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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집담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투쟁의 성과를 허무는 것”
민주노총이 시급히 투쟁 조직해야 한다고 제기

민주노총이 4월 6일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함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점 및 피해사례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공항 기내 청소·경비 노동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병원·지하철 청소 노동자, 마트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이 참석해 최저임금 개악 시도에 대한 높은 불만을 보여 줬다.

이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고발하며, 산입범위 확대를 반드시 막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이자 마트 노동자인 김진숙 씨는 산입범위 확대 시도가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의 조건을 법적으로 후퇴시키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에 묶여 있어, 매년 근속수당 인상을 요구했다. 그나마 있는 상여금을 지키기 위해 추운 겨울 길바닥에서 파업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노동조합 투쟁의 상징인 수당, 상여금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그동안의 투쟁 성과를 하루아침에 백지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각 사업장·부문별로 비슷한 폭로가 이어졌다. 정부의 법 개악 추진은 사용자들에게도 나쁜 신호를 줘,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최저임금법 개악 시도를 막아 내기 위해 민주노총이 더 강력히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공무직본부 안명자 본부장은 말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우리는 직격탄을 맞는다. 우리는 6~7월에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전면적인 투쟁을 배치하고 있는데, 법으로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이런 투쟁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우리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최저임금 개악을 막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지금 이 투쟁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활동가도 말했다.

“현재 확정된 [민주노총의] 투쟁 계획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결사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더 과감한 투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파행을 겪으며, 애초 4월 첫 주로 예정됐던 환노위의 최저임금 당사자 의견 청취도 전면 취소됐다. 그러나 4월 말 최저임금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면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그 전에 제도 개악을 밀어붙이려 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집담회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촉구했듯이, 민주노총이 지금부터 진지하게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일정만 쳐다보며 집회를 잡았다가 연기하기를 반복하는 것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국회가 개악 논의를 재개하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투쟁을 조직해 압박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고발한 최저임금 개악 시도의 폐해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본급 외에 식대, 교통비, 상여금, 명절휴가비 등을 받고 있다.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1540~1709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액이 시급 1060원인데, 각종 실비 지원과 상여금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전혀 없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받아야 할 임금 총액에서 연간 160만~200만 원 정도를 못 받게 되는 셈이다.

▪ 경기도 고양KTX 차량 기지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현재 기본급과 주휴 수당을 합쳐 최저임금을 받는다. 이와는 별도로 상여금 12만 원, 연차수당 8만 원을 받고 있다. 이를 모두 합해도 월 임금이 18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상여금마저 산입범위에 포함되면 저임금에서 벗어나는 꿈은 다시 요원해진다.

▪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은 사측이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며 고정연장근로 3시간을 폐지했다. 그런데 이에 따른 임금 보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해도 오히려 임금 총액이 줄어들게 생겼다.

반면 연장근로 폐지로 주야간 근무자의 중복 근무시간이 사라지면서 가장 바쁜 시간대에 4명이 하던 일을 2명이 떠맡는 식으로 노동강도가 높아졌다.

▪ 얼마 전 이마트 계산 업무를 보던 노동자가 업무 중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목적으로 실시한 노동시간 단축으로 휴게시간이 줄고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른 과로 누적이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 아시아나 항공의 항공기 객실 청소와 승객 수화물 처리 업무를 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그동안 상여금을 월할로 지급 받아 왔다.(남성 노동자들은 기본급의 600퍼센트, 여성 노동자들은 연간 80만~180만 원)

2017년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한 임금 협상에서 사측은 남성 직원의 상여금을 300퍼센트 삭감하고, 여성 직원의 업무 수당을 삭감하는 안을 제시했다. 아쉽게도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조합 지도부가 이에 합의해 결국 임금 인상이 소폭에 그쳤다.

▪ 대구 성서공단 인근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2017년 말에 회사가 알 수 없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했다. 관리비 인상, 노동시간 단축(임금 삭감), 야간 식사 제공 중단 등의 조건 변경이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잔업이 줄었음에도 잔업으로 할 일거리를 기본시간에 처리하라는 압박이 거세졌다. 일은 더 힘들어졌는데, 2017년에 받던 월급이 270만 원대에서 200만 원대로 대폭 삭감됐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은 2017년 2월 공표된 숙식비용 징수지침으로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같은 열악한 숙소에 살면서 매달 숙식비 수십만 원을 빼앗겨 왔다. 사측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고 숙식비 징수지침을 이용한 임금 갈취를 더 심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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