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보판
인천공항에 구금된 난민 루렌도 가족 2차 재판:
“루렌도 가족에게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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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79호 ‘인천공항에 구금된 난민 루렌도 가족 2차 재판 - “루렌도 가족에게 자유를!”’을 약간만 증보한 것이다. 루렌도 가족에 연대하러 온 사람들에게 고압적으로 군 인천공항 출입국 측과 인천지방법원 측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3월 21일 인천지방법원에서 난민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의 2차 재판이 열렸다.
앙골라인 루렌도 씨 가족은 앙골라 정부의 박해를 피해 지난해 12월 28일 인천공항에 왔지만, 한국 정부가 입국을 거부해 80일 넘게 공항 터미널에 억류된 상태다. 한국 정부는 루렌도 씨 가족에 대한 난민인정회부 심사에서 불회부 판정을 내려 난민 심사를 받을 권리 자체를 박탈했고, 강제송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루렌도 씨 가족은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오늘 2차 재판이 열린 것이다.
재판에 앞서 루렌도 씨 가족의 입국 허가와 난민 신청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주최하고, 나눔문화, 난민과손잡고, 노동자연대, 수원이주민센터, 순천이주민센터, 이주공동행동,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 한국디아코니아 등이 참가했다. 이날 재판에 루렌도 씨 가족이 출석한다는 것이 알려져 루렌도 씨 가족을 지지하는 여러 시민들이 참가하기도 했다.
재판이 열린 3월 21일은 마침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루렌도 씨 가족의 처지가 한국의 인종차별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며 “루렌도 가족과 공항에 구금된 난민들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전 참가자들은 ‘루렌도 가족의 입국과 체류 허가, 아동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서명을 법원에 1차로 제출했다. 2134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재일조선인으로 그간 난민과 이주민에 연대 목소리를 내 온 서경식 교수도 서명에 참여해 루렌도 씨 가족에게 힘을 보탰다. 정부와 보수 언론, 우파의 비방에도 많은 사람들이 루렌도 씨 가족의 입국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다”
발언에 나선 루렌도 씨 가족의 공동법률대리인 최초록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공항에서 지낸 지 80일 만에 루렌도 씨 가족이 법원에 올 수 있게 되었다. 루렌도 씨 가족은 지난 기일 전에도 피고[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게 재판 출석을 간곡히 요청했지만 거부됐다”며 범죄자도 아닌데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당연한 권리조차 허락을 구해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종원 의사는 공항에 장기 억류된 루렌도 씨 가족의 위태로운 건강 상태를 들며 진료와 입국이 시급함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루렌도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한민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디아코니아 홍주민 목사는 한국은 일찍이 1979년에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가입했지만 “한국은 전 세계에서 난민 수용률이 139등”이고 한국에 살고 있는 난민들의 처지는 너무나 열악하다며 한국의 인종차별 현실을 규탄했다.
나눔문화 윤지영 연구원은 뉴질랜드 테러에 반대하는 시민들처럼 한국의 인종차별과 난민 수용 거부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루렌도 씨 재판을 통해 (난민과) 함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콩고 출신 난민 미야 씨는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루렌도 씨 가족이 한국에 무사히 입국할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난민법 개악의 위험성도 지적됐다. 참가자들은 “2019년 1월 18일 기준으로 인천공항 제1터미널 송환대기실에 31명, 탑승동에 37명, 여객동에 6명의 난민들이 머무르고 있다”며 난민법 개악은 난민 신청 문턱을 높여 “가뜩이나 불안정한 난민들의 처지를 더 큰 위험으로 내몰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재판에는 루렌도 씨 가족이 직접 출석했다. 법정 앞에서 만난 루렌도 씨 가족과 방청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 얼싸 안았다. 방청 참가자들은 루렌도 가족이 좋아하는 색인 하얀색 옷을 입어 보이며 응원을 보냈다.
재판이 시작되자 루렌도 씨 가족의 공동법률대리인인 이상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루렌도 씨 가족이 난민임을 입증하는 수많은 증거들이 있다고 말하며 불회부 결정이 부당함을 지적했다. 인천공항 출입국은 재판부한테서 루렌도 씨 가족의 난민인정심사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받았는데도 이행하지 않았다. 인천공항 출입국 측은 “내부 보고서”여서 제출하기 어렵다고 변명했지만, 이상현 변호사는 ‘제대로 조사한 게 없어서 보고서를 보여 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루렌도 가족이 직접 진술할 예정이었지만, ‘통역자가 늦는다’는 이유로 루렌도 가족의 진술 기회는 다음 재판으로 미뤄졌다. 루렌도 가족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던 방청자들은 허탈해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법정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 순서를 기다렸을 가족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재판이 끝난 뒤 지지자들은 루렌도 씨 가족에게 콩고 음식을 전하며 연대를 표했다.(루렌도 씨 가족은 콩고 출신 앙골라 국적이다.) 루렌도 씨 가족은 열악한 조건인데다 낯선 나라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식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지지자들이 콩고 음식을 구하려 백방으로 노력했고, 루렌도 씨 가족의 사연을 알게 된 콩고 난민들이 손수 음식을 만들어 영상편지와 함께 보낸 것이다. 루렌도 씨 가족은 음식을 받고 정말로 기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루렌도 가족을 연대하며 방청한 사람들은 가족이 공항으로 돌아가기 전 짧게라도 가족의 한 마디를 들으며 인사를 나누려 했지만 인천공항 출입국 측은 이를 끝까지 제지해 참가자들한테서 원성을 샀다.
또 재판이 끝나고 지지자들은 반가운 마음에 루렌도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인천지방법원 직원은 재판장 바깥의 복도에서조차 사진을 못 찍게 하면서 고압적으로 굴었다. 심지어 함께 사진 찍는 것이 루렌도 가족에 대한 인권 침해라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했다. 한 언론사 기자가 ‘이게 어떻게 인권침해가 되느냐?’ 하고 따지자 그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죄 없는 사람들을 80일 넘게 공항에 가둬둔 것,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려는 사람들의 손길마저 가로막으려는 이런 처사야말로 인권침해일 뿐이다.
이날 난민 혐오 단체인 ‘난민대책국민행동’은 재판 전 기자회견부터 재판 후 루렌도 씨 가족 배웅까지 사사건건 방해하려 들었다. 즉각 추방돼야 할 것은 난민들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인종차별과 혐오다.
다음 기일인 4월 4일에도 루렌도 씨 가족이 직접 법정에 출석한다. 루렌도 씨 가족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한 참가자의 말처럼 “한국 정부가 루렌도 씨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난민을 대하는 태도다.” 법원은 조속히 루렌도 씨 가족의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고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 루렌도 씨 가족을 비롯한 많은 난민들이 겪고 있는 끔찍한 상황이 더는 용인돼선 안 된다.