는 일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신 교수가 한술 더 떠, ‘정의당은 민주노총 말 듣지 말라’고까지 한 것은 부당했다. 이는 아마도 주최측인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나 김영훈 본부장이 이날 토론회에서 밝힌 정의당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 것일 테다.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들은 노동운동이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영향력 없다”는 주장들을 반복했다. 그러나 그토록 사회적 영향력이 없다면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섣불리 2천만 노동자 대표를 자임해도 되는지, 계급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나 있는지 앞뒤가 안 맞는데도 말이다.

노동운동이 고립됐다고?

이날 토론회에서 이런 온건 개혁주의 관점에서의 민주노총 비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토론회가 민주노총 비판 발언 일색이었던 것처럼만 보도한 것은 정확한 보도가 아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승호 사이버노동대학 대표는 노중기 교수와 장석준 부소장의 발표가 체제의 개혁에 머문다고 비판하면서 노동운동은 “반제·반자본주의 진보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장 부소장에게 “진보정치는 왜 자기 반성을 하지 않는가” 하며 따지기도 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자신의 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몇 년 간, 부족한 점도 있지만, 민주노총의 투쟁이 박근혜의 노동개악을 막아 내고, 박근혜 퇴진 운동을 촉발시킨 등의 성과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스스로 힘을 자각해야 앞으로의 과제도 정확히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양보를 주문하는 것에 대해서도 양동규 위원장은 이렇게 반박했다. “[노동자 양보론 얘기하시는 분들은] 노동운동에 얘기하지 말고 ‘나눔과 상생’ 재단을 만드셔야 … 자본의 책임을 묻는 문제로 더욱더 예리하게 칼날을 벼리지 않는다면 망하겠다는 거예요. 자유주의 정부에게 이용되고 활용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교조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전교조 결정 비판하는 것에 공감”하지만 “전교조, 문제 있다, 문 닫아야 된다”는 식의 얘기로 가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전교조 지도부가 지도력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전교조 운동의 조합원 대중의 상태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이 문제를 같이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최저임금 운동 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 1만 원을 민주노총이 가능하다고 보고] 사회적 운동으로 사회적 힘으로 끌고 가자 그랬는데, 다시 최임위이라는 울타리에 갇혔[다.] ... 문재인 공약 이행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 노동의 것으로 사회적 운동의 성과로 주도하지 못했다는 반성[이니 이를 오해하지 말고 열어놓고 논쟁하자.]” 동시에, “이미 [문재인 정부의] 관료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속도 조절해야 되겠[다고] 나오[는데] 내년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쟁[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남신 씨의 ‘협치’ 전략을 비판했다.

토론회 전반에서 보인 온건파 참가자들의 신경질적인 태도는 조급함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이 노무현 때처럼 우경화할지도 모르니, 집권 초에 신속하게 노정(정확히 말해 노사정) 협력 관계를 구축해 문재인 정부에게서 친노동 개혁을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민주노총 시절 이들과 인연이 깊었던 민주노총 중앙파 출신 문성현 씨가 노사정위원장으로 임명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결국 이날 온건파들은 투쟁적 좌파 지도부를 자처하며 등장한 민주노총 현 집행팀이 노사정위 복귀를 주저하고 있는 것을 견제한 것이다.(한상균 집행부가 진보대통합당 건설 안건을 낸 것에 대한 암시적 비판도 있었지만, 이미 물 건너 간 프로젝트여서 이날 토론에서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날의 민주노총 성토는 지도부 비판의 형식을 빌려 사회적 대화 노선에 비판적인 계급투쟁적 좌파들에게 날린 화살이기도 하다. 마침 문재인 정부 초기의 노정 관계에 영향을 미칠 민주노총 직선제 2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대화(협치)가 온건파의 욕심대로 진척되지 않는 것은 노동운동 내 좌파가 노사정 협조주의에 반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정리해고 도입 등 역사적 경험 때문에 노동자들 다수의 정서가 아직은 부정적인 기억이 커서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온건파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친노동 개혁 제스처가 굼뜨다는 비판을 하지는 않고 좌파에게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최소한의 공정성도 부족한 것이다.

이들은 마치 온건파들이 하면 ‘대중적’이고 좌파들이 주도하면 ‘비대중적’이며, 노동이 뒤로 물러서야 대중적이 되고, 노동이 앞에 나서면 대중이 떠나간다는 식의 근거도 없는 도식을 교조처럼 반복한다. 그러나 (민중총궐기 등) 좌파와 노동운동이 중심이 돼 출발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성공과 노동을 강조한 뒤로 득표가 성장한 정의당의 총·대선 경험 등을 봐도 그런 우파적 도식은 경험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운동의 좌파성과 대중성의 관계는 계급세력균형의 영향을 받아 변하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최신 조사 결과도 있다. 정의당 토론회 다음날 열린 9월 21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노조가 불평등 완화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보다 62.2퍼센트 더 많았다. 민주노조 운동이 가장 강력했던 1989년 수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그 이후로 긍정적 인식이 줄었다가 다시 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정홍준 연구위원은 지난 10년 동안 부당한 대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고용안정의 보호막이 되는 등 ‘노조의 효과’를 인정하는 응답이 계속 늘어 왔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다른 정치적 약점들을 다 정당화할 순 없지만, 적어도 노동조합이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지지도가 별로 없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음이 심지어 국책연구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아래서도 개혁을 얻어 내려면 노동자 대중이 스스로 싸워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기층에서 진정으로 좌파적인 조직들을 건설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주의를 극복할 진짜 계급정치이고, 혁명적 좌파가 해야 할 임무다. 사회적 대화론자들은 협치(서로 주고받는 정치협상)를 위해 노동계급 일부의 개선을 얻어 내고 일부가 손해를 감수하자고 주장하므로, 계급적 단결과 투쟁 구축을 위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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