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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철도 노동자들과 김은영, 양효영 회원 재판 방청기:
2013년 철도 파업 정당성 대변하며 박근혜와 폭력 경찰, 부패한 사법부를 대차게 규탄하다

2013년 12월 여론의 커다란 지지에 힘입었던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은 박근혜 정부를 임기 초부터 위태롭게 했다. 이는 이후 3년간 아래로부터 터져 나올 박근혜 반대 투쟁의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철도 노동자들은 2016년 9월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에 맞선 공공부문 파업에서 선두에 섰고, 이것이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서막이었다.

철도 민영화를 비롯해 온갖 적폐를 양산했던 박근혜가 투쟁의 성과로 구속돼 있고,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가 폭로되며 사법부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금, 2013년 철도 파업에 참여하고 그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재판장에 서야 하는 동지들이 있다.

나는 10월 3일 청량리열차승무지부, 병점열차승무지부의 노동자 3명과 노동자연대 회원이자 철도 파업 당시 적극적으로 연대 활동을 벌인 김은영, 양효영 동지의 재판을 방청했다.

이 동지들은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가 은신하고 있던 민주노총 건물을 영장도 없이 폭력 침탈한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유리가 부서지고 최루액이 날아드는 속에서도 용감하게 민주노총과 철도 파업의 대의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검사는 이 동지들에게 ‘공무집행 방해’라는 죄목을 덮어씌우고 김은영 동지에게 징역 10개월을, 나머지 동지들에게 200만 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이날 최후진술에서 김은영, 양효영 동지는 당시 철도 파업의 대의를 대변하면서 철도 민영화를 막아내기 위한 투지는 지금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또, 당시 민주노총 건물을 사수하며 싸웠던 것은 정의로운 행동이었으며 그 자리에서 노동자들과 함께한 것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권위적인 법정에서 검사의 눈을 바라보며 박근혜 정권과 폭력적인 경찰, 부패한 검찰과 법원을 대차게 비판하는 두 동지를 보며 나도 큰 자신감을 얻었다.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법정에서 금지된 행위지만 판사는 제지도 못 했다.

헌법재판소는 영장 없이 민주노총 건물을 침탈한 당시 경찰의 행위는 사실상 위헌(헌법불합치)이라고 판결한 바 있고, 같은 명목으로 재판받은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근혜는 구속됐고, 김명환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은 현재 민주노총의 위원장이 됐다. 양승태 재판 거래 항목에 2009년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이 불법이라는 판결과 KTX 승무원 해고가 정당했다는 판결이 들어있었다는 게 폭로됐다.

그래서 양효영 동지는 이렇게 말했다. “공무집행 자체가 법적·내용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어떻게 저의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까?”

정말이지 처벌받아야 할 쪽이 누구인가?

재판이 끝나자 철도 노동자들이 김은영, 양효영 동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변해 줘서 고맙다” 하고 감사를 표했다. 두 동지처럼, 법정에서도 당당한 기세를 잃지 않고 투쟁의 대의를 대변하는 것은 우리 노동운동의 연대 의식을 더 강고하게 만든다. 이런 경험들은 향후 이어질 투쟁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당한 투쟁에 나섰던 철도 노동자들과 김은영, 양효영 동지는 죄는커녕 다수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용감하게 싸운 사람들이다. 법원은 이들에게 즉각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김은영 동지 최후 진술문

2013년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은 안전과 공공서비스를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었습니다. 온갖 악행을 저지른 불통 우파인 박근혜 정부에 맞서 저항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고 생각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 준 파업이었습니다. 그래서 박근혜에 대한 광범한 불만이 파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로 결집됐고, 초기부터 계급 대리전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박근혜 정부는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이 불법이라고 우기면서 강경 대응했고, 급기야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침탈을 자행했습니다. 수색 영장이 기각됐음에도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한다며 5000여 명의 경찰을 동원했습니다.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 건물 유리창을 부수고 최루액을 난사하면서 200여 명을 폭력적으로 연행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누가 옳았습니까?

당시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에서 분리하려는 것에 맞선 민영화 반대 파업의 정당성이 밝히 드러났습니다. 첫째, 우려하던 대로 수서발 KTX 분할의 폐해가 밝혀졌습니다. 2016년 개통한 수서발 KTX가 수익을 낼수록 철도공사의 영업 적자는 커졌습니다. 수서발 KTX와 대부분의 노선을 공유하는 철도공사의 KTX 영업이익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적자가 커지면서 철도공사는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벽지 노선을 감축하고 핵심적인 업무들에 대한 외주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의 불편이 가중되고 안전이 더욱 위협받고 있습니다.

둘째, 철도 민영화를 진두지휘했던 박근혜가 현재 감옥에 있습니다. 철도 민영화는 박근혜의 수많은 적폐 중 하나였고, 전 양승태 대법원장 재판 거래의 하나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과 철도노조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판결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정부와 경찰, 검찰이야말로 비리·부정으로 얼룩져 있는 자들이고, 생명과 안전을 파괴하면서 일상적으로 폭력을 저지르는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투쟁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열차를 멈춰서라도 민영화 재앙을 막으려 한 철도 노동자들과 우리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당시 민영화 반대 파업에 연대하고 침탈에 저항한 나의 행동은 옳았고 당시에도 그랬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고 퇴진 투쟁에도 앞장섰던 철도 노동자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기만 합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도 안전과 공공성보다 이윤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적폐 청산을 말하면서도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된 대표적 민영화 악법인 규제프리존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노동 존중이 아니라 기업주 존중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민영화 반대와 노동자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저도 정부와 가진 자들의 권력 기구에 맞서 변함없이 노동자들 편에 설 것입니다.

당시 철도 파업을 이끌던 현재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무죄였듯이, 지난 4월에 헌법재판소도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이 잘못이라며 침탈에 저항하던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도 무죄를 받았습니다.

철도 파업은 정당했습니다. 침탈에 온몸으로 저항하면서 민영화 반대 파업을 옹호했던 모든 이들은 무죄입니다.


양효영 동지 최후 진술문

저는 2013년 경찰이 철도 파업을 탄압하면서 민주노총 건물을 침탈할 때, 그것을 막아섰다는 이유로 이 재판장에 서 있습니다. 검찰은 제가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공무집행의 내용이 무엇이었습니까?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하고 있는 철도노조 위원장을 체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철도를 민영화한 나라들에서 교통비가 폭등하고 이윤 논리를 앞세워 안전과 보수를 뒷전으로 미뤄 대형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철도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열악해질 것이 뻔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민영화 반대를 불법이라며 탄압했습니다. 생명과 안전을 위한 철도 노동자들과 국민의 목소리를 최루액과 강제 연행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경찰의 공무집행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공무집행에 동의할 수 없어서 따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후에 드러난 것은 어떻습니까? 오히려 경찰의 공무집행이야말로 명백한 불법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올해 헌법재판소는 당시 경찰이 영장도 없이 민주노총을 수색하려 한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공무집행 방해죄로 재판받은 전교조 전 위원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저는 검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무집행 자체가 법적·내용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어떻게 저의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까? 오히려 이런 불법적 공무집행과 연행을 한 경찰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공무집행이 부당하다면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 정의입니다.

당시 우리가 민주노총을 사수한 것이 정당했다는 것은 거듭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반대한 민영화의 폐해는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민영화된 수서고속철도의 폐해 때문에 철도를 다시 통합하자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철도 노동자들을 탄압한 박근혜는 촛불 항쟁으로 감옥에 갇혀 있지만, 김명환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이 됐고, 당시 직위해제된 철도 노동자들도 복직됐습니다.

저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철도 노동자들과 함께 민주노총을 사수할 것입니다. 재판장님, 저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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