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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의 조국 경질 압력은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가 자초한 것

문재인 지지율이 사실상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취임 후 최저치다. 긍정 평가가 준 것뿐 아니라 부정 평가가 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도 하락세다. 정의당 지지율은 소폭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우파 야당들의 지지세는 슬금슬금 오르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가 약화되면 우파 야당이 힘을 회복하니 정부를 우파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이는 상황의 절반만을 보는 것이다.

하반기 내내 이어진 문재인 지지율 하락은 주로 대중의 진보 개혁 염원을 저버린 탓이기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 폭과 우파 야당 지지율 상승 폭을 비교해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올해 내내 문재인은 개혁 약속을 뒤집고, 제공한 작은 개혁 조처들을 거둬들여 왔다. 적폐 청산은 감속하다 못해 거의 멈춰 섰고 이젠 역주행할 태세다. 이 우선회에 순순히 협력하지 않는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차기 대선주자 대열에서 숙청할 태세다.

우파가 시행할 만한 정책들을 시행하니, 문재인의 지지가 떨어지고 우파가 사기를 회복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요즘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명박·박근혜 불구속 재판(석방)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은 비박계인데도 친박 태극기 세력까지 통합하자고 말한다.

한국당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노동계급 자녀들을 볼모 삼아 국가 지원금을 빼먹는 부패한 관행을 대놓고 비호한다. 경제 상황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문재인에게 등을 돌리는 걸 보며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최근에는 청와대 내 비위 건에 책임지고 민정수석 조국을 경질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때 좌파 출신이었던 조국은 자기 임무를 공수처 신설 등 검찰 개혁, 사법 개혁에 있다고 공언해 왔다.

민주적 개혁들이어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하에서 대단한 의미를 갖지 못하는 개혁 제안들인데도 우파에게는 눈엣가시다. 우파는 그의 출신, 사법 개혁 어젠다 모두 못마땅할 것이다. 비록 그가 실제 좌파라기보다는 좌파의 그림자인데도 말이다.

조국은 민주노총 비난으로 자신이 좌파가 아님을 증명하려 했으나, 우파가 공격하기는 더 쉬워졌다 ⓒ출처 코리아넷

발단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의 반부패비서관실 소속의 특별감찰반 권한 남용 의혹이었다. 현 민정수석실 산하에는 반부패비서관(고위 공직자 대상), 공직기강비서관(청와대 내부 대상), 민정비서관(대통령 친인척 대상) 아래 각각 특감반이 있다.

검찰에서 파견된 반부패 특감반 요원(김태우)이 자기가 비위를 제보해 공석이 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 자리로 취업을 시도했다. 이 ‘셀프 취업(승진)’ 시도가 포착돼 청와대에서 제지했으나, 문제의 수사관은 다시 국토교통부의 건설 비리 경찰 수사의 동향을 파악하려 했다. 역시 본인이 포착해 넘긴 사건이었다.

부적절한 행동이 반복돼 내부 감찰을 하는 과정에서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 일부가 골프 접대를 받은 일이 드러났다. 조국 민정수석은 특감반 전원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비위를 알고도 덮어 주다가 일이 커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특감반을 전원 교체한 이유가 새로 알려졌다. 공직기강비서관실 특감반에서 이들을 조사(감찰)하려 했는데,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원들이 조사 받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 반부패비서관은 공안검사(!) 출신 박형철이다. 문제의 특감반원들은 그가 검찰에서 직접 데려온 수사관들이었을 테다. 박형철은 갑을오토텍의 불법·폭력 노조 탄압을 변호한 사측 대리인도 했다.

오래 전부터 민주당 정부 사람들에게 ‘반(反)부패’는 그저 타 세력의 부패만 척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구 여권 대신 자신들이 새로운 특권 고리를 형성하는 것이었던 셈이다.

11월 27일 검찰은 구 여권 경찰의 불법 민간 사찰 보고서를 찾는다며 경찰청 정보국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여기서 현 청와대에 보내는 경찰 보고서도 나와 난처해졌다. 한편, 국회에서 영수증 이중 제출로 부당한 혜택을 가장 많이 취한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인 것도 폭로됐다.

표적 공세

이런 점들 때문에, 폭로 초기엔 우왕좌왕하던 민주당은 이제 당 차원에서 ‘조국 사수’를 외치고 있다.

그동안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개혁”을 표방한 정부 아래서 우파 야당은 상징적 친정부 인물들을 표적 삼아 공격했다. 이번에도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사안인데도 문책을 주장한다.

최근 장하성 제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우파는 그가 엔지오 출신인 점과 소득주도성장 담론을 상징해 온 점을 못마땅하게 여긴 듯하다. 실제로 추진하는 정책은 별로 다르지 않았는데도 ‘장하성(개혁 학자) vs. 김동연(경제관료)’ 라는 허구적 프레임을 짜 경질 압박을 했었다.

지금 민주당은 결국 이런 표적 공세가 계속 먹히면 정권의 동력이 약화된다고 보는 듯하다. 맞는 얘기이기는 하다. 조국을 경질하면 우파의 사기는 더 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파의 공격이 왜 쉽게 먹혔는지를 봐야 한다. 지금 조국 사퇴 문제로 공식 정치가 양분되고 있지만, 진보 염원 대중 다수는 조국 지키기에 별 열의가 없다. 그가 이루고자 한 진정한 개혁이 별로 없는 데다가, 최근에는 (궤변으로) 노동 개악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조국은 사법 농단 범죄를 조직적으로 감싸는 현 대법원을 향해 (민주노총에게 한 것처럼) ‘법원만의 국가가 아니다’, ‘몽니로 개혁 정부를 불리하게 하지 마라’고 성토하지 않았다. 아마 우파는 그의 이런 짓 때문에 오히려 더 그를 제거할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2년간의 수모를 만회하고 총선에서 약진하려는 우파 야당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지층을 붙잡아 놓으려고 간간이 개혁 제스처를 섞겠지만) 더 우경화할 것이고 그럴수록 지지 기반은 취약해질 것이다. 친위 체제를 구축하겠지만, 그들이야말로 우선회(악순환)의 선봉장 아닌가.

청년·노동자들은 개혁 표방 중도 정부의 배신에 실망·분노하고 있다. 노동운동과 좌파가 이들을 대변해 저항을 조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파에게만 좋은 일이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에게서 배울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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