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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단결할 수 있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정규직 연대의 모범을 보여 준 두 현대차 정규직 활동가 윤성근·강병태에게 듣는다
인터뷰·정리 정동석(현대차 정규직 조합원)

[윤성근 전 현대차노조 위원장은 지난 2월 22일부터 5공장 비정규직 농성에 결합해 오다가 최근 경비대에게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고 현재는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정동석 5공장 농성장에 결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윤성근 지난 2월 13일 설 연휴 마지막날 비정규직 노조 안기호 위원장이 회사측 폭력 경비들에게 납치·연행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심각성을 느끼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농성장을 방문해 단전·단수 상황과 아주머니들의 단식하는 모습을 보고 결합을 결심했다.

내가 농성장에 있으면서 폭력이라도 막고 단전·단수라도 해제하면 단식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조금의 힘이 될 수 있지 않겠냐 하는 마음으로 농성에 함께 하게 됐다.

자본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고착화하려는 의도는 값싸게 노동자를 고용해 이윤을 착복하고 정규직 노조까지 무력화하려는 데 있다.

자연감소나 필요한 인원이 생길 경우 비정규직을 투입하고 정규직 채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의 고용불안은 오히려 가중된다. 정규직의 감소와 비정규직의 확대는 정규직 노조의 힘을 약화시켜 결국 정리해고를 막아낼 힘이 없어진다.

정규직 노조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해야 한다.

정동석 현대차 불법파견 반대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윤성근 두말 할 필요 없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 투쟁이다. 비정규직 동지들을 도와 준다는 관점이 아니라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를 위한 투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노동조합을 강화하는 투쟁이라는 목표로 인식해야 한다.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글과 말로써 외쳤던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의 방패막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집행부, 활동가들의 일치된 관점이 필요하다.

정동석 비정규 노동법 개악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한다고 보는가?

윤성근 현대차의 불파 투쟁 등을 통해 투쟁의 힘을 현장에서 키워 나가야 한다.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면 막아내기가 쉽지 않는 구조다. 사회적 교섭 반대 구호와 투쟁도 현장 투쟁 동력을 만들어 가면서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상층 지도부도 함부로 합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투쟁을 실천하면서 투쟁 동력을 만들어 가는 단위노조 집행부와 활동가들이 많아야 한다. 조합원들은 지도부나 활동가들의 태도에 따라 충분히 변화될 수 있다.

정동석 비정규 노동법 개악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한다고 보는가?

윤성근 현대차의 불파 투쟁 등을 통해 투쟁의 힘을 현장에서 키워나가야 한다.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면 막아내기가 쉽지 않는 구조다. 사회적 교섭 반대 구호와 투쟁도 현장 투쟁 동력을 만들어 가면서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상층 지도부도 함부로 합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투쟁을 실천하면서 투쟁 동력을 만들어 가는 단위노조 집행부와 활동가들이 많아야 한다. 조합원들은 지도부나 활동가들의 태도에 따라 충분히 변화될 수 있다.

[강병태 동지는 현대차 정규직 소위원으로 지난 1월 18일 5공장 비정규 파업에 연대해 라인을 끊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후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정동석 왜 현대차 사측은 동지를 해고했나?

강병태 비정규직 노조 파업 당시에 정규직 노조의 지침은 ‘일용공, 아르바이트생 대체인력 투입을 차단하라’였다.

나는 반대조(야간근무자)가 투입됐다는 얘기를 듣고 대체인력으로 판단하고 곧바로 라인을 세운 거다. 분명히 이건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대체인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용공이나 아르바이트생 형태가 아니었다는 것은 중요치 않다고 봤다.

불법파견을 철회하기 위해 파업을 하고, 대체인력을 막고 파업을 성사시키려면 뭐 그게 중요한가.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정동석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에 그처럼 적극적으로 연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강병태 불법 파견 철회와 정규직화 투쟁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불발탄 난다고 봤다. 비정규직이 파업하는데 정규직 활동가가 컨베이어 타는 것은 이상하다.

한 울타리 안에서 파업하고 있는데 우리가 컨베이어 타고 대체인력 투입에 방관하는 것은 연대 투쟁의 길을 막는 거다.

말로는 비정규직 철폐하자면서 한 공장 안에서 그런 것조차 지켜내지 못한다는 자체가 정규직으로서 쪽팔리는 거다.

아직까지 비정규직 노조가 현실적으로 파업권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힘있는 정규직 노조가 당연히 연대해야 한다.

정동석 비정규 노동법 개악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한다고 보는가?

강병태 지도부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지도부가 사회적 교섭에 얽매여 있고, 못 들어가서 안달하는 상황은 진짜 심각한 문제다.

들어가고 싶다면 현장을 조직하고 언제든지 파업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 놓고 들어 가야 한다. 현장을 조직하는 것은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 교섭에 목을 거는 것 자체가 벌써 투쟁을 회피하는 거다.

저번에 이수호 위원장이 천막 농성하는 데 왔을 때 나는 이런 얘기를 했다. ‘법 개정 통과되고 난 뒤에는 현대차 불파 투쟁은 무효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계속 때려야 한다.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 가야 한다. 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지도부도 아무것도 안 하면 정부가 비정규직 개악을 할 수 있다’고.

협상을 통해서 쟁취할 때도 우리 노동자들이 힘이 있을 때 가능한 거다. 흔히 말하듯이 ‘투쟁없이 쟁취없다 투쟁으로 쟁취하자’는 그 말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그 힘을 비축한 상황에서 협상을 하든 뭘 해야 된다.


최근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화 내용을 시간대별로 감시한 사측의 감시·사찰 문건이 발견됐다.

4월 15일 울산지법은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5공장 2층 탈의실에서 퇴거하고 울산 공장 출입을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