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묵 전국집배노조 위원장이 말한다:
참혹하게 긴 노동시간에 맞선 집배원들의 눈물어린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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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집배노조는 7월 7일부터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과로사 근절! 토요택배 완전 폐지! 정규 인력 증원! 주 40시간 노동 보장!’을 요구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릴레이 단식 농성에는 전국의 집배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이 하루씩 동참하여 출근시간에는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점심시간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정부와 우정사업본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 글은 최승묵 전국집배노조 위원장이 맑시즘2018 ‘누더기 주 52시간제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에서 발제한 것을 녹취한 것이다. [ ]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그동안 전국집배노조 운동을 취재 보도해 온 신정환 노동자연대 회원이 덧붙인 것이다.
제 직업은 집배원입니다. 집배원 하면, ‘집배원 아저씨’가 떠오르죠? 예전에는 그랬어요. 집배원들이 걸어서, 아니면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IMF 경제 위기 때인 1997년에 정부가 국가기관 효율화 정책
2000년 들어서 휴대폰이 생기고, 카드가 생기고, 보험이 늘어나고 그랬습니다. 4대 보험을 체납하면 체납 고지서까지 막 날아왔죠. 사회가 이렇게 변하니까, 우편물이 4~5배까지 늘었어요. 하루에 1000통 정도를 배달했던 사람이 이제 4000통, 5000통을 배달하게 된 거죠.
집배원들은 잠도 못 자고, 퇴근도 못 했어요. 배달이 끝나도 다음 우편물 분류 작업을 다 마쳐야 퇴근하는 구조거든요. 4000~5000통을 구역별로 분류하고, 또 집집마다 분류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이 시간이 5~6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배달까지 하면, 하루에 총 16시간 정도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주당 80시간은 일을 했고, 그래서 한 달 초과근무가 100시간을 넘어서 150시간까지 되기도 했죠.
이 수치가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모릅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너무 피곤해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잠깐 휴게실 소파에서 자고 온다고 갔는데, 거기서 일어나질 못해요. 너무 오래 안 오니까 동료가 가서 흔들어 깨워 봤는데 벌써 죽은 거예요. 또, 아침 6~7시에는 출근해야 하는데 안 나오는 거예요. 전화를 해 보니까 응급실에 가서 사망한 거예요. 깨어나질 못한 거죠. 업무가 과중하니까 오토바이에서도 꾸벅꾸벅 졸아요. 신호가 빨간 불인데, 오토바이가 멈추지 않고 그냥 갑니다. 버스가 와서 들이받아요. 그 자리에서 사망을 해요.
올해 반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14명 숨져
이렇게 비참한 사고들이 무수하게 일어나는데, 도대체 왜 그럴까 하고 생각했어요.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 하는 위기감이 쭉 있었어요. 관리자들이야,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로 몰아가겠죠. 우정사업본부 노동자들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37명씩 사망했습니다. 지난해에 집배원 열아홉 분이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올해는 반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14명이 숨졌습니다.
이런 무수한 노동자의 죽음을 보면서 도대체
한국은 OECD 주요 국가들 중 산재 사망률이 1위예요. 노동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가 2013년 기준으로 0.68 명 정도 됩니다. 굉장히 서글픈 수치죠. 그런데 집배원은 이 사망 만인율이 열 배나 넘는 것 같습니다. 교통사고 비율도 평균 재해율이 0.59퍼센트 정도 되는데, 집배원은 그 3.7배나 됩니다.
집배원들은 평생에 세 번 죽음의 고비가 있다고들 해요. 세 번은 크게 넘어지거나 차와 충돌하거나 한다는 거죠. 그래서 대부분 몸에 흉터가 있어요. 그뿐이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으로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반절 이상이에요. 직무성 스트레스 조사를 해 보니까 잠재적 스트레스군이 55.7퍼센트, 고위험군에 처해 있는 사람이 34퍼센트 정도로 나왔어요.
집배원은
토요택배 부활에 맞서 집배노조를 만들다
이런 업무 강도, 업무 밀도 때문에 산재 사고와 사망에 이르게까지 하는 현장의 모습이 있는 겁니다. 그러면 이 무수한 죽음들을 누가 해결할 것이냐? 기존에 노동조합이 있었어요. 60년 역사가 있는 노동조합이 있는데, 해결책을 내오지 못했어요. 그래서 굉장히 답답했죠.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어요. 전에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생활을 했었는데,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노동자에게 선거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들이 있었어요. 그동안 노동조합 위원장을 간선으로 선출했는데
한 1년간 토요일에 휴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2004년부터 주 40시간 시대가 열렸는데, 집배 노동자들은 그 뒤에도 계속 주말에도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2014년, 2015년에 투쟁을 통해서 토요 택배가 멈췄어요. 노동시간도 좀 줄었죠. 예전에는 맛보지 못한 여유가 생겼고 가족과 나들이도 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노동조합
집배 노동자들이 요새는 핸드폰으로 전국 실시간 정보를 받아요. 예전엔 그런 정보들을 노조 간부나 관리자들이 독점했다면, 지금은 누구나 다 공유할 수 있는 거죠. 이게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2013년에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가 출범했습니다. 밴드를 구성했는데, 4000~5000명 정도까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서울, 대전, 부산 ... 전국에서 대규모 투쟁을 진행을 했습니다. 전에는 없었던 일이죠.
인력 충원 없는 엉터리 노동시간단축, 노동자들 고통 증대시켜
버스 노동자와 집배 노동자가 굉장히 장시간 중노동에 처해 있었습니다.
집배원의 한 80퍼센트 정도가 공무원이에요. 국가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지를 않습니다. 그래도 근로기준법을 바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법이 바뀌었죠. 특례업종에서 우편업도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7월 1일 이후에 달라진 게 무엇이 있느냐? 법을 준수하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적정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요구를 많이 했지만,
7월 1일 이후 두 가지 양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하나는 무료 노동이 강행되고 있고, 또 하나는 우편 서비스 질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료 노동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는데,
다른 한편, 우편 공공성 저하
집배노조가 싸우는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 건강을 담보하기 위한 투쟁과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래서 공공서비스의 영역들이 훼손되는 것을 우리가 막아 내고, 우리의 권리들을 신장시켜서 노동자의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투쟁을 계속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