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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 하교 시간 3시로 연장:
교사 노동강도 강화하려는 꼼수 말고 제대로 된 돌봄 위한 재정·인력을 확충하라

대통령 직속 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산 대책으로 초등 저학년(1~4학년) 하교 시간을 3시까지 연장한다는 방안(이하 하교 시간 연장안)을 내놓았다. 8월 28일 국회 포럼 등을 거쳐 계획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이 위원회의 발표 내용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교 시간 연장안은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기구가 발표한 것이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계획인 것이다.

하교 시간 연장안은 문재인 정부가 올해 4월 발표한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운영계획’(이하 온종일돌봄계획)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으로 보인다. 온종일돌봄계획의 골자는 2022년까지 돌봄 대상 아동을 전 학년으로 넓혀 20만 명 이상을 늘리고, 초등돌봄 운영 시간을 저녁 7시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초등돌봄 확대는 노동계급 가정에 꼭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맞벌이·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으므로, 그 수요가 크다. 문제는 그에 필요한 재정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초등돌봄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하교 시간 연장안은 바로 이 점에서 한계가 크다. 오히려 역행하는 면도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규모 재정 부담 없이”, “학생수 감소, 2022년 교육과정 개정 등과 연계하여” 하교 시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초등 1~4학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연장하면 (1~2학년은 하루 2시간, 3~4학년은 하루 1시간 수업 시간 연장), 추가적 인력 투입 없이도 온종일돌봄계획에 따라 기존 5시까지였던 돌봄을 저녁 7시까지 연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요컨대, 필요 재원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교사들의 노동강도를 강화해 초등돌봄 확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여성의 일과 양육의 병행’을 위한다며 초등 1~2학년 돌봄교실 확대를 추진했는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규직 교사를 쥐어짜고 초단시간제 비정규직을 양산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등돌봄 정책도 이와 하등 다를 게 없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미래의 노동력 재생산의 위기가 없도록 하면서도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초등돌봄의 양적 확대를 추진하지만, 양질의 돌봄을 위한 재정 투여는 꺼린다. 노동계급과 서민층 자녀들의 돌봄을 위한 지원이 아깝다는 것이다.

돌봄 노동자의 조건 개선이나 정규직 전환 계획 없음

온종일돌봄정책은 초등돌봄을 저녁 7시까지 확대하는 정책이다. 그 준비나 정리 시간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돌봄전담사를 전일제로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8시간 전일제 돌봄전담사는 18퍼센트에 불과해, 제대로 된 돌봄을 제공하기에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지역마다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근무 시간도 천차만별이어서, 근무 시간 형태가 전국적으로 18가지나 된다(7월 23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보도자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하교 시간 연장안은 이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

이렇게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많은 현실은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아동들이 중간에 돌봄교실을 이동해야 하고, 때로는 그 시간에 돌봄의 공백이 발생해 아동의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올해 6월 충남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한 아동이 돌봄전담사 없이 간식을 먹다가 음식물이 목에 걸려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처럼 지금도 돌봄전담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시간제 돌봄전담사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주지 않고 전일제로의 전환을 피하려는 탓에 이런 위험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초등돌봄을 확대한다면서 그에 필요한 돌봄 노동자 확충에는 관심없는 채로 외치는 ‘더욱 촘촘한 돌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구호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노동계급 자녀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돌봄전담사의 전일제화는 시급하다. 양질의 초등돌봄을 위해 돌봄전담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온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 교사의 부담 증가

기존 교사 노동강도의 강화 가능성에 따른 불만을 예상해서인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하교 시간 연장안과 함께 부담임제를 도입해 늘어나는 수업 시간의 활동을 전담하고 관련 교무행정 업무를 맡을 교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학년 담임교사에게는 추가되는 행정 업무를 맡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 부담과 교사 수를 늘리지 않겠다는 기조 하의 부담임제 도입은 또 다른 비정규직·시간제 노동을 양산할 공산이 크다. 이미 학교 현장에는 매우 다양한 비정규 교·강사 제도가 있고, 이는 여러 문제를 낳아 왔다. 새로운 비정규직·시간제 노동의 양산은 초등돌봄의 질을 향상시키기는커녕 저하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

저학년 담임 교사를 추가되는 행정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 업무는 어떤 식으로든 다른 교사들에게 전가될 것이므로, 교사 노동자들 간 갈등과 반목을 불러일으키기 쉬울 것이다.

게다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우리 나라 초등학생의 정규 하교 시간이 해외 주요국의 평균인 오후 3시보다 빠르고, 수업 시간이 OECD 평균인 802시간보다 적으며(한국 632시간), 주당 수업 시간도 해외 주요국 평균보다 적다면서 초등 저학년의 하교 시간을 3시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초등 저학년의 수업 양이 적고, 교사의 수업 시간이 짧은 것처럼 말이다. 교사들이 초등돌봄의 확대를 위해 수업 시간을 늘려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시한 자료는 우리 나라 초등학교의 수업 단위가 40분인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도 초등학교 교사들의 노동시간에 들어간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 교사(관리자 등을 제외한 평교사) 1인당 수업 시수와 학급당 학생수 등 초등학교 교사의 노동조건이나 열악한 교육 현실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해외 주요국들에 견줘 우리 나라 초등학교의 방학일수는 가장 짧고, 수업일수는 가장 길고, 학급당 학생수는 많은 편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노동강도는 높다.

이런 마당에 수업 시간은 늘리라는 것은 학생들의 하교 후에도 해야 하는 업무를 그만큼 짧은 시간에 해내라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초등돌봄 확대를 기존 교사의 노동강도를 강화해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심지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 연장안의 기대 효과로서 “학생수 급감 대비, 신수요 창출을 통해 학교 근무자 일자리 유지”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 4월에 발표한 정부의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에 나온 바와 같이 학생수 감소 추세에 따르는 교원 구조조정 정책을 반영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교원 증원과 학급당 학생수 감축’ 공약을 뒤집은 것도 모자라 교원 구조조정 전제 하에 교사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려 한다.

진정한 문제는 우리 나라 초등학교 수업 시간이 짧고 하교 시간이 이르다는 것이 아니라, 초등돌봄을 확대하겠다고 한 만큼, 그 질도 담보될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한 재원과 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교 시간 연장안은 이 본질적 문제를 흐리고 교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안이다!

놀이 위주의 수업 시간 연장?

하교 시간 연장안은 늘어나는 수업 시간을 놀이와 활동 위주로 운영토록 하겠다고 한다. 여유로운 학교 생활을 위해서라고 말이다. 그러나 모순이게도, 최대의 교육적 성과에 도달하기 위해 학습량을 사교육에 준하게 증가시키겠다고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교 시간 연장안은 OECD 평균보다 높은 학급당 학생 수,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난이도와 많은 양의 교육과정, 교사를 감축하려는 정부 정책 등 열악한 교육 환경을 유지한 채 수업 시간을 늘리려는 정책이므로 여유로운 학교 생활과 양질의 돌봄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아동의 전면적 인간 발달을 위한 방안이 아니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많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하교 시간 연장안을 반대하고 있다. 진보교육감인 김승환 전북교육감도 나름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가 양육을 제대로 책임져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장기적으로 3시 이후의 초등돌봄은 학교 바깥으로 내보내 지자체나 민간 위탁으로 운영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돌봄교실을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형태로 운영하도록 했기 때문에 생긴 정규직 교사 일부의 불만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돌봄전담사들은 돌봄교실을 학교 바깥으로 내보는 데 크게 우려해 왔다.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은 또 하나의 외주 용역이나 파견 근로 형태로, 돌봄전담사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할 거라는 지적이다. 돌봄전담사들의 불안정한 처지는 초등돌봄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국가가 초등돌봄에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지 않은 것이 진정한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안정적인 돌봄의 사회화는 노동계급의 자녀들에게 중요하다. 정부의 충분한 지원이 없다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자녀들이 방치되거나 열악한 돌봄을 받기 십상이다. 여성의 평등한 사회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양육을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 더구나 초등돌봄의 핵심 기능의 하나는 미래의 노동계급을 키우는 것이므로, 마땅히 국가와 자본가들이 비용을 대며 책임져야 한다.

돌봄의 질을 높이려면, 돌봄을 운영하는 돌봄전담사들을 전일제·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고용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정규직 교사들의 교육과정 연구와 준비 시간 확보와 돌봄교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교사들에게 돌봄 업무를 맡기지 말고, 겸용교실이 아닌 아동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돌봄전담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노동계급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아동의 전면적 발달을 도모하는 교육을 위해, 정부는 국방비 증액 같은 데 돈을 쓸 게 아니라 돌봄과 교육에 충분히 투자해야 한다. 이런 요구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에도 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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