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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효과 상쇄 중단하라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6.4퍼센트 인상된 시간당 7530원으로 적용되자, 기업주들은 임금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고 갖은 편법과 꼼수를 사용했다.

민주노총이 1월에 발표한 최저임금 위반 사례를 보면, 개별 기업 차원에서 ‘상여금이나 식대 등을 기본급화하거나 없애기’, ‘근로시간은 줄이고 휴게시간을 늘리기’, ‘해고·외주화’ 등의 꼼수가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특히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을 삭감하거나 기본급으로 흡수하는 방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상여금 폐지나 기본급화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므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이런 절차조차 간단히 무시되기 일쑤다.

산입 범위 확대

기업주들은 이런 편법을 완전 합법화하려고 관련 법제도 개악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핵심은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에 상여금, 수당, 현물로 지급되는 식대, 교통비 등이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주들은 추가로 돈 한 푼 더 들이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인상했다고 생색낼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롯데마트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유급 여름 휴가 5일이 있었는데, 2016년에는 이를 수당 30만 원 지급으로 변경했다. 2017년에는 이 수당이 시급으로 녹아 들어 갔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시급은 높아졌지만,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총액은 거의 변동이 없다. 오히려 5일의 유급 휴가만 사라졌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주들의 개악 요구에 호응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개악 합의가 좌절되자, 국회가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산입 범위 확대를 3월 중에 강행하려 했다. 논란이 커지자 4월에 전문가들과 노·사의 의견을 청취해 ‘일방’ 개악 추진이라는 비판을 피하면서 다시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은 산입 범위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는 것에 대체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주거와 식사 등 현물급여나 각종 수당까지도 산입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저임금 노동자 중에 고정상여금을 받는 비율이 7∼8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므로 정기상여금 정도는 산입 범위에 포함해도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연간 상여금 100퍼센트를 받으려고 4년을 싸웠다. 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겠다고 한다. 우리 비정규직들은 상여금 1만 원 따내고, 식대 5만 원을 따내느라 수개월씩 노숙 농성을 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식대와 상여금이 다 들어간다면 결국 최저임금 1만 원이 돼도 우리에게 남는 것이 없다. 올라갈 임금도 없다. 어렵게 말하지 말라. 이것은 최저임금 삭감안이다.”(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

‘역대 최대폭 인상’ 이라고 떠들썩하게 홍보하더니 정부가 앞장서 무력화시키고 있다 ⓒ출처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산입 범위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면 각종 상여금을 월할로 변경해 기본급에 녹이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뒤따를 것이다. 예컨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서는 현재 기본급 100퍼센트를 명절상여금으로 받는데, 이를 기본급에 녹여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기업들의 이런 시도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허영호 마트노조 기획국장)

이미 이런 일은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비스산업 최저임금 노동자 6563명이 서명한 산입 범위 확대 반대 의견서를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하며 열린 기자회견에서 콜센터 노동자 이윤선 씨는 이렇게 말한다.

“상담사로 10년을 일해도 회사의 수당 조정으로 임금 총액은 변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만 기대하며 살았는데,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회사는 발 빠르게 움직여 수당을 또 조정했다. 이로 인해 올해 임금도 동결 내지 몇 만 원 오른 것에 그치고 있다.”

결국 규모가 크든 작든 산입 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기업들의 술책이 더욱 기승을 부리도록 할 것이다. 이는 전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소득불평등

최저임금의 취지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개악이 아니라 오히려 가구생계비 반영 등 임금 인상 효과를 실질화해야 한다.

이 점은 문재인 정부가 대선 때 약속했던 것인데도, 정부와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는 거의 진척되지 않고 있다.

올해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월 157만 3770원)도 2018년 1인가구 생계비 추정치(월 185만 9000원)조차 충족하지 못한다. 최저임금위의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를 보면, 최저임금의 1.5배 이하를 받는 노동자 가운데 1인 가구는 10.7퍼센트에 그치고, 4인 가구가 39.2퍼센트로 가장 많다.

현재 환노위의 법안 심사는 4월로 유예됐을 뿐, 최저임금 개악 시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이 일방적으로 개악될 경우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여를 재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일방 개악에 반대하며 환노위에 제안한 논의틀도 사실상 거부된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개악 시도에 맞선 투쟁의 고삐를 더 단단히 조여야 한다. 당장 3월 24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이후 더 강력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